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르망, 여자들 틈에 홀로 살아남기

작성자 배성은
프랑스 CONC 132 · ENVI 2012. 06 - 2012. 07 Le Mans

LE MANS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무언가 시작부터 잘못된 거 같았다. 파리 보베 공항에 내려 몽세파네스 역까지 가는 길이 그렇게 먼지 미쳐 모르고 미리 예약한 TVG가 첫 시작이었다. 이동시간의 오차를 뒤늦게 깨닫고는 부랴부랴 예약을 취소하고 다시 2시간이 늦은 TGV로 다시 예약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바보같이 6명분의 티켓이 예약되어 또 그것을 취소하느라고 TGV에 메일을 보내고 온갖 야단법석을 떨었다. 그렇게 산전수전 거치며 도착한 프랑스 작은 도시 Le Mans. 미리 마중을 나온 루시의 차를 타고 오피스에 도착했다.
내 행색은 비록 꾀죄죄했으나 그래도 처음 만나는 워크캠프 참가자들이기 때문에 매우 설레며 오피스의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는 순간 나에게 모아지는 수십개의 눈들. 그러나 순간 반짝였던 그 눈들은 이내 빛을 잃었다. 그렇다. 7명의 워크캠프 참가자가 모두 여자였던 것이다. 실망을 감추지 못하는 그들의 옆자리를 비집고 들어가며 나는 속으로 ‘여자라 미안하다’ 를 수십번 되뇌었다.
캐나다에서 온 케이티, 타이완에서 온 아만다, 스페인에서 온 아이나와 에스텔, 우크라이나에서 온 마리아와 나탈리 그리고 한국에서 온 나. 이렇게 총 7명으로 구성된 우리 워크캠프 참가자는 오피스에서 마련한 아파트에서 함께 생활하게 되었다. 방에는 일인용 메트리스가 촘촘히 깔려있어 우리는 그 위에 침낭을 두고 자게 되었다. 음식과 설거지, 청소는 당번을 정해서 일주일 단위로 진행하게 되었는데 워크캠프 참가자 7명외에도 리더 4명, 오피스 식구 3~4명까지 합해 매끼마다 총 15명 분의 음식을 준비해야 했다.
드디어 노동의 시간. 우리는 흔히 캠핑카라고 불리는 캐러반을 리노베이션하는 임무를 맡았다. 그 의의를 설명하자면, 리더들이 르망 내의 작은 마을들을 돌아다니며 좋은 먹거리의 중요성에 대해 지역사람들과 이야기하며 관심을 일으키기 위한 이동 수단이자 토론의 장소로서의 매력적인 캐러반을 만드는 것이다. 즉 리더들이 이 캐러반을 타고 마을에 도착했을 때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게 캐러반을 꾸미는 작업이다. 거창하게 말하면 이렇지만 쉽게 말하면 그냥 막노동, 혹은 노가다라고 할 수 있다. 톱질, 못질, 대패질, 철근 커팅 등등. 꽃다운 아가씨들이 하기에는 참 과격한 작업이었으나 어쩌겠는가. 힘들다고, 무겁다고 응석부릴 남자 참가자 한 명 없으니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정말 열심히 작업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일이 터지고 말았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열심히 일하던 나에게 난데 없이 칼이 날아 온 것이다. 그 원인인 즉슨 내 옆자리에서 나무에 홈을 파던 아이나의 손이 미끄러지며 잡고 있던 나무칼을 놓친 것이다. 날카로운 칼날은 정확하게 내 오른손 둘째 손가락을 관통했고 나는 순간 돌이 되었다. 잠시 후 꺄약!!! 비명소리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손가락에서 분수와 같은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 내 평생 그렇게 피를 많이 흘린 건 또 처음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작업 리더 기욤은 너무 침착하시게도 ‘음 별거 아냐. 작업하다 보면 늘 있는 일이야’ 라며 나를 다독이셨고 그 후 간단한 응급처치 후 모든 문제는 일단락된 듯 보였다. 하지만 손가락은 너무 아팠고 하여 나는 오피스의 최고 보스에게 내 손가락을 보여, 그제서야 나를 약국으로 데려가는 조치가 취해졌다. 약사는 내 손을 보더니 이건 병원에 가야 한다며 손사래를 쳤고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리더들은 나를 르망 종합병원 응급실로 데려가기로 결정을 내린 듯 보였다. 그러나,,,,,, 누가 나를 데리고 갈 것이며 누가 나머지 애들과 놀러 갈 것인가에 대해 적어도 30분을 고민하시더니 나를 응급실로 데려갔다. 나는 응급실은 정말 응급할 때 빨리 가야 하는 곳이라 알고 있었는데 프랑스 리더님들의 개념에는 그런 곳이 아니었나 보다. 아무튼 응급실에 가서 손가락을 꿰메고 백신주사를 맞고 나는 풀려났다. 정말 미리 들고 간 여행자보험에 심심한 감사를 표한다. 손가락을 다쳤으나 회복과는 상관없이 나는 다시 노동의 현장에 투입되었고 설거지, 요리 등에서 한번도 제외되지 않았으니 얼마나 알찬 시간이었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힘들 수도 있는 시간이었지만 함께 했던 친구들이 있어서 깨알 같은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맨날 리더들 뒤에서 흉보기, 지역 남자애들 꼬시기 등등 어떻게 보면 유치하고 어른스럽지 못한 면도 있었으나 그런 것도 지나고 보면 다 추억이 되는 거 같다. 워크캠프 기간이 끝나고 몇몇은 파리로 여행가서 함께 놀기도 하며 나름 끈끈한 시간을 보냈다. 처음부터 삐걱대며 쉽지 않았던 워크캠프였지만 끝날 때는 참 많이 아쉬운 마음과 그리운 마음을 가지게 해준 시간, 함께한 리더들, 그리고 소중한 친구들에게 다시 한번 말하고 싶다. ‘함께 해줘서 고마워!! 너희들 덕분에 그리운 추억 하나 더 간직할 수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