생생후기

베를린, 차가운 첫인상과 따뜻한 사람들

작성자 한혜린
독일 IJGD 2100 · RENO 2012. 09 Lilienkulturgarten

Off to Sites of Cultural Interest!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베를린에 도착한 첫 날 찬바람과 부슬비가 내 볼을 차갑게 스쳐 내리며 다음 날 있을 워크캠프에 대한 기대감에 가득 차 있던 나를 걱정스럽게 만들었다. 혹시나 우리 캠퍼들도 나에게 이렇게 차갑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하지만 다음 날 오후 6시 모임장소에 도착해 문에 들어가며 서로의 눈을 마주치고 함께 첫 인사를 나누는 순간 긴장의 끈이 풀어지며 우리는 서로 좋은 친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좋았던 첫 느낌은 마지막 날 까지 한번도 빗나간 적이 없었다.

처음 다같이 둘러 앉아 어색한 분위기에서 통성명을 하던 그 때가 기억난다. 나는 한국에서 서로를 소개할 때 주로 사용하던 이름을 이용한 게임을 제안했다. 첫 번째 주자가 특정인의 이름과 숫자를 대면 그 숫자만큼 자신의 이름을 부르고 다른 사람의 이름과 숫자를 부르며 차례를 넘기는 게임이었다. 규칙을 알고 있던 나와 쉬운 이름을 가진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캠퍼 모두가 처음에는 박자도 못 맞추고 허둥지둥 헤맸지만 곧 규칙을 이해하고 즐겁게 게임을 즐기며 자연스럽게 서로의 이름을 익히고 한 걸음 가까워 질 수 있었다. 그렇게 몇 가지 게임을 더 함께한 후 우리는 앞으로 있을 2주간 지켜야 할 간단한 내부규칙과 업무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듣고 저녁식사를 한 뒤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잠자리에 들었다.

작업이 끝난 오후시간과 주말에는 개인적인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이틀째 날은 주말이기도 했고 리더인 릴릿의 제안으로 개인시간이 아닌 단체활동을 통해 친목을 도모하기로 했다. 늦은 아침을 먹고 점심으로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다 같이 베를린 시내관광을 나갔다. 낮에는 프리 마켓, 박물관 섬, 브란덴부르크 문 등을 구경했고 공원에서 피크닉을 즐겼고 저녁에는 YAAM이라는 곳에 가 자메이카 공연도 즐기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베를린 풍경에 좀 더 익숙해짐과 동시에 캠퍼들과도 서로 한결 가까워짐을 느꼈다.

다음날인 월요일부터는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우리가 맡은 일은 베를린에 거주하는 폴란드 이주자들을 위한 문화센터 보수작업이었다. 기관 담당자의 전반적인 업무에 대한 설명이 있은 후에 조를 구성해 분업을 하고 각자 맡은 바 위치로 돌아가 열심히 일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 팀은 발군의 팀워크로 예상된 종료시간보다 두 세시간은 일찍 일을 끝마쳤다. 자기 맡은바 임무가 끝나면 자발적으로 아직 끝나지 못한 조에 찾아가서 도와주어 작업이 수월해질 수 있었다. 힘든 사람이 있으면 가서 쉬고 오라고 등 떠밀고 서로를 응원하며 한 사람도 빠짐 없이 최선을 다했다. 그 날의 식사 조는 작업시간 전에는 아침을, 작업시간 동안에는 점심을 준비하고, 오후 자유시간에는 저녁을 준비하여 형평성을 유지했다.

첫째 주 내내 청소작업이 이어졌다. 다들 열정적으로 작업에는 임하였지만 계속 반복되는 청소에 팀원들은 조금씩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뚜렷한 목표의식 없이 어떤 일을 기계적으로 하는 것이 불만의 근원이 됐다. 무언가를 짓고, 페인트칠 등도 하며 자기 손으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보수작업을 기대한 패기 넘치는 20대의 젊은이들은 일 주일 내내 청소만 하게 된 본인들의 신세를 한탄하기 시작했고 워낙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은 건물이라 인력만으로는 치우기 힘든 먼지와 벽, 바닥의 얼룩의 정도가 심해 반복적으로 같은 작업만 매일 하는 것에 체력적으로도 소모가 컸다. 담당자도 정확한 미리미리 업무전달을 해 주지 않고 당일 날 아침에 전달을 해 주어 필요한 장비 등을 제대로 조달 받을 수도 없었다. 이 외에도 화장실 청소 담당, 주말에 식사준비를 하는 조와 일부 캠퍼들이 머무는 숙소시설이 열악하다는 점에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었다.

하지만 우리 팀은 위기를 서로간의 친밀감과 팀워크로 극복할 수 있었다. 한 분위기메이커였던 친구는 고단할 수록 노래를 틀고 즐기면서 하자고 제안하며 활력을 불어 넣어주었고, 지하에 있는 굴에 있는 먼지와 거미줄을 치우며 힘들고 짜증날 때도 있었지만 그럴 때 같이 불평도 하고 농담도 하며 일하는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 또한 팀원간 대화를 통해 위에 제시되었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었다. 주말 저녁 다 함께 식사를 하며 한 주간의 피드백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 명씩 좋았던 점과 불만스러웠던 점을 얘기하며 어떻게 개선할 지에 대한 토론을 했고 이는 그 다음 주 월요일 중간점검을 하러 왔던 워크캠프 담당자 분께 자세하고 정리된 내용으로 전달될 수 있었다.

이 외에도 햇살 좋은 날 작업을 마친 오후에 야외수영장에 다 함께 나들이 간 일, 매일 저녁마다 전원이 돌아가며 각 나라 가정식을 요리해 나누며 행복했던 추억, 금요일 저녁 1960년대 포크음악이 나오는 바에 다 함께 놀러 가 흥겹게 춤을 추고 놀았던 일 등 워크캠프 덕분에, 오직 워크캠프였기 때문에 얻을 수 있었던 경험과 수 많은 잊지 못할 추억들 덕분에 2주 후 더욱 쌀쌀해진 베를린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첫 날에 느꼈던 그 차가움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마음 한 가득 따스함으로 채워 돌아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