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기차에서 시작된 우리의 특별한 인연

작성자 이은옥
프랑스 SJ18 · RENO 2012. 07 GAP

Lesdiguieres le Glaizil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2012년 7월 2일 오후 6시 30분 프랑스 GAP station.
같이 가게 된 한국인 친구와 기차에서 내리기 전에 했던 농담이 현실이 되었다. “설마.. 이 기차에 우리 캠프같이 할 친구들 있는 건 아니겠지? 저기 쟤?.. 배낭 가지고 있는데..? ㅋㅋ 에이 설마~”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걸어오는 까만 피부에 기타를 메고 있던 아이. 아! 얘가 모로코에서 왔구나 그리고 바로 옆에서 키가 정말 큰 여자 아이가 또 말을 걸어왔다.
2시간을 넘게 한 기차를 타고 왔는데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뒤늦게 모로코 친구가 나에게 한 말은 신나게 떠들고 있는 2명의 한국인이 같은 캠프일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니길 바랬다고.. (너무 시끄러워서)
우리는 서로 이렇게 말 할 수 있을 만큼 캠프에서 만난 친구들과 친해졌고 잊지 못할 정말 값진 추억을 만들었다.
3주 동안 생활했던 우리의 아름다운 보금자리는 공기 좋고 물 좋고 경치는 끝내주는 해발 1000M에 위치한 아주 넓은 캠핑장의 한 구석이었다. 한국에서 출발 전부터 텐트에서 자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설마 정말 텐트일까 싶었는데 정말 텐트였다. 내가 생각했던 텐트는 정말 커다란 텐트를 치고서 다 함께 생활하는 것을 상상했었는데 도착했을 땐 1 person 1 tent !!!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에 정말 남부럽지 않은 호텔이라도 얻은 기분이었다. 도착하자마자 어색하게 친구들과 인사하고 각자 텐트를 치고, 서로 도와주며 어색함을 풀어갔다. 유럽의 해는 엄청 길었다. 밤 10시가 되야 어둑해진다. 첫날부터 우린 너나 할 것 없이 마른 나무를 구해와서 캠프파이어를 했다. 얼마 만에 만끽해보는 여유로움인지.. 정말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함 그 자체였다. 비록 첫 만남이라 조금 어색하고 프랑스어만 줄 곧 쓰는 몇 명의 친구들로 인해 의사소통에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으나 캠프생활을 하면서 모두 극복했다.
우리는 3주 동안 해야 될 일과 다양한 여가활동 등 앞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 모두 의견을 모아 정하고 다음날부터 그대로 시행했다.
-아침 8시 기상, 9시 일터로 출발, 11시 티타임, 12시~1시 일 종료, 2시 점심, 점심 이후 자유시간
참 단조로워 보이는 생활이긴 하나, 컴퓨터, 휴대폰, 텔레비전 뭐 하나 가진 것 없이 하루가 그렇게 짧다는 생각이 든 것은 내 인생에서 처음이 아닐까 싶다. 지루함을 느껴 볼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쁘고 재미있게 생활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역사가 묻어 있는 성의 돌 담을 복구 하는 일이었다. 그 지역정부에서 그 유적지를 소홀히 했었는지 대부분 무너져 성의 윤곽조차 알 수 없었으나, 이제부터 차근차근 전체적으로 복구를 계획하고 있었다. 우리는 오랜 시간 흙과 잡초 속에 묻혀있던 돌담을 눈에 보이도록 한 후 시멘트와 콘크리트로 깨끗이 새 옷을 입혀주는 작업을 했다. 일을 함에 있어서 힘든 것이 있었다면 정오가 될수록 참을 수 없는 태양의 뜨거움. 그래서 우리는 일을 오랫동안 할 수 없었다. 그것 말고는 모두 내가 처음 해보는 일이라 정말 재미있게 열심히 했다.
우린 캠프시작 2일째 되는 날 늦은 밤까지 신나게 파티를 즐기고, 3일째 되는 날 호숫가에 놀러 가고, 주말마다 모든 동네에서 열리는 파티는 모두 참석하고, 프랑스 시골의 경치를 만끽 할 수 있는 walking도 일주일에 한 번씩 했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일하고 있는 성에서 매년 열리는 축제도 때마침 열리게 되어서 축제의 일원으로 당당히 참가하여 맛있는 점심도 먹고 다양한 프랑스 전통 놀이도 배웠다. 그리고 일하는 도중에 사진도 찍히고 인터뷰도 하고, 많은 분 들께서 아주 큰 관심을 보여주셨다.
뿐만 아니라 마을 주민의 저녁식사, 캠프리더 어머니의 저녁식사 초대까지. 그리고 가장 의미 있었던 날은 내가 만든 한국 음식을 친구들이 아주 맛있게 먹어준 날과, 캠프 끝나기 이틀 전에 마을주민과 우리 봉사단들 각자 자기나라 음식을 만들어와서 함께 저녁을 먹었던 날. 나는 이곳에서 생활하면 살이 빠질 줄 알았으나 엄청 쪄서 돌아왔다. 3끼를 빵으로 먹는 유럽친구들과 그런 빵을 아주 좋아하는 나는 살찌기 좋은 환상의 궁합이었다.
그리고 프랑스에서 개최되고 있는 다른 워크캠프 참가자들을 만나는 기회도 있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그 중에서 몇 명의 한국인과 인사도 나누었다. 모두 하나같이 하는 말은, 사람들끼리 정말 많이 친해 보인다. 다들 활동적이다. 부럽다.
그제서야 느낀 것은 내가 정말 좋은 친구들을 만났고, 좋은 환경에서, 좋은 음식을 먹으며 생활하고 있구나.. 우린 서로 정말 친했고 남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 볼만큼 시끄럽고 모두 활동적인 친구들이었다. 아직도 친구들을 생각하면은 웃음부터 난다.
3주라는 긴 시간을 이곳에 다 쓰기에는 벅찰 뿐만 아니라 몇 일이 걸릴지 모르겠다. 내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일들을 너무 많이 경험했다. 여행은 즐겁지만 나에게 새로운 일은 아니라서 그런지 프랑스? 외국? 이러한 것은 나에게 큰 매력은 없었다. 하지만 내가 지냈던 곳. 프랑스의 조용한 시골마을은 정말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깜깜한 밤에 모닥불을 피워두고 잔디밭에 누워 그래픽보다 더 그래픽 같은 별들을 보는 것, 내가 지낸 비록 나의 뒷모습이긴 하나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난 사진, 침낭에서의 취침, 셀 수 없는 파리와 살이 탈 것만 같은 태양아래에서 먹는 식사, 해발1800M 등산, 등등.. 정말 셀 수 없다.
돈 주고도 절대 살 수 없는 값진 추억들이다. 나는 3주 내내 친구들에게 한국에도 워크캠프가 있으니 다음에는 한국에서 다 함께 만나자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말했었는데, 당장은 아니더라도 친구들과 또 한번 봉사활동을 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어느 나라에서든.. 정말 고맙고 사랑스러운 친구들을 만났다.
캠프 후 2주간 유럽여행을 했으나 나에겐 큰 감흥은 없었다. 나는 여행을 하면서도 정말 행복하고 즐거웠던 캠핑에서의 추억 속에서 흠~뻑 젖어있었나 보다. 지금도 친구들이나 가족들에게 유럽을 여행했던 사진을 보여주기 보단 나와 함께 생활했던 친구들 사진과 나의 캠프사진을 먼저 보여주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