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숨 가빴던 일상, 워크캠프로 잠시 멈춤

작성자 김민아
이탈리아 Leg35 · ENVI 2012. 08 Refrontolo

Refrontolo, Prealpi Trevigiane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워크캠프를 떠나기 전에 나는 항상 바쁘다는 이유로 여러 가지를 놓치며 살아왔다.
디자인과는 늘 과제가 많고 바쁘다. 워크캠프를 신청하지 않았더라면 그런 핑계들로 여행 한번 재대로 다녀보지도 못하고 졸업하는 순간까지 지루하게 살았을 것 같다. 워크캠프의 벽보를 보았을 때도 부럽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먼 나라 얘기인 것 같아 별 고민도 없이 포기해 버렸다. 막연한 부러움과 막연한 두려움이 앞섰기 때문에 차근차근 고민해 보지도 못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나에게는 특별한 행운이 따랐던 것 같다. 워크캠프 신청 마감 당일 날 조교님과 교수님의 도움으로 신청하게 되었고 얼떨결에 서류를 작성하고 가고 싶은 나라를 선택하고 원하는 프로그램과 날짜를 적어 넣게 되었다. 워크캠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모르던 나에게 그 신청서는 도박이나 다름없었다. 해외여행 경험도 없고 봉사 경험도 전무한 내가 어떻게 그 많은 외국아이들과 봉사활동을 할 수 있을까?! 수많은 걱정 속에서도 유럽 배낭여행에 대한 욕심과 현지인들과 친구가 될 기회가 생길까 하는 기대 속에 참가신청 발표 일을 기다렸다. 문자로 합격통보를 받았을 때는 복도를 뛰어다니면서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나 배움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있다는 것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너무 행복했었다. 너무 행복해서 남의일인 것 같았다. 하지만 점점 준비를 하면서 워크캠프에 간다는 것이 실감이 나기 시작했고 나의 부족한 영어실력이나 여행에 대한 허술한 준비 때문에 이탈리아로 출발하기 전에 조금 힘든 점도 있었다. 로마와 피렌체, 베니스를 둘러보면서 막연했던 언어의 대한 두려움을 많이 이겨냈었다. 나의 영어를 알아듣는 외국인들이 더 신기했고 영어로 대화한다는 것에 재미가 들려 일부러 친해지고 싶어서 내가 먼저 나서서 대화를 주도 했던 적도 있었다. 아름다운 베니스를 뒤로 하고 워크캠프를 찾아가기 위해서 트랜을 타고 한참 달려서 과수원이 잔뜩 보이는 조용하고 아름다운 시골로 도착했다. 드디어 reforontolo에 도착해서 먼저 터키 남자애를 만났다. 처음에는 할 말이 없고 너무 갑작스레 만나게 되어서 당황했지만 같이 젤라또도 먹고 사진도 찍으면서 제일 처음으로 사귄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이탈리아 현지인 리더도 만나고 다른 애들도 모두 만나게 되었다. (스페인 Jon, Lucia 알마니아 Shaqe, Araz 세르비아 Marko 체코 Metodej 터키 Ozge, Gizem, Ozgun 프랑스 Chloe 이탈리아 Paolo 러시아 Anastasia) 이 외에도 Paolo나 Marko처럼 우리를 챙겨주는 스텝 가브리엘과 마리아는 이틀정도 보다가 만날 수 가 없어서 아쉬웠다. 한국에서 외국아이들과 친해지지 못하거나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인종차별을 당하고 싸우게 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많이 했지만 정말 신기하게도 하루 만에 우리 모두 친해졌다. 스페인에서 온 Jon과 Lucia는 굉장히 활발하고 열정적이었고 한국어에 관심이 많아 한국어를 알려주면서 친해지게 되었다. 특히 Jon의 아버지가 인천대와 서울대에서 교수를 하시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영어를 잘 못하는 우리에게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한국어를 제일 많이 배우고 싶어 했다. 동유럽 알마니아에서 온 Shaqe와 Araz는 워크캠프에 대한 경험이 있고 한국 친구가 있기 때문에 말이 잘 통했다. 세르비아에서 온 Marko는 스텝이었는데 같이 장난도 치면서 우리를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주고 자상하게 도와주었다. 별명이 판다였는데 정말 그 별명을 마음에 들어 했다. 체코에서 온 Metodej는 정말 동네 오빠처럼 재미있고 짓궂지만 내가 다치면 항상 먼저 달려와 주고 무거운 짐이 있으면 꼭 들어주고 심지어 나를 들어주기까지 했다. 제일 많이 친해진 터키친구들은 정말 기억에 많이 남는다. 장난기가 제일 심했지만 헤어질 때 누구보다 많이 울었던 여자애 Ozge와 귀엽고 친절한 Gizem 그리고 매너 좋고 위기의 순간에 나를 구해주고 이 캠프에서 처음으로 사귄 친구 Ozgun. 프랑스에서 온 Chloe는 망가진 내 자전거를 손수 분해해서 도와줄 정도로 마음이 따뜻한 여자애다. 러시아에서 온 Anastasia는 활발하고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고 보드카를 즐겨 마시는 화끈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리고 내가 알아듣지 못해서 질문을 가장 많이 하고 귀찮게 했던 리더 Paolo!! 그는 말할 때 입모양을 크게 말해주고 중요한 말을 천천히 해주는 정말 착한 리더였다. 비록 내가 워크캠프는 처음이지만 이만한 리더를 만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 시작한 봉사활동은 늘 재미있는 놀이 같았다. 오전 일과는 아침 식사를 하고 마을 나무 울타리에 니스 칠을 하는 것이 다. 다들 옷이나 피부에 니스가 묻어도 모를 정도로 열심히 일하고 나무 틈 사이도 꼼꼼히 칠했다. 특히 Metodej는 우리가 울타리를 모두 칠했을 때도 혼자 남아서 덜 발라진 곳을 꼼꼼히 바르고 리더를 가장 많이 도와주었던 걸로 기억한다. 항상 짓궂게 장난만 치고 술 마시는 것만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일도 열심히 하고 틈만 나면 진지하게 이탈리아어를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본 받아야지 하고 결심했다. 오전일과를 마치면 점심을 먹으러 숙소 (체육관) 위로 올라가면 식당이 있었다. 우리캠프는 조를 짜서 아침, 점심, 저녁 식사를 준비했는데 정말 맛있게 먹었다. 파스타와 샐러드, 빵을 주로 먹었고 스페인 여자애가 만들어준 쌀로 만든 요리를 먹었을 때 정말 맛있었다. 점심을 먹고 체육관에 내려가서 샤워를 하거나 카드게임, 독서, 일기 쓰기, 낮잠 등의 자유 시간을 갖는다. 피곤했지만 애들이랑 노는 것이 즐거워서 낮잠은 1시간 이상 안 잤던 걸로 기억한다. 처음으로 캐치볼이나 원반 접시 던지고 받는 놀이 등을 해봤는데 정말 단순한 게임이지만 이렇게 즐겁고 행복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놀이보다 이 아이들과 같이 있는 시간이 즐거웠던 것 같다. 하나라도 더 얻어가고 싶은 생각에 게임의 룰도 모르면서 같이 놀았다. 그럴 때면 Ozge, Chloe가 옆에서 설명해 주고 알려주었다. 영어를 잘 못하는 나를 위해서 천천히 말해주고 예를 들어주는 모습이 너무 친절하고 착해서 항상 고마웠다. 오후 5시가 되면 차를 타고 morineto로 갔다. 그 마을은 와인을 만드는 곳이라 항상 온 주변이 포도밭이었다. 전통방식으로 와인을 만드는 방법과 기구를 보여주셨고 맛있는 포도주를 시음 할 수 있는 기회도 주셨다. morineto는 축제를 열어서 그 와인과 갖가지 바비큐나 커피, 맥주, 칵테일을 판매하는 것이 이 마을 사람들의 생업이었다. 우리의 일은 그 축제를 돕는 일이었다. 주문을 받고 음식을 서빙하고 사람들이 떠나간 테이블의 쓰레기를 버리고 정리하는 것이었다. 마을 사람들 모두 우리에게 친절하고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차근차근 설명해 주어서 너무 고마웠다. 그 곳에서 베니스에서 한국어를 1년 동안 공부한 제시카를 만났는데 제시카가 빅뱅을 너무 좋아해서 놀랐다. MP3에는 한국 음악으로 가득했고 뜻은 모르지만 받아쓰기를 정말 잘했었다. 영어도 잘해서 현지인들과 대화하는 것을 통역해 주거나 주문을 받을 때 많이 도와줬다. 이 마을 사람들은 영어를 거의하지 못해서 이탈리아어로 주문을 받아야 했는데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지만 이탈리아어를 제법 배우게 되었다. 정말 하나도 힘들지 않고 너무 즐겁게 서빙 했었다. 캠프에서 총 이틀의 프리데이가 있었는데 그 날은 일을 쉬고 우리끼리 놀러가는 날이었다. 소풍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첫날은 호수에 갔는데 말이 호수지 거의 바다에 가까울 만큼 크기가 컸다. 수영을 못하는 것은 우리 둘 밖에 없었기 때문에 조금 부끄러웠다. 나 하나 수영을 가르쳐 주겠다고 네명이 우르르 몰려와서 좀 당황했지만 다 같이 물속에서 재미있게 놀았다. 물놀이가 끝나고 나는 무엇을 하고 살았나 하고 후회하게 되었다. 이 애들은 5개 국어를 하는 아이도 있었고 (보통 3개 국어) 애들 모두 자전거도 잘 타고 수영도 잘 하고 여행도 많이 다녀보았다고 해서 놀랐다. 입시, 대학교 과제를 핑계 삼아서 너무 나태하게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앉아서 몸을 말리고 있는데 리더가 와서 보트를 타지 않겠냐고 했다. 오리배 처럼 페달을 밟아서 앞으로 가고 옆에 있는 바로 방향을 전환하는 특이한 보트였다. 재미있겠다 싶어서 도전했다. 마을 현지 여자애 두 명과 리더, 나, Anastasia 총 다섯 명이 탔다. 큰 호수를 횡단하면 또 다른 호수가 보이는데 너무 울창해서 또 다른 호수는 보이지 않았다. 그 날은 정말 잊을 수가 없었다. 밑바닥은 바다처럼 산호초 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색들이 오색찬란해서 너무 예쁘고 물고기들이 놀라서 숨는 모습들이 너무 귀여웠다. 울창한 숲을 통과할 때는 내가 마치 영화 정글짐을 찍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너무 아름다웠다. 산에서 잠을 잘 때도 있었는데 정말 하늘을 이불삼아 차가운 땅 바닥에서 자야했다. 하늘에 별들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고 눈을 감았다 뜨면 그 별들이 쏟아질 것 같았다. 다음 프리데이는 다 같이 베니스로 갔는데 리도 섬에 있는 해변에서 정말 재미있게 놀았다. 같이 조게 껍데기를 줍고 너무 행복했었다. 워크캠프에 가서 처음 하는 일들이 너무 많았고 말로 설명 할 수 없을 만큼 즐겁고 행복했다. 나중에 누군가가 워크캠프에 간다고 한다면 적극 추천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