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이탈리아, 2주간의 특별한 만남

작성자 최유미
이탈리아 Leg01 · ENVI 2012. 06 Piatto, Ternengo

Alpi Biellesi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1. 워크캠프에 참여하기 전
-동기
앞에서 언급했듯이 나는 대학교 동기 오빠가 워크캠프에 갔다 온 후 지나가는 말로 추천해 줬는데, 그걸 집에서 검색해 보다가 '오~ 나름 괜찮은데?' 라는 생각을 이미 갖고 있었다. 블로그들을 보면 외국,인들이랑도 정말 친해지고, 막노동을 안 해본 나로서는 그런 일도 체험할 수 있는 계기도 되고, 유럽 여행 중에 어쩌면 친구를 만나서 같이 여행할 수도 있고 그런 여러가지 기회들을 잡을 수 있을 것처럼 나와있었다. 그래서 국제워크캠프기구 한국 홈페이지에서 공고가 뜨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다가 3월 달에 신청서를 접수했다.

-지원 기준
여행 중이라 3주는 너무 길고 1주는 너무 짧기에 비행기로 유럽을 떠나기 전 아무때나 2주를 목표로 잡았다. 이제 나라를 결정해야 하는데 솔직히 프랑스에 정말정말 가고싶었다. 그런데 내가 지원할 때는 좋은 프로그램들이 없거나, 다 이미 지원이 끝난 상태였고 내 여행 계획에 있는 파리에서도 아주 먼 지역의 캠프가 나와 있었다. 사실 다른 나라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이탈리아에 이상하게 좋은 워크캠프들이 많이 있었다. 특히나 로마! 로마! 로마에서 열리는 뮤직 페스티발에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 글이 있었다. 로마는 내가 어차피 여행하게 될 도시고, 페스티발이면 분명 프랑스 사람들도 많이 올 거고(이건 그냥 자기 합리화에 불과했다...하하) 날짜도 딱 들어맞고..... 마지막 지원할 때까지 사실 처음 프랑스 워크캠프와 이 캠프 간에 정말 갈등을 많이 했다. 아...프랑스어는 배우고 싶은데,....아.....로마는 또 가고 싶은데....... 그러나 결국 로마로 결정! 하고 1순위로 넣었다. 2순위는 프랑스, 3순위도 이탈리아의 시골 마을.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때부터 나와 이탈리아의 인연은 결정되어 있었던 걸까....
지원서도 영어로 쓰라고 해서 머리 싸매면서 지원서를 작성했다. 솔직히 이태까지 난 내가 1순위나 최소 2순위에는 들어갈 줄 알았다.

-떨어지고 나서 합격
그러나 이게 웬걸! 일단 지원서를 작성해서 내면 3주 안에 발표가 난다고 했지만 3주가 지나고 4주가 지나도 발표가 나지 않았다. 그렇게 매일매일 홈페이지를 확인하던 어느날. 드디어 공고가 떴고. 난 3지망 어느 한군데에도 붙지 않았다는 통고를 받았다. 그런데 그와 동시에 아주 친절하게도 캠프 기간이 비슷하고 국가도 비슷한 워크캠프들을 추천해 주시는 게 아닌가!(메일로) 난 아주 감격해 버렸다. 그리고 앞뒤 생각해 보지도 않고 다시 지원을 했다. 그리고 얼마 후 날아온 합격통보. 이미 난 기다림에 지쳐 있었고 미국 여행 유럽 여행 모두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일단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인포시트를 받고 나서
인포시트(information sheet)란 이제 국제워크캠프기구가 아닌 내가 지원한 워크캠프 담당자가 봉사자들에게 미팅 포인트가 어딘지, 준비물은 무엇인지, 프로그램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자세히 설명해 놓은 글이다. 난 이걸 미국 여행 중간에 받아서 열어 봤는데, 사실 보고 좀 충격이었다. 1. 미팅포인트까지 가는 게 정말 복잡했고(시골이니까..) 2. 준비물 중에 캐리어를 들고 오지 말라고 했고 3. 준비물 중에 슬리핑 백이 있었다. 오마이갓....난 이미 여행 중인데....캐리어 들고 다니고 있는데..... 슬리핑 백은 무슨..... 사실 이때부터 워크캠프가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유럽 여행도 일정을 짜보니 워크캠프까지 넣기엔 다른 도시를 너무 빡빡하게 돌아다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뭐 지원했으니 어쩌겠어 하는 마음까지 들었다. 그리고 결정적인 것은 인포시트에 확정 메일을 보내달라고 하는 메일 주소로 메일을 보냈는데 구글로, 학교메일로 아무리 보내봐도 자꾸 반송이 되는 거였다^^^^^^^^^^^^하하하 그래서 마지막 최후의 수단으로 뉴욕에서 런던 가는 비행기 타기 전에 캠프 리더한테 전화를 걸었는데 영어를 못 알아듣는 거였다...................... 자꾸 Im sorry를 연발하고.....난 잘못 전화한 줄 알았다..................... 그래서 이거 이상한 거 같다고 한국 워크캠프기구에 메일을 보냈더니, 특별한 일 아니고서는 그 쪽에서는 취소를 못한다고 하길래 긴가민가 하면서 워크캠프에 가기로 결정했다.
웃긴 건 슬리핑 백도 하나 샀었는데 잃어버려서 다시 샀다는 것^^^^^^^^^^^^^지금 생각해보니 액댐한 것 같다...........하하하하하

2. 워크캠프 동안
-일
처음 워크캠프를 지원할 때 설명에는 '산길을 보수공사' 하는 일을 하게 될 거라고 적혀 있었다. 이미 수 많은 사람들의 블로그를 통해 돌로 둑을 만든 이야기, 여자들끼리 산에서 캠핑한 이야기 등등에 익숙해진 나는 마음의 준비를 일단 하고 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 생각보다 일은 힘들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남자 여자 성비가 비슷해서 여자들한테는 쉬운 일을 시켰고, 지역 주민들과 함께 일을 했기 때문에 일의 양이 줄었던 것 같다. 우린 피아토, 테르넹고라는 두 지역에서 일을 했는데 매일 아침 밖에 나가 각자가 그날 할 일을 결정할 수 있었다. 나는 이상하게 피아토에서는 한 번도 일을 해보지 못했다(테르넹고 사랑 <3) 매일 2명씩은 마을 회관에 남아서 식사 준비, 방청소, 화장실 청소 등등을 했다. 산길 보수공사(막혀 있는 물길을 내는 것), 교회 탑 계단 페인트칠, 마을 도서관 장서 정리, special olympics 저녁 식사를 위한 의자 청소(하하하하하하 이거 생각만 하면^^^^^^^^^ 120 명을 위한 의자 청소였는데 나랑 텐, 루카....그리고 마지막에 사브리나가 도와주러 왔지만 정말 힘들었다......), 차도 옆길 나뭇잎 청소가 주된 일이었다.
처음에 워크캠프 리더가 우리들의 15일 간 일정을 설명해 주면서 한 구절을 읽어줬다.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인간은 진정한 일을 통해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였나? 아무튼 비슷한 내용이었다.
난 일을 하면서 최선을 다했고, 정말 재미있었고, 땀 흘리는 게 즐거웠고, 사람들과 협력하는 게 정말 뜻 깊었고, 일 후의 맛있는 점심과 친구들과의 웃음이 정말 기억에 남는다. 캠프 리더의 그 말에 완전 공감한다. 어르신들도, 지역 봉사자들도 나에게 일을 잘 한다고 칭찬해 줘서 뛸듯이 기뻤다.

-사람
사실 일도 그렇고 문화교류도 그렇고 워크캠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지만 '사람'이 가장 큰 선물이지 않을까 싶다. 여행하면서도 느낀 거지만 그 곳이 정~~ 말 볼 거 없고 재미 없는 곳이라도, 그 일이 정~ 말 하기 싫은 일이라고 해도 함께하는 사람이 좋다면 그 일과 장소는 정말 재미있는 곳이 된다. 당연히 vice versa도 성립. 난 이곳 워크캠프에서 새 가족들을 만났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일단 international volunteer들이 다 좋은 아이들이었다. 캐나다에서 4명(여기에서 문제가 발생. 왜 캐나다에서는 4명이나 올 수 있었을까? 미스테리다. 다만 2명은 벤쿠버, 2명은 퀘벡 출신) 프랑스에서 3명, 한국에서 2명, 홍콩에서 1명이 왔고 여자 6, 남자 4명이었다. 퀘벡 아이들과 프랑스 아이들, 즉 봉사자들의 50퍼센트가 가끔 자기들끼리 불어로 얘기하는 것 빼고는 다들 원만하게 잘 지내고 정말 재미있었다. 커플도 하나 탄생했다^^ 난 그보다 이탈리아 봉사자들과 더 친해졌는데, 특히 사브리나와 발렌티나는 함께 춤도 추고 본드걸 놀이도 하고....15일 동안 진정한 친구가 되었다. 뒤의 여러 글에서도 나오겠지만 날 좋아해주는 마이클이라는 이탈리아인도 있었다. 마이클이 하도 장난도 심하고 적극적으로 얘기해서 다들 마이클이랑 날 놀렸다ㅠㅠ 독일인 다비드랑도 친해졌다. 기타를 치는 막스랑도 친해졌다. 막스는 기타치고 난 노래를 부르는 게 어찌나 재밌던지. 루카랑도 친해졌다. 루카가 물어보는 가수나 노래들마다 내가 모른다고 해서 얼마나 날 바보라고 놀리던지. 나중엔 또 우리나라 개들은 '멍멍' 이라고 한다니까 그걸 갖고 한국의 동물들은 다 바보냐고 놀렸다. 하하하하하하하 이자식이 그래도 우리 둘은 일도 많이 같이 해보고 노래도 같이 듣고 그래서 미운정 고운정 다 들었었다. 사라도 있다. 그래, 사라. 사라는 워크캠프 끝나기 2일 전에 다른 워크캠프 리더가 되어서 먼저 가보게 되었다. 사라는 예쁘고 춤도 잘 춰서 처음부터 내가 좋아했다. 와카와카 춤을 가르쳐 줬을 땐 다들 춤의 도가니.....
마이클이랑 너무 친해서 처음엔 라이벌 의식을 갖고 있다가.......그냥 친구라는 걸 알게 됐을 때는 얼마나 안심을 했던지. 하하. 나한테 'Yumi you are great. Don't change' 라고 말해줬을 때는 둘이 붙잡고 울었다. 그 외에도 두 명의 시장님, 토비아(시장님 개), 로렌초, 시뇨리따, 이보.... 모두모두 생각이 난다.

-문화교류
비록 시골 마을이지만, 그렇게 볼 거리가 많진 않았지만 문화교류를 통해서 그 지역의 사람들과 그 지역의 역사, 문화를 알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탈리아의 피에몽떼 지역은 아무도 모르겠지만(하하 내가 처음 간 한국인일수도?)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여러가지 문화 교류 활동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건 ball game(볼링이 아님!), 지역 주민들과 축구, special olympics(장애인 올림픽) 오프닝 세레모니 참관, 각국 전통음식 만들기, 어르신들이랑 빙고 게임, Monte Rosa 보러 산 올라가기, 젤라또 같이먹기 등등이다. 아 그리고 하루 자유 시간을 주는데, 우리는 가까운 밀라노나 토리노 중 하나를 선택해 놀러갈 수 있었다. 처음 워크캠프 신청하기 전에는 그냥 일만 하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다양한 활동들을 해서 정말 재밌었다. 뜻깊었다. 정말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느낌이 들었고, 내가 한 구성원이 되는 기분이 들었다.

3. 워크캠프 이후
기대, 설렘, 귀찮음, 두려움, 걱정 모든 감정들이 섞여 있었던 워크캠프 이전의 나의 상태와는 달리 워크캠프 이후는 '대만족' 그 하나만 남았다. 절대 절대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사실 워크캠프 동안 정말 즐거워서 이후에 밀려드는 외로움, 그리움이 엄청났다. 내 다음 여행지가 베네치아였는데 그곳에서는 매일매일 울었다. 보고싶어서ㅠㅠ
아무튼 워크캠프 이후에 난 내가 외국인이든 나이가 어리든 많든 사람들과 잘 어울린다는 걸 깨달았고, 거기에서 오는 자신감을 얻었다. 같이 워크캠프 했던 린이 내가 부럽다고, 매일 꽃을 받는다고 볼멘 소리 하는 게 생각난다. 나는 이렇게 사람들을 대하는 게 체질인가 보다. 훗.
그리고 물론 여행을 하면서도 느꼈지만 어디를 가든 무슨 일을 하든 잘 해낼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도 얻었다. 사람사는 세상에서 두려울 게 없어졌다. 하하.

다시 한번, 이런 기회를 주신 하나님께, 워크캠프기구에, 함께 했던 모든 분들께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