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나가노 산 속, 2시간의 깨달음

작성자 박지연
일본 NICE-12-88 · AGRI/MANU 2012. 10 일본 나가노

Maki 3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몇 년 전부터 계속 망설이다가 더 미루면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이번에 참여를 하게 되었다. 생애 첫 해외 봉사활동에 일본도 처음 가는 것이었다. 준비를 하고 도쿄에 도착하고 나가노 행 버스를 타기 전까지는 일본 여행을 할 생각으로 더 들떠 있었다. 4시간 만에 도착한 나가노 하쿠바. 캠프 멤버들과 우리를 마중 나온 Kyodogakusha maki farm을 운영하시는 미야자키 마코토상과 첫 만남을 통해서 나의 진짜 목적을 실감을 했다.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미팅 포인트에서 차로 15분 이동. 그게 끝이 아니었다. 거기서 순간 나의 큰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깨달았다. 배낭이 아닌 suite case를 들고 온 것을. 짐을 갖고 등산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많은 비는 아니었지만 내리기 시작했다. 올라가면서 내가 왜 이것을 한다고 했을까 생각을 하면서도 이 산속에 무슨 농장이 있는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 2시간이 넘게 등산하여 도착한 Kyodogakusha. 이곳은 사회에서 적응하기 힘든 분들이 공동생활을 하면서 유기농 농사를 하는 곳이다. 다소 우리와 거리를 두지 않을까 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고 우리를 환영해 주었고 친절하게 대해 주셨다.. 농사 일은 익숙하기는 했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더욱이 기계의 사용은 최소한으로 하기에. 10일간의 생활. 아침 5시 30분에 일이 시작하여 저녁 6시에 끝나는 일과. 멤버들 모두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에 익숙해지기는 어려웠다. 특히 숙소는 일본 전통 가옥은 난방이 전혀 되지 않아 너무 추웠다. 저녁에는 모닥불을 피울 수 있는 방에 모두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온수는 나왔지만 비 오는 날에는 흙탕 물이 나와서 처음에는 당황 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다들 거기에 적응을 해갔다. 그리고 10월 날씨라고는 생각 되지 않았다. 주위 경치는 너무 아름다웠다. 뒷산에는 단풍이. 앞에 보이는 산에는 눈이 내려서 설산을 이루었다. 10월에 눈 덮인 광경을 볼 줄이야. 밤에는 손전등 없이는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암흑같이 어두웠지만 수많은 별들을 볼 수 있었다. 어릴 적 시골에 살 때나 볼 수 있었던 은하수와 별 자리들을 볼 수 있었다. 일을 할 때에 핫 팩 사용은 필수였다. 가축의 모이로 사용 할 옥수수를 줄에 엮는 일과 수확한 팥과 콩들을 선별작업은 실내에서 하는 일이라 조금 편했고 같이 일하면서 일본만화 드라마 노래 등 좋아하는 주제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콩 선별작업은 장 시간 앉아서 작업을 해야 해서 몸도 아프기도 지루하기도 했다. 숙소 청소와 세탁. 닭장에서 닭 모이 주고 달걀 꺼내오기. 산양 먹이 주고 우유짜기. 식사 준비. 그 외 일들. 멤버들간 의견을 나누어 매일 바꾸어 가며 주민들과 매일같이 했다. 산양을 젖 짜는 일은 재미있었다. 아직 수확하지 못한 콩도 수확하고 비닐 하우스에서 채소들도 수확했다. 물론 힘든 일도 있었다. 장작패기는 처음 해봤는데 나무가 너무 단단하고 도끼는 너무 무거웠다. 장작 패기 이후 손이 너무 아파서 젓가락 잡기가 너무 힘들었다. 블루베리 나무 주위의 풀 제거하면서 실수로 장갑을 끼지 않은 채 작업을 한 탓에 풀 독이 올라서 고생도 했고, 벼를 탈곡하면서도 너무 가려워서 고생을 하기도 했다. 7명 멤버들이 제일 힘들어 했던 일은 따로 있었다. 우리가 있는 곳에서 더 높은 곳에 올라가 내년에 지붕을 새로 하기 위한 준비로 억새풀과의 풀을 베어 오는 것이었다. 비 때문에 미끄럽기도 하고 길이 좋지 않아서 오르는 것도 힘들지만 벤 억새풀을 메고 내려 오는 것도 곤욕이었다. 중간에 미끄러지기도 했다. 이 작업을 다음 날에도 한다는 보고를 받았을 때에는 모두가 한숨을 내쉬었을 정도였다. 멤버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일 후에 갖는 쉬는 시간. 간식도 먹고 낮잠을 잘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식사 시간. 입맛에 맞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 배고픈 만큼 잘먹었다. 그리고 자는 시간이었다. 다들 피곤해서 일찍 자서 주민들과 밤에는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것이 아쉽다. 쉬는 일요일은 멤버들 모두 근처에 있는 농장 구경을. 등산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지만 가을 경치도 구경하고 온천에 가서 쌓인 피로도 풀고 너무 좋았다. 주민인 에노키도씨. 료우마 군의 생일이 마침 있어서 다 같이 케익도 만들어서 축하파티도 했다. 야마모토군의 현대무용 퍼포먼스도 보고 마코토씨의 첼로 공연을 볼 수 있었다. 각국의 소개 시간에는 다 같이 게임도 하고 노래도 배웠다. 그리고 마지막 날에는 멤버vs주민들 축구 시합이 이루어졌다. 비록 작은 공터였지만 오랜만에 열심히. 다들 승부욕이 장난이 아니었다. 마키 캠프 멤버들의 승리! 일본 전통 모찌(떡) 만들기도 직접 했다. 찐 찹쌀을 절구에 찧는 방식은 한국과 같았다. 콩고물에 묻혀 먹은 것은 한국의 인절미와 다를 바 없었다. 저녁에는 다같이 모여서 그 동안의 생활을 하면서 각자 의견을 나눈 시간도 가졌다. 돌아오는 날에는 하쿠바 지역 행사에 참여하는 마코토씨의 연주도 보고 여러 공연을 보았다. 한동안 화창한 날씨였으나 첫날과 마찬가지로 마지막 날에도 비가 우리를 반겼다.한동안 그곳에서의 생활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아무것도 할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멍해 있었다. 마치 소설 한 여름 밤의 꿈 같이 꿈을 꾼 듯이 내가 정말 한 것일까? 생각이 들었다.갑자기 가기 3일 전부터 쌓인 스트레스와 매년 겪는 인후염으로 아무것도 먹지 못할 정도로 몸 상태도 너무 좋지 않았다. 하지만 kyodogakusha에서 그들과 같이 규칙적인 생활하다 보니 몸이 건강해졌다. 그리고 조금 하기 힘든 이야기들도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스트레스로 인해 황폐화된 내 정신상태도 건강해졌다.
우리 멤버들 장난끼가 많은 홍콩인 Liza와 슬로베니아인 ALEX, 프랑스어를 다시 공부하게 자극이 된 프랑스인 Jason, 일본인 귀여운Akina,마른 몸에 비해 강철체력 Haruka 그리고 든든한 캠프 리더 Chieri. Kyodogakusha 리더 마코토씨. 2013년에 드디어 결혼하는 노총각 무네씨. 핑크색을 좋아하고 요리를 잘하는 쿠니씨.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고 쿠우타(고양이)를 좋아하는 노무라씨. 이와세씨.Akb48 아이돌을 좋아하는 이토우씨. 유령을 본다는 자신만의 정신세계를 가진 에노키도씨. 현대무용을 하며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는 야마모토 군. 그리고 말수는 적지만 아주 성실한 료우마 군. 이들 덕분에 10일간 짧았지만 생애 있어서 아주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나의 어느 정도의 영어로는 일본어를 못하는 멤버와 일본어로는 일본인 멤버와 주민들과 이야기를 했지만 조금 더 유창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덕분에 영어와 일본어 공부를 다시 하게하는 계기가 되었고 “IF you have come to help me, you are wasting your time. But if you have come because you think your liberation linked to mine, then let us work together.” 이 문구를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을 돕는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그들에게서 내가 더 큰 도움을 받고 치유가 되었다. 나에게 있어서 워크캠프는 단순 봉사활동이 아니라 Healing camp였다. 다시 한번 참여를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