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홀리 축제, 인도에서 나를 만나다 인도, 낯선 곳에서
Holi Mela – Festival of Colors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여행을 좋아해서 해당 워크캠프 이전에도 해외 여행을 해본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행을 할 때마다 항상 저는 '외국인', '외부자', '낯선 사람'으로서 제한적인 경험을 하고 돌아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유명 관광지 앞에서 사진만 찍고 돌아오는 것은 이제 너무 허무하게 느껴졌습니다. 실제로 그 나라, 그 지역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그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그래야만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됐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가능하다면 지역 사회에 참여할 뿐만 아니라 해당 사회에 미미하나마 어떤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보라카이 여행이 얼마전부터 금지되었다고 들었는데, 이와 같이 여행이 그 지역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오히려 해가 되는 경우가 너무도 많습니다. 그래서 이왕이면 '돈만 쓰다가는 외국인 여행자'가 되기 보다는 그 사회에 도움을 주는 경험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던 중에, 친구의 소개를 통해 워크캠프를 알게 되었고, 제가 꿈꾸던 진짜 여행에 대한 갈증을 해결해줄 수 있을 것 같아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막연하게 현지 봉사를 해보고 싶어서 지원하기는 했지만, 사실 제가 무슨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 정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걱정이 컸습니다. 그런데 막상 캠프가 시작되니, 제가 선택한 캠프는 '문화 교류'에 초점을 둔 캠프로서, 육체적인 노동을 하기 보다는 지역 사회의 문화를 경험해보고 축제를 함께 즐기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래도 명색히 봉사 캠프인데 너무 고생을 하지 않는 것 같아, 사실 캠프 리더에게 제가 캠프에 참가하는 것의 의의를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싱거운 대답을 들었습니다. 기차역에서 몇 시간을 달려서 이런 산골짜기 마을에 외국인들이 온 것만으로도 이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때까지는 이 말의 뜻을 시골 사람들이 외국인을 보니 신기하고 반가워서 그런가 보다라고 대강 이해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캠프의 핵심이었던 '홀리 축제'에 직접 참가한 이후에서야, 그 말의 뜻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 캠프 참가자들은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그 산골짜기 동네에 그나마 중심가가 되는 시장에 갔습니다. 시장 한 가운데서 스피커로 음악을 틀어놓고 서로에게 온갖 색깔의 파우더를 묻히며 춤을 추며 사람들이 즐기고 있었고, 저희도 신나게 그 무리에 섞였습니다. 그런데 춤을 한창 추고 있는 순간, 그 곳에는 아빠를 따라나온 5살도 안되보이는 여자 아이를 제외하고는 인도 여성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인도 사회에서 여성의 권리가 매우 낮다는 얘기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는데, 피부로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대도시의 경우 그래도 조금씩 여성들의 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시골의 경우 여성들은 일년 중 제일 큰 축제 중 하나를 제대로 즐기지 못할 정도입니다. 같은 동양인 여성인 제가 공개적인 장소에서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여자는 반드시 '정숙'해야 한다는 인식에 조금이라도 변화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인도만의 아름다운 문화가 '현대화'라는 이름 하에 서구화가 되어야 한다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다만 어쩌면 전통이라는 이름 하에 지속되어온 성, 종교, 계급 등에 의한 차별이 저희와의 문화 교류를 통해 조금씩 희미해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한편, 너무나도 서구화되어 소중한 우리 것은 잃어버리면서도, 아직도 많은 차별과 굴레가 남아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된 계기였습니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솔직히 말하면, 인도에서의 생활은 제가 했던 어떤 해외 경험보다도 힘들었습니다. 물갈이, 입에 맞지 않는 음식, 불편한 화장실 등 힘든 것 투성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저는 인도에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너무나도 익숙해서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누려왔던 모든 것들에서 벗어나서 저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워크캠프 기간 동안, 좇기듯이 바쁜 일상, 강박적으로 확인하던 스마트폰은 완전히 잊었습니다. 대신, 매일 아침 산꼭대기 아래로 펼쳐지던 아름다운 자연 풍경, 특유의 낙천적인 미소로 반갑게 맞아주던 지역 주민들, 함께했던 유쾌한 워크 캠프 참가자들이 있었습니다. 최대한 많이 대화하고, 배우고, 느끼며 행복해하던 저의 모습이 아직까지도 눈에 선합니다. 인도에서의 기억은 마치 홀리 축제 때 서로를 물들였던 컬러 파우더처럼 제 기억의 한 켠을 온갖 색으로 물들여서 잘 지워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