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잔지바르, 땀과 웃음으로 기억될 추억

작성자 구재모
탄자니아 UV289 · HERI/ CULT 2012. 03 - 2012. 04 Zanzibar, Maungani

Maungani, ZANZIBAR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22시간의 비행 시간을 견디며 마침내 도착한 인류탄생의 땅 아프리카. 난생 처음 온 곳이고 죽기 전, 언젠가는 반드시 가보리라 생각하며 부푼 기대를 안고 도착한 아프리카의 첫 인상은 덥고 불편함. 그 자체였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문명의 부재와 날씨에 이 정도로 영향을 크게 받으리라 생각하지는 않았었다.
찌는 듯한 날씨에 더 짜증났던 것은 다에르살렘 공항 직원들이었다. 출발 전 영어에는 자신이 있었는데 평소 북미 권 친구들밖에 없던 지라 이쪽 사람들 영어 발음을 알아듣는데 조금 어려웠고, 공항 내 직원들 태도가 매우 불친절했다. 결국 비자를 발급받는 데만 3시간이 걸렸다. 프로그램 시작 3일 전에 먼저 도착한 나는 택시를 타고 UVIKIUTA 센터에서 머물기로 했다. 택시 차창 밖으로 본 아프리카의 풍경은 공항에서의 불쾌함을 잊게 해줄 만큼 이질적이고 신기했다. 아마 한국 사람치고 난생 처음 보는 달라달라와 페인트로 수작업 한 간판들, 도로 위에 날리는 먼지를 보며 무덤덤한 사람이 과연 있을까 싶다. 택시 기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도착한 UVIKIUTA 센터에 서 가장 먼저 나를 반겨준 것은 원숭이들이다. 야생 원숭이들이 사람들과 같이 지낸다는 게 꽤나 신선했다. 저녁식사에선 캐나다인 장기 자원봉사자 Sacha를 만났다. 다에르살렘에서 다른 3명의 캐나다인들과 같이 프로그램을 한다는 이 친구들은 신기하게도 모두Native Canadian출신(흔히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고 있는)이었다. Sacha와 이야기를 하는 도중 자신의 커뮤니티는 고유 언어와 문화를 많이 잃어버렸다는 소리를 듣고 문득 우리나라의 일제강점기가 떠올라 이런저런 감정을 많이 느꼈다.
숙소는 친환경인 태양열을 사용했는데 개념은 무척 마음에 들었지만 에어컨은 고사하고 선풍기도 없어 더위와 모기에 잠을 설쳤다. 거기에 이른 새벽에 원숭이들이 지붕에서 난리를 피워 밤에 잠을 이루기가 힘들었다. 출발 전날 같은 프로그램에 우연히 한국인이 참가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부산에서 온 한 청년을 만났다. 아무튼 3일간 별 탈 없이 지내고 잔지바르 섬으로 떠날 시간이 되었다. 캐나다 친구들도 다행히 우리가 프로그램을 하는 Maungani에서 자기들도 3주간 봉사활동을 할 것이라며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하며 잔지바르 섬으로 출발했다. 다에르살렘과 매우 다른, 마치 다른 국가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잔지바르 섬은 인구의 80%가 무슬림이며 인도계 사람들도 많은 곳이었다. 이에 걸맞게 이 곳 사람들은 자신들을 탄자니안이라고 부르기보단 잔지바리(Zanzibari;잔지바르인)라고 소개한다. 역사적으로도 이 곳은 탄자니아의 독립보다 두 해 늦은 1963년에 탕가니카(지금의 탄자니아 공화국)와 합병을 했다고 한다. 그 전까지는 두 곳 모두 영국의 지배하에 있었고 그 덕에 운전석이 오른쪽에 배치되어 있고 차들의 진행방향이 영국과 같다. 이번에 내가 참여하게 된 워크캠프(UV289)는 잔지바르 섬의 몽가니(Maungani)에서 주로 지역 여성들을 돕고 부수적으론 커뮤니티에 필요한 소소한 일거리들을 도와주는 것이었다. 시트로 확인한 주요 일정은 바구니 짜기, 전통 의복 제작, 헤나 페인팅이었고 이 외에도 향신료 농장 방문, 주변 섬 방문 등 주말에 즐기고 지역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즐길 거리도 마련되어 있었다. 기대를 안고 도착한 잔지바르 항구. 잔지바르 여객선 항구에서 또 다른 한국인 참가자와 캠프리더 Lawrence와 만나 마침내 캠프 여정을 시작할 숙소에 도착하였다. 화장실 2개, 방이 3개가 딸린 숙소였는데 여자 화장실은 좌변기에 샤워시설, 세면대까지…이 정도면 아프리카에서도 최고급 호텔에 버금가는 수준의 화장실이었다. 반면 남자화장실은 1평짜리 제래식 변기에 샤워기 하나 달랑…뭐 그래도 큰 불만은 없다. 남자가 양보해 줄 수도 있지. 다음 날. 본격적으로 프로그램을 시작하였다. 우선 가장 먼저 전통 복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시작하였다. 캉카(kanga)라고 불리는 원단을 먼저 만들었는데 소재가 까칠까칠한게 모시가 떠올랐다. 가장 중요한 염색. 염색 작업은 타이다이(tie-dye)라고 하는데 염색 소재는 분처럼 가는 염색 가루를 끓는 물에 풀어서 사용한다. 타이다이는 이쪽 고유의 일종의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여러가지 화려한 색상을 나선형, 원형 등으로 색을 덧입혀서 작업한다. 여기서 재미있는게 콜라병 뚜껑을 사용해서 색상을 입한다는 것이다. 얼핏 들으면 이해가 안갈 수도 있겠으나 방법은 간단하다. 콜라병 뚜껑을 원단 위에 올려두고 원단으로 감싼 후 끈으로 묶어버린다. 이렇게 하면 염색 약이 닿지 않는 부분은 자연스레 색이 입히지 않게 되고 원단 색상을 유지하게 된다. 그런데 이 문양이 예사롭지가 않다. 원형으로 홀로그램처럼 뻗어나가는게 얼핏보면 이런 단순한 과정을 거친 것 같지가 않다. 이후 원단의 색을 유지하고 싶으면 그 부분에 양초를 묻혀 색을 보존하고, 다른 색을 입히고 싶으면 염색된 부분에 초를 묻혀 다시 염색을 한다. 그 외에도 헤나 페인팅도 기억에 남는다. 타투와 비슷하지만 2주 정도 후엔 지워지는, 어릴 적 판박이와 비슷한 것인데, 이건 이미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에 많이 보급되어 있으므로 그리 특별한 경험은 아니었다. 다만 헤나 페인트 소재가 몸에 좋지 않으므로 임산부나 몸이 안 좋은 사람은 하지 않는다 라고 한 점에 기억에 남는다. 친환경 바구니 짜기가 다음 주제였다. 이 바구니는 쉽게 말해 예전 우리가 지푸라기로 새끼를 꼬아서 만드는 방법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식물 잎을 말린 후 칼로 잎을 가른다. 그 후 자른 잎을 앞서 설명한 캉가를 염색한 방법과 마찬가지로 원하는 색으로 염색을 한 후, 넉넉히 건조를 시킨다. 잎이 다 마르고 염색약의 독성이 증발하면 교차 엮기 식으로 계속해서 엮어나간다. 이 것을 사각형 나무 상자나 콜라 병 위에 덧씌운 후 엮어나가면 마지막으로 바구니가 완성된다. 나중에 잔지바르의 도시인 스톤타운에서 만난 남아공 출신 할머니가 일러주길, 요새는 중국산 싸구려 플라스틱 바구니가 싼 값에 팔려서 동네 주민들의 생산품이 팔리지 않는다고 했다. 거기에 친환경 바구니는 사용 수명이 다 했을 때 폐기처리에 문제가 없지만 플라스틱은 따로 처리를 하는 공장 시설도 없어서 환경오염까지 시킨다고 했다. 한가지 더 흥미로운 점은 잔지바르는 유럽인들에겐 유명한 휴양지인데(실제로 성수기엔 많은 유럽인이 있다고 한다) 이 곳에서 하는 레스토랑, 여행 업체, 숙박시설 같은 관광 업체의 실질적인 사장은 대부분 모두 유럽인이라는 점이다. 이 말을 듣고 잠시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아프리카는 과거에도 착취의 대상이었고 현재에도 마찬가지인, 착취의 역사구나. 냉정하게 바라보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와 같은 착취 구조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거로부터 노예로 팔려나가고 자원을 착취당했던 이들이 정말 엄청나게 급진적인 기술 발전을 이루지 않는 이상 어쩔 수 없이 돈 많은 타 국가들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고 이것이 계속하여 착취의 연속, 가난의 연속을 낳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외에도 자연 환경적인 요인 같은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말이다. 서구인들이 아프리카를 underdeveloped 시켰다는 말은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워크 캠프를 통해서 내가 상상하던 아프리카와 실제 아프리카의 차이를 확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비록 탄자니아라는 나름 발전한 나라, 그 중에서도 관광지로 알려진 곳에서 지냈으므로 모르는 것이 훨씬 많을 것이다. 다만 조금이나마 실제 몸으로 부딪혀 보고 생생하게 느꼈다는 점에서 내 인생에서 정말 귀중한 체험을 한 것 같아 기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