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아이슬란드, 낯섦을 넘어선 교감

작성자 황예지
아이슬란드 WF06 · 환경/일반 2017. 03 - 2017. 04 흐베르게라디

Hveragerði – Health and Environment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유럽여행을 계획하던 중 좀 더 의미있는 경험을 하고싶어서 워크캠프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아이슬란드에서 오로라를 보고싶었기 때문에 아이슬란드에서 하는 봉사활동 프로그램 위주로 찾았습니다. 후기를 꼼꼼히 찾아보고 여가 시간에는 어떤 활동을 하는지 확인 후 필요한 물품을 준비했습니다. 또 영어 회화 학원을 다니기도 했는데, 단기간에 학습하다보니 크게 도움 되진 않았습니다. 많이 쓰이는 표현, 숙어 정도는 프린트물로 따로 정리해서 가져가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워크캠프 기간 표현을 정리해 둔 프린트를 틈틈이 읽으면서 대화할 때 써먹었습니다.
저는 한번쯤은 외국인 친구를 사귀어보고 싶다는 기대를 했는데, 생각보다 여러 국가에서 온 친구들이 많아 각 국가의 얘기를 다양하게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워크캠프 첫날에는 골든서클투어를 했습니다. 프로그램 참가자들과 함께 아이슬란드 대표적인 관광지를 구경하는 투어였습니다. 첫날은 저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낯을 많이 가리는 바람에 많이 어색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외국인과 대화할 기회가 많이 없었기 때문에 저도 모르게 미디어에 나온 이미지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외국인도 똑같은 사람이고 특히나 어린 친구들의 경우 숫기 없고 쑥스러움을 많이 탑니다. 한국인 친구를 사귄다고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먼저 다가가면 굉장히 반가워하니 적극적인 면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제가 머문 곳은 '흐베르게라디'라는 지역인데, 전형적인 북유럽 풍경을 보실 수 있습니다. 풍경, 집, 주민들 모두 한적하고 조용하고 잔잔합니다. 저는 그곳에 있는 요양원에서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요양원이라서 그런지 채식위주의 식사를 하는데, 식사에 올라갈 채소, 과일 등을 재배하는 농장에서 일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잡초를 뽑거나 허브를 다듬기도 하며 농장일을 도왔습니다. 일은 오후 3시면 끝나기 때문에 저녁시간인 6시까지는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제가 머문 숙소에는 작은 온천과 수영장이 있었기 때문에 자유시간에 친구들과 온천을 가거나 마트 쇼핑을 하는 등 소소하게 보냈습니다. 오후 9시에서 10시에는 다같이 거실에서 게임을 하고 얘기를 했는데 가끔씩 돌아가면서 각자의 나라 문화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가장 기억 남는 일은 두 가지 정도로 추릴 수 있겠습니다. 하나는 폭우가 쏟아지던 날 일했던 경험입니다. 바람도 심하게 불고 비도 많이 왔지만 어김없이 일을 해야했습니다. 우비나 장화가 소용없을 정도의 날씨였지만 오히려 그때 다같이 으쌰으쌰하며 더 돈독해졌습니다. 가능한 한 서로 협업하려고 힘들어하면 도와주면서 맡은 일을 모두 끝내서 매우 뿌듯했습니다.
다른 하나는 제가 아이슬란드에서 꼭 보고싶었던 오로라를 본 일입니다. 제가 갔던 3월은 그다지 추운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오로라가 자주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맑은 날 운 좋게 오로라를 보게 됐습니다. 오로라는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친구들과 다같이 산을 타고 올라 오로라를 쫒아갔습니다. 산 중턱쯤 가자 오로라가 하늘 전체를 감쌌습니다. 저희는 모두 눈밭에 누워서 오로라를 보면서 아름다움을 만끽했습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했기에 아직까지도 강렬한 기억으로 남습니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워크캠프의 주활동은 봉사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입니다. 단순히 일만 하고 오겠다고 생각한다면 차라리 한국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워크캠프를 통해 새로운 문화를 배우고, 다양한 국적을 가진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자신의 세계를 넓힌다면 성공적인 워크캠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외국인 친구는커녕 외국인 공포증이 있을 정도여서 워크캠프에서 만난 친구들과 제 기대만큼 깊게 어울리지 못해서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유럽에서 온 친구들은 원어민급으로 영어를 구사하기 때문에 간단한 회화밖에 못하는 제가 더 주눅든 면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만나 같이 협업하고 웃고 공통성을 찾아가는 재미는 느낄 수 있었습니다. 워크캠프 이후로는 소심하던 제가 꽤 적극적으로 바뀌었고, 이어진 여행에서 많은 친구를 사귈 수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인생에는 많은 기회가 오지 않습니다. 자신이 기회를 만든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요. 워크캠프는 자신이 기회를 직접 만드는 일입니다. 자기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평생 친구를 사귈 수도 있고, 인생에 둘도 없을 경험을 해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가 기대한 만큼 워크캠프를 즐기진 못했지만 절대 후회하진 않습니다. 그덕에 저를 더 알게 되었고, 또 많은 것을 배웠으니까요. 혹시나 머뭇거리시는 분들은 용기를 내서 한 번쯤 꼭 도전해봤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