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탈린, 다국적 친구들과 영어캠프 리더 도전
DOWN TOWN KIDS CITY II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내가 참여한 워크캠프는 러시아 이민자 자녀들을 상대로 하는 영어 캠프에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아이들을 통솔하는 캠프리더를 하는 일이었다. 이 캠프에는 캠프리더인 에스토니아 여자 마리아와 한국인 여자 셋, 영국, 폴란드, 일본에서 온 여자 하나, 우크라이나에서 온 여자 둘, 그리고 이태리에서 온 남자 한 명이 참가했다. 처음에는 압도적인 성비에 조금 놀랐으나 우리는 곧 익숙해졌다. 캠프가 열리는 In Downtown School은 이름 그대로 탈린의 아름다운 구시가지 한 가운데 위치하고 있었다. 영어를 비롯해 중국어, 프랑스어 등 여러 언어를 가르치는 교육기관인 이 곳은 매년 여름 영어캠프를 개최하고 있었다. 맨 처음 3일 동안은 앞으로 열흘간 열릴 캠프의 프로그램과 내용을 기획 및 준비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열흘 간의 캠프는 하루의 Field Trip과 중간중간 야외학습을 제외하고는 대개 오전에는 캠프리더들의 각 나라에 대한 Country Presentation이, 오후에는 그 날 그 날 다른 Day Topic에 관련된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모든 캠프리더들은 각 한 개의 Country Presentation과 두 개의 Day Topic을 맡아 준비를 했다. Country Presentation은 단순히 캠프리더들이 자기 나라에 대한 발표를 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아이들로 하여금 우리 나라들에 대해 무언가를 발표하게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나이에 따라 총 4개의 다른 그룹으로 나뉘어졌는데, 우린 가장 어린아이들에게는 태권도를, 2조는 태극, 무궁화, 하회탈, 한반도 문양을 나눠주고 그리고 그 뜻에 대해 발표하도록 했다. 3조에게는 단군신화를 영어 연극으로 꾸며 대본을 나누어주어서 준비하도록 했고 마지막으로 가장 나이가 많은 4조는 주방에서 불고기를 요리했다. 이 곳에 오기 전까지 에스토니아가 어떤 나라인지도 몰랐는데 여기 아이들이 하회탈, 무궁화를 열심히 그리고 있는 모습을 보니 감회가 남달랐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자기 조가 맡은 것들을 매우 좋아했다. 특히 불고기는 모든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서 눈 깜짝할 새 동이 났다. 열흘 간 다른 나라도 비슷한 형식의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는데, 아이들이 직접 무언가를 준비하고 발표하게 한다는 것이 캠프리더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아이들은 때로는 재미없다고 투정을 부리기도 했고, 유난히 적응을 못해 화장실에서 우는 아이도 있었다. 너무 어린 아이들은 영어를 잘 하지 못해 우크라이나에서 온 친구들이 러시아어로 통역을 해주어야만 했다. 오후에 Day Topic은 Relationship, Handcraft, Lifestyle 등 다양한 주제였다. 이 주제에 맞는 프로그램을 준비, 진행하는 것들도 캠프리더들의 몫이었는데 단 한 번도 아이들을 가르쳐본 적이 없는 우리가 아이들이 참여할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것은 아마츄어로서는 힘든 일이었다. 내가 맡은 주제는 Environment였는데, 환경에 대한 퀴즈를 준비해 틀릴 때마다 각 조의 얼음이 작아져서 북극곰이 살 공간이 줄어드는 게임을 준비했다. 퀴즈를 미리 준비하고 얼음과 북극곰 가면을 준비하느라 나는 전 날 새벽 세시까지 일해야 했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캠프리더들이 다음 날 자기 담당의 Country Presentation이나 Day Topic이 있으면 준비를 하느라 새벽까지 잠못들고 일을 하곤 했다. 그 때는 너무 힘이 들어서 다들 이렇게 힘든 워크캠프는 처음이다, 우리가 할 일이 아니다 하며 투정을 부렸지만 지금 뒤돌아 생각해보면 내 인생 두 번 다시는 할 수 없는 경험이 된 것 같아 뿌듯하다. 대부분의 캠프리더들은 이미 올 여름에도 워크캠프에 참가했다 온, 워크캠프 리더까지 했던 ‘워크캠프 베테랑’들이었다. 워크캠프가 처음이었던 나는 그들에게 다양한 워크캠프에 대한 얘기를 들었지만 그 때마다 그들은 이렇게 일 만 하는 워크캠프는 여기가 처음이라 답하곤 했다. 나도 육체적인 노동을 하는 곳 보다 여기가 더 쉬울 꺼라 생각했는데, 그 것은 큰 오산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지낸다는 것은 육체적으로도 뿐만 아니라 정신적, 감정적으로도 큰 힘을 요하는 노동이었다. 9시부터 시작되는 캠프는 매일매일이 아이들과의 연애이자 전쟁과 같았다. 그들과 너무나 깊은 정서적 유대를 나눴지만 동시에 그들에게 규율을 요구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들과 친해지는 것은 좋았지만 어디까지나 우리는 그들을 제어해야 하는 캠프리더였고 그게 불가능해지면 너무나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매일 캠프가 끝나면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어떤 날은 세시간에 가까이 하루에 대한 피드백과 내일에 대한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을 다루는 방식이나 프로그램 진행에 있어 우리는 거의 매일 치열하게 대립하고 토론했다. 사람들 마음이 상하는 일도 있었다. 다시 한 번 어린 아이들을 다루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고된지 확인 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얼마나 진지하고 신중해야 하는 일인지 많이 실감했고, 그래서 지금 돌이켜 보면 이렇게 치열하게 토론한 우리가 자랑스럽다. 그 누구도 우리가 하는 일이 장난으로 대충해서는 안되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던 것 같다. 매우 힘들었던 워크캠프였다. 함께 일했던 우리 모두가 동의했고, 특히 워크캠프 리더는 너무 지쳐서 마지막 날 우리와 저녁조차 함께하지 못했다. 하지만 난 우리 중에 그 누구도 이 캠프에 참가한 것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탈린에서의 치열한 여름을 만들어 준 아이들이 그리운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