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레이캬비크, 낯선 땅에서 만난 인연

작성자 이현정
아이슬란드 WF59 · FEST/ENVI 2013. 10 - 2013. 11 Reykjavik

Iceland airwaves - rock festival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아이슬란드, 이름만 들어도 생소한 이 나라에 가기로 결정한 것은 소위 말하는 북유럽 국가에 대한 환상 때문이었다. 차가운 공기, 호탕한 바이킹족, 빙하, 오로라 등 북유럽을 떠올리면 연상되는 이미지들은 워크캠프 시작 전부터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아이슬란드로 들어가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워크캠프와 더불어 유럽여행을 계획한다면 영국이나 독일에서 저가항공을 이용하면 된다. 나의 경우 베를린을 경유해 아이슬란드로 가게 되었는데 그 곳에서 나는 Vala를 만났다. 게이트 앞에서 아이슬란드 행 비행기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리던 내게 Vala는 먼저 말을 걸었다. 독일에서 일을 하고 모국으로 돌아가는 중이라는 그녀는 아이슬란드어로 이름을 어떻게 쓰고 읽는지, 또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빅이 얼마나 작은지, 그래서 아이슬란드 사람끼리는 건너건너 전부 다 알 수 있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에 대해 이야기해줬다. 2시간의 비행시간동안 계속된 수다 겸 아이슬란드 속성 공부는 다음 날 시내에서 또 만나자는 약속으로 이어졌다. 이튿날 우리는 시내의 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그리고 고맙게도 Vala는 나를 저녁식사에 초대해주었다. Vala와 그녀의 남편, 언니 그리고 나는 저녁 식사 내내 서로 궁금한 것을 묻고 답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북유럽 사람들의 영어실력에 대해 익히 들었지만은 나와 함께하는 동안 아이슬란드어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 그 배려에 특히 감동을 받았다. 그렇게 아이슬란드에서의 시작이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워크캠프가 시작됐다. 모든 일은 리더의 통솔아래 차근차근 진행되었다. 서로 소개를 하고 팀을 나누어 식사, 청소, 설거지 등의 업무를 분담했고 무엇보다 봉사자들이 각기 다른 문화권에서 온 만큼 더 배려하고 소통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팀원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영어가 부족하면 프랑스어로 번역해서 소통했고 나처럼 한국에서 온 팀원들끼리도 서로서로를 도우며 캠프를 진행했다. 자연의 나라 아이슬란드는 수도꼭지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아주 차갑고 맑은 천연수가 흘렀고 왼쪽으로 돌리면 화산의 힘으로 데워진 따뜻한 물이 흘렀다. 덕분에 수영장이나 온천이 많이 발달했는데 그 덕에 봉사팀원들끼리 더욱 가까워질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일정이 시작되기 전에는 아이슬란드의 유명 관광지를 함께 여행하며 봉사 일정이 시작되기 전부터 팀워크를 탄탄히 다지게 되었다. 하루는 봉사자들이 모두 모여 놀고 있는데 누군가 오로라! 라고 외쳤다. 우리는 일제히 밖으로 뛰어나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정말 엷은 오로라가 흔들거리고 있었다. 모두 맨발로 뛰쳐나왔지만 발이 시린 줄도 모르고 오래오래 하늘을 올려다봤다. 엽서에 나오는 압도적으로 일렁이는 오로라는 아니었지만 그 순간 우리 모두는 각자의 기대와 생각으로 또 함께하고 있다는 즐거움으로 충분히 설레었다. 우리의 주 업무인 아이슬란드 Airwaves라는 음악축제의 스태프 일은 기대했던 것보다도 더 신나는 일이었다. 아티스트들을 무대 바로 앞에서 볼 수도 있고 쉬는 날에는 모든 공연장에 입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티스트들의 안전이 최우선이었으므로 팀원들 모두가 일하는 동안에는 업무에 충실했고 현지 책임자의 만족스러운 엄지세례와 함께 무사히 모든 일정을 마칠 수 있었다. 모든 일정이 끝나고 다음 목적지로의 스케줄이 제각각인 우리들은 또 어딘가에서 만나자고 그런 날이 올 거라고 한 사람 한 사람 손을 붙들고 기대되지만 기약 없는 약속들을 나누며 헤어졌다.

지나고 보니 음악축제로 봉사한 것도 아이슬란드의 쌀쌀한 공기를 느꼈던 것도 모두 소중한 경험으로 남았지만 가장 인상적인 것은 아무래도 사람이 아닐까싶다. 아이슬란드를 향하는 비행기에서 만난 Vala부터 항상 호의를 베풀어준 현지인들, 워크캠프를 통해 만난 각기 다른 나라에서 온 친구들. 그들과 열흘 남짓을 함께 생활하며 같은 시간, 음식, 공간을 공유할 수 있는 행운까지. 그 속에서 나는 다름을 배웠고 또 다르지 않음을 배웠다. 나의 첫 워크캠프가 아이슬란드라는 나라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시작해 사람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배우는 것으로 끝났듯이 워크캠프를 시작하려는 그 누구라도 각자의 기대감으로 시작해서 사람을 배울 수 있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