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마을을 살리는, 멕시코 바다거북 캠프
Protecting the Marine Turtles at Motin del Oro I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우리의 일은 모든 인원이 도착하지 않은 8월 8일부터 바로 시작되었다. 워크캠프는 '워크'를 하러 간 것이니까. 웃지 못할 일은 나는 사전 오리엔테이션에서 우리가 할 이 일들의 단계별 얼개와 각각의 단계에서 일하는 방법들을 코치받을거라 기대했는데, 그런건 전혀 없었고 멸종 위기 바다거북에 대한 인식 제고에만 그칠 뿐이었다는 것이다. 사실 그게 중요한 부분이기는 하다. 인간이 북극곰이나 펭귄의 감정을 헤아리기 시작한 것도 그리 오래 된 역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는 바다거북의 마음을 조금도 헤아릴 수는 없다. 단지, 인간 존재를 원망하고 있지 않을 것이라는게 확실해서 마음이 놓이기는 한다. 이는 바다거북의 턱없이 낮은 생존률에 연관되어 있는 것은 인류가 아닌 ‘자연’이기 때문이다. 바다거북은 대개 먹이사슬에서 그들보다 상위 단계에 있는 포식자들 때문에 죽는다. 하지만 저지르지 않은 일에는 책임감도 덜 따르게 되기 마련. 그래서 얼마나 급한지, 또는 얼마나 중요한건지 아직까지도 잘 알 수가 없는 이 <바다거북 보호 프로젝트>는 말 그대로 ‘유니크’하다.
1. 둥지 파서 알 퍼내기
바다거북은 밤 시간대에만 산란을 하기 때문에 우리는 소위 ‘밤일’을 해야만 했다. 손전등이나 플래쉬 어플을 켜고 가로등 하나 없고(야, 당연한거잖아), 정말로 쪽빛 하나 없는 해변가를 마구 탐색하는 것이었다. 바다거북은 알을 60센티미터 깊이에 낳아두는데 긴 나무 막대기로 둥지다 싶은 곳을 스무번에서 서른번 정도 찍어본 후 막대 끝에 노른자가 묻어 나오면(엉엉) 두사람이 달려들어 둥지를 파기 시작한다. 물론, 60센티미터 이상을 파야 한다. 하나의 둥지에 평균적으로는 80여개의 거북이 알이 있다. 그것을 싸그리 파내어 봉투에 담아 ‘종’과 ‘알 개수’를 적은 포스트잇을 넣어 봉인한다. 또 한 사람은 스페니쉬로 된 일일 보고서를 적는다. 보고서 한 장에는 번호가 15번까지 붙어 있는데 바야흐로 8월 13일에 우리팀은 17개의 둥지를 왜 발견해내고야 말았는가. (...다 팠다는 소리다) 이 일은 아버지가 남겨주신 밭을 갈다가 우연히 곡괭이를 깽 하고 스친 보물상자를 발견하곤 팔자 피는 제 2의 삶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땅을 파는 것 딱 그만큼의 에너지가 소요되며, 둥지에서 몸을 일으킬 때마다 모래 공주가 되는 기분이었다. 늘 자고 일어나보면 침낭 어귀에 한줌의 모래가 고여 있는게 이상할 것도 없었던 연유.
2. 알 양식장에 알 심기
‘알 양식장’은 내가 붙인 이름인데 한차례 해변을 돌고 오면 각자의 양손에 들려진 알꾸러미들을 내려놓으면서 손이 쩌릿쩌릿해지는 곳이다. 이 곳은 1차 포식자인 ‘게’가 알을 까먹는 것을 피하기 위해 따로 마련 된 공간인데 울타리가 있긴 하다지만 해변의 일부이고, 완벽하게 게를 차단시킬 수는 없는 환경인 듯 했다. 그렇지만 이곳은 하나의 생명이 탄생되게끔 하는데 있어 가장 보탬을 줄 수 있는 단계의 일이 이루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먼저, 힘줄 돋는 남자 애들이 60센티미터의 깊이로 삽질을 하고나면, 모아온 알을 넣어서 둥지를 재연시켰다. 둥지의 안쪽을 둥글고 넓게 손으로 확장시키고, 알들 위에는 일반 모래가 아닌 ‘젖은 모래’부터 넣어주어야 하는 등 작업은 꽤 까다로웠다. 이건 마치 모래가 씹히는 조개탕을 먹기 싫으면 애초에 조개가 토하기를 체념하지 않도록 해감하는 물에 반드시 소금을 넣어주던 때를 연상시킨달까. 알을 모두 묻고나서는 이렇게 기본 정보가 담긴 푯대를 달아준다. 낮에 본 양식장과 전용 삽의 모습이다.
3. 마냥 부화하길 기다리기
이렇게 옮겨 심어준 알이 부화하는데는 50일정도가 걸리는데, 우리의 워크캠프 기간은 2주 남짓의 기간이었으므로 우리는 다른 봉사자들이 미리 이루어 놓은 가상둥지 앞에서 진을 쳐야만 했다. 분명 알을 지하 60센티미터 깊이에 놓아 주었을텐데 부화를 끝낸 거북이들은 지상까지 이미 올라차있다. 이 단계에서 우리가 하는 일은 엄밀히는 그들이 알에서 깨어나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잠에서 깨어나길 기다리는 것이었다. 우리는 새끼 거북이들의 아주 작은 미동을 기다렸다. 세시간이 지나니 거북이들이 매우 빠른 속도로 걸어나오기 시작했다. 걸리버 시점의 쓰나미가 이런게 아닐까.
새끼 거북이는 셋째 손가락만한 기장을 가졌고 등껍질로 종을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모틴 해변에는 negra(네그라), gulfina(걸피나), black(블랙) 세가지 종의 거북이가 있는데 내가 얼마나 스페인어를 알아듣질 못했으면 첫날 일기에 ‘바다거북의 종에는 내기니...’라고 적혀있다. 여보세요. 내기니는 해리포터에 나오는 뱀 이름이고.
4. 베이비 거북을 대지의 품으로 방생
이 일은 유일하게 아침시간대에 단 한번 진행되었던 것으로, 부화를 마친 다음날의 새끼 거북들을 바다로 돌려보내는 일이었다. 바다에 가는 길에 2차 포식자 '새'에게 먹힐 수도 있고 어푸어푸 하는 와중에 3차 포식자인 '물고기'에게 잡힐 수도 있다. 아무튼 지금 우리는 생명체가 최초로 귀가하는 길을 지켜보고 있다. 파도의 소리 때문인지, 소금끼 어린 공기 때문인지, 바다의 냄새 때문인지, 무엇을 지침 삼아 바다로 가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열띠게 바다로 향한다. 이들의 경쟁자는 이미 토끼가 아니다. 자기 자신일 뿐. (훗)
5. 둥지에 깃발 달아주기
8월 18일 정말 졸렸던 어느 밤. 왜 했어야 했는지 모르겠는, 이 일에 배정된 멤버들에게 모두 미스테리로 남아있는 일이다 (-_-)
모든 일들은 스페인어로 지령이 떨어졌고, 찰떡같이 알아먹을 수가 없어 매번 몸으로 익혀야만 했다. 또한, 1-2단계가 주로 싸이클을 이루었는데 한번 해변에 다녀와 양식장에 알을 심기까지는 세시간 정도가 걸렸고, 운 좋으면 4개 뿐인 해먹 위, 운 나쁘면 그냥 말짱 모래밭에서 삼십분쯤 눈 붙이다가 누가 흔들어 깨우면 다시 1단계를 하러 나갔다가 2단계로 맺으며 다시 모래밭에 털썩 주저 앉는 식이었다. 밤은 정말인지 매번 멈춘 것처럼 길었다.
다음으로 보고서에 꼭 언급하고 싶은 부분은 ‘숙박’에 대한 내용이다.
우리는 워크캠프가 아니라 무빙캠프를 온건가 싶을 정도로 이사를 다녔어야 했는데 첫 번째 집을 임시적으로 임대했다는 사실은 그 곳에 짐을 풀기 시작한지 일주일이 지나서야 알 수 있었다. 첫 번째 집은 도마뱀과 몸집이 작은 편인 쥐의 자유로운 활동무대였다. 그런 것들은 얘네는 동물적 동물, 캠퍼들은 사회적 동물, 그러니까 지붕이 있는 자연 아래 우리는 하나. 뭐 이런 식으로 주문을 걸다보니까 익숙해지기도 했는데 멕시코의 8월은 나름 우기였고, 하루걸러 한번씩 장대비가 오곤 했다.
처음으로 비가 쏟아지던 어느 날 아침, 가이들이 눈을 부비며 야외 테이블을 실내로 옮겨 놓는걸 멍 때리면서 보고 있는데, 잠시 후 하드케이스 재질의 캐리어를 가져온 사람들을 제외한 모든 이들의 짐가방에 밤새 비가 촉촉이(-_-스며들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코코넛 나무로 지은 집이라 듬성듬성 천장에 틈새가 있었던 탓에 가져 온 모든 옷가지들이 아주 그냥 홀딱 젖었다.
각자 침낭은 필수 사항이었기 때문에 집을 들어오면 보이는 공터-_-;에 침낭을 다들 펼쳐놨는데, 고심해서 골랐다는 일본인 친구가 모기장을 펼쳐 놓은 걸 보니 갖가지 생각이 다 든다. 남녀가 다닥다닥 마주보며 자야했던 공터지에서 저런 부피의 영역 확보는 일단 단체 생활에선 이기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이튿날 도마뱀 두 마리가 모기장에 붙어 등반을 하고 있는 모습과 모기 50여마리에 뜯긴 나의 모습을 보고 나니 저 친구가 부럽다. 갖고싶다 당신의 센스.
두 번째 집은 첫 번째 집에서 도보로 20분정도 되는 거리에 있던 폐가(=_=)였다. 며칠 내로 모틴 마을의 초등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봉사팀이 우리가 진을 친 곳에 오기로 예정되어 있으니 집을 비워줘야 한다는 소식이었다. 폐가는 말그대로 죽은 집이었어서 누가 다시 들어와 살아 번잡한 척, 생기 도는 척 하기엔 이미 너무 늦은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었지만 세명이 붙어 옮기던 중에 바스라져 버리는(;ㅁ;) 침대를 보는 것과, 마당을 사람이 지나다닐 수 있게 하기 위해 뿌리 째 뽑아 투포환처럼 던져야 하는 나무를 보는 것..까지는 그 놈의 ‘좋은 경험’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집 안에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모래 연기가 피어오를 땐 이사를 해야하는게 이국의 루머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저렇게 집 전체에 물을 뿌려 쓸고 닦았다. 게다가 두 번째 집 사전 순찰 중에 발견한 사실은 샤워용으로 담아놓은 물에 개구리 가족이 살고 있고, 화장실에는 가장 기초적인 가림용 천막 조차 없었다는 사실이다.
반나절의 폐가 청소 후, 다음 날 우리팀은 다른 도시를 잠시 방문하는 일정을 다녀왔는데, 우리의 짐이 쥐도! 도마뱀도! 모르게 세 번째 집으로 옮겨져있었다.
마을 주민들이 옮겨 놓았는데, 우리가 실컷 청소해 놓은 폐가에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란다. 이렇게 강제 무빙된 세 번째 집은 아직 공사가 덜 끝난 집 (!!!!) 마감이 미처 되지 않아 철근이 군데군데 들어나 있었고, 창문도 문도 없는 뻥 뚫린 그 곳에서 아침이 되자 새들이 창문에서 창문으로 날아다니며 알람벨을 울려댔다.맘 붙이기 힘들었던 세 번째 집.
낮에 보면 운치 있고, 밤에 보면 더 로맨틱해 보이는 것 같다고는 하지만...
나는 보고서에 후대 워크캠프 참가자들이 가장 궁금해함직할 자원봉사 활동사항과 숙박의 여건 이 두가지만을 적었다. 이 캠프는 현지인들과의 교류도 꽤 깊었고, ‘거북이’에 관련한 일 외에도 참여하고 경험한 일이 적지 않았었지만 가장 실질적으로 정보를 줄 수 있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 적고자 했다.
1. 둥지 파서 알 퍼내기
바다거북은 밤 시간대에만 산란을 하기 때문에 우리는 소위 ‘밤일’을 해야만 했다. 손전등이나 플래쉬 어플을 켜고 가로등 하나 없고(야, 당연한거잖아), 정말로 쪽빛 하나 없는 해변가를 마구 탐색하는 것이었다. 바다거북은 알을 60센티미터 깊이에 낳아두는데 긴 나무 막대기로 둥지다 싶은 곳을 스무번에서 서른번 정도 찍어본 후 막대 끝에 노른자가 묻어 나오면(엉엉) 두사람이 달려들어 둥지를 파기 시작한다. 물론, 60센티미터 이상을 파야 한다. 하나의 둥지에 평균적으로는 80여개의 거북이 알이 있다. 그것을 싸그리 파내어 봉투에 담아 ‘종’과 ‘알 개수’를 적은 포스트잇을 넣어 봉인한다. 또 한 사람은 스페니쉬로 된 일일 보고서를 적는다. 보고서 한 장에는 번호가 15번까지 붙어 있는데 바야흐로 8월 13일에 우리팀은 17개의 둥지를 왜 발견해내고야 말았는가. (...다 팠다는 소리다) 이 일은 아버지가 남겨주신 밭을 갈다가 우연히 곡괭이를 깽 하고 스친 보물상자를 발견하곤 팔자 피는 제 2의 삶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땅을 파는 것 딱 그만큼의 에너지가 소요되며, 둥지에서 몸을 일으킬 때마다 모래 공주가 되는 기분이었다. 늘 자고 일어나보면 침낭 어귀에 한줌의 모래가 고여 있는게 이상할 것도 없었던 연유.
2. 알 양식장에 알 심기
‘알 양식장’은 내가 붙인 이름인데 한차례 해변을 돌고 오면 각자의 양손에 들려진 알꾸러미들을 내려놓으면서 손이 쩌릿쩌릿해지는 곳이다. 이 곳은 1차 포식자인 ‘게’가 알을 까먹는 것을 피하기 위해 따로 마련 된 공간인데 울타리가 있긴 하다지만 해변의 일부이고, 완벽하게 게를 차단시킬 수는 없는 환경인 듯 했다. 그렇지만 이곳은 하나의 생명이 탄생되게끔 하는데 있어 가장 보탬을 줄 수 있는 단계의 일이 이루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먼저, 힘줄 돋는 남자 애들이 60센티미터의 깊이로 삽질을 하고나면, 모아온 알을 넣어서 둥지를 재연시켰다. 둥지의 안쪽을 둥글고 넓게 손으로 확장시키고, 알들 위에는 일반 모래가 아닌 ‘젖은 모래’부터 넣어주어야 하는 등 작업은 꽤 까다로웠다. 이건 마치 모래가 씹히는 조개탕을 먹기 싫으면 애초에 조개가 토하기를 체념하지 않도록 해감하는 물에 반드시 소금을 넣어주던 때를 연상시킨달까. 알을 모두 묻고나서는 이렇게 기본 정보가 담긴 푯대를 달아준다. 낮에 본 양식장과 전용 삽의 모습이다.
3. 마냥 부화하길 기다리기
이렇게 옮겨 심어준 알이 부화하는데는 50일정도가 걸리는데, 우리의 워크캠프 기간은 2주 남짓의 기간이었으므로 우리는 다른 봉사자들이 미리 이루어 놓은 가상둥지 앞에서 진을 쳐야만 했다. 분명 알을 지하 60센티미터 깊이에 놓아 주었을텐데 부화를 끝낸 거북이들은 지상까지 이미 올라차있다. 이 단계에서 우리가 하는 일은 엄밀히는 그들이 알에서 깨어나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잠에서 깨어나길 기다리는 것이었다. 우리는 새끼 거북이들의 아주 작은 미동을 기다렸다. 세시간이 지나니 거북이들이 매우 빠른 속도로 걸어나오기 시작했다. 걸리버 시점의 쓰나미가 이런게 아닐까.
새끼 거북이는 셋째 손가락만한 기장을 가졌고 등껍질로 종을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모틴 해변에는 negra(네그라), gulfina(걸피나), black(블랙) 세가지 종의 거북이가 있는데 내가 얼마나 스페인어를 알아듣질 못했으면 첫날 일기에 ‘바다거북의 종에는 내기니...’라고 적혀있다. 여보세요. 내기니는 해리포터에 나오는 뱀 이름이고.
4. 베이비 거북을 대지의 품으로 방생
이 일은 유일하게 아침시간대에 단 한번 진행되었던 것으로, 부화를 마친 다음날의 새끼 거북들을 바다로 돌려보내는 일이었다. 바다에 가는 길에 2차 포식자 '새'에게 먹힐 수도 있고 어푸어푸 하는 와중에 3차 포식자인 '물고기'에게 잡힐 수도 있다. 아무튼 지금 우리는 생명체가 최초로 귀가하는 길을 지켜보고 있다. 파도의 소리 때문인지, 소금끼 어린 공기 때문인지, 바다의 냄새 때문인지, 무엇을 지침 삼아 바다로 가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열띠게 바다로 향한다. 이들의 경쟁자는 이미 토끼가 아니다. 자기 자신일 뿐. (훗)
5. 둥지에 깃발 달아주기
8월 18일 정말 졸렸던 어느 밤. 왜 했어야 했는지 모르겠는, 이 일에 배정된 멤버들에게 모두 미스테리로 남아있는 일이다 (-_-)
모든 일들은 스페인어로 지령이 떨어졌고, 찰떡같이 알아먹을 수가 없어 매번 몸으로 익혀야만 했다. 또한, 1-2단계가 주로 싸이클을 이루었는데 한번 해변에 다녀와 양식장에 알을 심기까지는 세시간 정도가 걸렸고, 운 좋으면 4개 뿐인 해먹 위, 운 나쁘면 그냥 말짱 모래밭에서 삼십분쯤 눈 붙이다가 누가 흔들어 깨우면 다시 1단계를 하러 나갔다가 2단계로 맺으며 다시 모래밭에 털썩 주저 앉는 식이었다. 밤은 정말인지 매번 멈춘 것처럼 길었다.
다음으로 보고서에 꼭 언급하고 싶은 부분은 ‘숙박’에 대한 내용이다.
우리는 워크캠프가 아니라 무빙캠프를 온건가 싶을 정도로 이사를 다녔어야 했는데 첫 번째 집을 임시적으로 임대했다는 사실은 그 곳에 짐을 풀기 시작한지 일주일이 지나서야 알 수 있었다. 첫 번째 집은 도마뱀과 몸집이 작은 편인 쥐의 자유로운 활동무대였다. 그런 것들은 얘네는 동물적 동물, 캠퍼들은 사회적 동물, 그러니까 지붕이 있는 자연 아래 우리는 하나. 뭐 이런 식으로 주문을 걸다보니까 익숙해지기도 했는데 멕시코의 8월은 나름 우기였고, 하루걸러 한번씩 장대비가 오곤 했다.
처음으로 비가 쏟아지던 어느 날 아침, 가이들이 눈을 부비며 야외 테이블을 실내로 옮겨 놓는걸 멍 때리면서 보고 있는데, 잠시 후 하드케이스 재질의 캐리어를 가져온 사람들을 제외한 모든 이들의 짐가방에 밤새 비가 촉촉이(-_-스며들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코코넛 나무로 지은 집이라 듬성듬성 천장에 틈새가 있었던 탓에 가져 온 모든 옷가지들이 아주 그냥 홀딱 젖었다.
각자 침낭은 필수 사항이었기 때문에 집을 들어오면 보이는 공터-_-;에 침낭을 다들 펼쳐놨는데, 고심해서 골랐다는 일본인 친구가 모기장을 펼쳐 놓은 걸 보니 갖가지 생각이 다 든다. 남녀가 다닥다닥 마주보며 자야했던 공터지에서 저런 부피의 영역 확보는 일단 단체 생활에선 이기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이튿날 도마뱀 두 마리가 모기장에 붙어 등반을 하고 있는 모습과 모기 50여마리에 뜯긴 나의 모습을 보고 나니 저 친구가 부럽다. 갖고싶다 당신의 센스.
두 번째 집은 첫 번째 집에서 도보로 20분정도 되는 거리에 있던 폐가(=_=)였다. 며칠 내로 모틴 마을의 초등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봉사팀이 우리가 진을 친 곳에 오기로 예정되어 있으니 집을 비워줘야 한다는 소식이었다. 폐가는 말그대로 죽은 집이었어서 누가 다시 들어와 살아 번잡한 척, 생기 도는 척 하기엔 이미 너무 늦은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었지만 세명이 붙어 옮기던 중에 바스라져 버리는(;ㅁ;) 침대를 보는 것과, 마당을 사람이 지나다닐 수 있게 하기 위해 뿌리 째 뽑아 투포환처럼 던져야 하는 나무를 보는 것..까지는 그 놈의 ‘좋은 경험’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집 안에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모래 연기가 피어오를 땐 이사를 해야하는게 이국의 루머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저렇게 집 전체에 물을 뿌려 쓸고 닦았다. 게다가 두 번째 집 사전 순찰 중에 발견한 사실은 샤워용으로 담아놓은 물에 개구리 가족이 살고 있고, 화장실에는 가장 기초적인 가림용 천막 조차 없었다는 사실이다.
반나절의 폐가 청소 후, 다음 날 우리팀은 다른 도시를 잠시 방문하는 일정을 다녀왔는데, 우리의 짐이 쥐도! 도마뱀도! 모르게 세 번째 집으로 옮겨져있었다.
마을 주민들이 옮겨 놓았는데, 우리가 실컷 청소해 놓은 폐가에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란다. 이렇게 강제 무빙된 세 번째 집은 아직 공사가 덜 끝난 집 (!!!!) 마감이 미처 되지 않아 철근이 군데군데 들어나 있었고, 창문도 문도 없는 뻥 뚫린 그 곳에서 아침이 되자 새들이 창문에서 창문으로 날아다니며 알람벨을 울려댔다.맘 붙이기 힘들었던 세 번째 집.
낮에 보면 운치 있고, 밤에 보면 더 로맨틱해 보이는 것 같다고는 하지만...
나는 보고서에 후대 워크캠프 참가자들이 가장 궁금해함직할 자원봉사 활동사항과 숙박의 여건 이 두가지만을 적었다. 이 캠프는 현지인들과의 교류도 꽤 깊었고, ‘거북이’에 관련한 일 외에도 참여하고 경험한 일이 적지 않았었지만 가장 실질적으로 정보를 줄 수 있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 적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