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Birgit을 찾습니다, Escurolles 워크캠프

작성자 남궁진
프랑스 CONC 043 · RENO 2012. 08 Escurolles

ESCUROLLES - BASSIN DE GANNAT 2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Birgit. Escurolles. Finnish Girl. We find you!” 3주 간의 워크캠프 동안에 우리 사이에서만 통용되던 농담이다. 워크캠프 첫 주에 근방 마을 축제에 놀러 갔다가 갑작스러운 소나기 때문에 베이스 캠프로 돌아가려고 하던 중 핀란드에서 온 19살 Birgit을 찾을 수가 없어 돌아가지 못한 적이 있었다. Birgit을 찾아 헤매다 결국엔 마을 전체에 방송을 하는데 마이크로 Birgit을 찾는 한국인 오빠의 음성과 우리의 상황이 너무나 웃겨 서로가 아직 서먹서먹한 사이인데도 불구하고 다들 박장대소를 했었다. 이후에 우리는 이 친구를 찾을 때마다 이 때의 방송을 패러디 하며 웃었다.
돌아보면 새록새록 기억나는 추억들이 많다. 13인분의 오므라이스를 하느라 큰 철판에 급식처럼 밥을 볶던 기억이나, 40분 동안 자전거를 타고 인근 마트에 가느라 애먹었던 기억, 한국드라마 <해를 품은 달>을 보는데 터키에서 온 Karem이 터키에서도 이 드라마가 방영되었다고 해서 깜짝 놀랐던 기억 등, 지금 생각해보면 한 여름 밤의 꿈 같은 시간들이었다. 열성적인 리더들 덕분에 다른 워크캠프와 조인해서 파티를 열고 인근 도시에 놀러가 쇼핑도 하고 관광도 하는 등 혼자 여행했다면 절대 하지 못했을 경험들이 워크캠프를 통해서는 가능했다. 하지만 다른 문화에서 자라온 우리들이 즐거운 추억만 공유했던 것은 아니었다. 여느 워크캠프가 그렇듯이 우리는 많은 갈등을 겪었고 내가 애초에 워크캠프에서 기대했던 화합의 모습은 워크캠프 일정이 끝나기까지 보기 힘들었다.
처음 갈등이 표면화 된 것은 워크캠프가 2주차에 접어들 무렵, 텐트를 바꾸는 문제 때문에 일어났다. 터키에서 온 Karem이 이탈리아에서 온 Marzia와 같은 텐트를 쓰고 싶다며 몇 명에게 일방적으로 텐트를 바꿀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 중에 몇 명은 흔쾌히 허락했지만 명령하는 듯한 Karem의 태도에 몇 명의 외국인 친구들은 기분이 상했고 이 때부터 우리 워크캠프는 분열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외에도 식사가 끝난 후 식탁에서 담배를 피는 Karem의 행동에 결국에는 비흡연자 주위에서는 흡연하지 말자는 내부 규칙까지 만들었지만 끝까지 지켜지지는 않았고 개개인 간의 갈등이 쌓여 끝에는 그룹이 둘로 갈라졌다. 워크캠프 공용어가 영어임에도 불구하고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던 앙골라에서 온 프랑스 교환학생도 끝까지 겉돌았는데 나이제한이 있는 우리 워크캠프에 어떻게 17살짜리 청소년이 들어왔는지는 불가사의지만 24시간 전화통화를 하고 매일 아침 일에 지각하는 불성실한 모습이 모두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주었다.
그룹을 하나로 만들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중간에 organization leader가 바뀌고 바뀐 리더가 우리의 ‘하나되지 못함’을 비판하면서 모두가 동그랗게 모여 앉아 얘기를 할 기회를 많이 만들었다. 그러나 이미 많이 쌓인 개인 간의 갈등을 그룹 앞에서 얘기하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고 항상 말이 많고 자기 주장이 강한 소수만 이야기하는 식으로 대화가 흘러가기 일쑤였다.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외국인들과의 공동체 생활이 힘들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모두가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비슷한 영어 실력을 가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더욱 힘들게 느껴졌다. 모두가 동등한 발언권을 가진 그룹 토의가 민주적으로 느껴지긴 했지만 확실히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가시적인 결과물을 도출해내기까지는 많은 인내와 양보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된 계기였다.
확실히 워크캠프는 나에게 색다른 경험이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3주 간의 기간 동안 한국에서는 절대 하지 못할 경험들을 해보았다. 그 중 매일 밤 텐트에서 자느라 떨던 기억, 일을 다 끝마치고 나서 서로에게 물을 뿌리며 기뻐하던 시간, 그리고 헤어질 때 나를 안고 울던 외국인 친구의 모습은 절대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해외봉사활동에 대한 개념도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새로 정립하게 되었다. 평소 아프리카나 동남아와 같은 도움이 절실한 지역에 개인적인 시간과 돈을 할애해 봉사하러 가는 것만을 해외봉사활동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뿐만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지역공동체에 가서 서로의 문화를 교류하며 봉사하는 것까지 해외봉사활동의 개념에 포함된다는 것을 배웠다. 3주 동안 즐겁기만 하고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젊었을 때 고생은 사서한다’라는 말도 있듯이 청춘이니까 도전해볼 만한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