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유럽행, 오랜 소망이 이루어지던 날
Piispala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2012년 7월 13일, 내 책상 구석, 적당한 크기의 탁상 달력에 비행기 그림과 하트 그리고 “나 유럽 간다”라는 문구를 남긴 채 나는 인천 공항으로 향했다. 떨리는 마음, 설레는 마음, 걱정되는 마음, 기대되는 마음… 여러 심정이 복잡하게 얽혀 1시간이 넘는 버스 이동에도 잠들지 못 하고 두 눈을 껌벅거리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았다. 인천 공항에 도착해 친구를 만나고 티켓을 발급 받고 간단하게 고픈 배를 채운 후 체크인 그리고 비행기 탑승. 드디어 내 생애 첫 유럽 행 비행기가 뜨고, 그것은 나의 고등학교 때부터 간절했던 소망이 이루어지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해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 날 우리는 핀란드 탐페레로 떠났다. 저가항공을 타고 탐페레로의 4시간 비행 후 우리는 탐페레에서 또 1박을 해야 해다. 다음 날은 기차를 타고 유바스큘라라는 지역으로 2시간을 이동했다. 그리곤 1시간 버스를 타고 사르야르비라는 미팅포인트였던 버스정류장에 도착하게 되었다. 참으로 긴 여정이었다. 글로 보면 ‘어떻게 저렇게까지 이동하면서 워크캠프 장소에 찾아 가지?’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또 우리도 후기를 읽었을 땐 그랬지만, 실제로 해보니 기차나 버스표 끊기가 너무 쉽게 잘 되어있었고 현지에 가서 표를 사도 아무 문제가 없었으며 오히려 현지에서 바로 표를 구매하는게 비용은 더 저렴했다. 여차여차 미팅포인트에 도착하니 우리 나이대로 보이는 외국 아이들이 여럿 있었다. 그리고 우리를 픽업해줄 작은 밴이 앞에 있었고, 그 밴에서 우리가 활동 할 유스 캠프 사람들이 나와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5유로씩을 지불하고 밴에 타서 옆 자리에 앉은 친구들과 자기소개와 인사를 하며 30여분을 달려 진짜 워크캠프지인 필스팔라 유스 캠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하고, 2주간 우리에게 할 일을 제공해주고 어떻게 하는지 알려주고 같이 놀기도 했던 유스 캠프 직원인 헤이디와 도비스가 유스 캠프 전체를 같이 둘러보며 건물 설명과 우리가 어디서 어떤 일을 하게 될 지 간략하게 설명해주었다. 그리곤 숙소 배정을 했는데, 2개의 건물이 우리에게 할당되었고 한 건물은 7명, 다른 건물은 5명이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모자에 모두의 이름을 적은 쪽지를 넣고 휴고가 자원해서 쪽지를 하나씩 골라서 처음 7명은 내가 생활한 숙소에, 뒤의 5명은 다른 건물에서 지내기로 하였다. 침대도 자율적으로 정한 후 우리는 다시 모여서 호숫가로 걸어갔다. 그리곤 호숫가 작은 선박장에 둘러 앉아 자기 소개를 좀 더 자세히 하고 옆 사람을 소개하는 간단한 게임을 하였다. 그리고 나서 몇은 숙소로 돌아갔고, 나와 현진이와 헤이디와 줄리앙과 휴고와 리나는 세 명씩 배에 타서 드넓던 호수로 나아가 노를 저었다. 핀란드의 광활한 호수 한 가운데에 눈부신 석양을 바라보며 떠있던 그 순간은 정말 내 평생 잊지 못 할 명장면이 되었다. 그 다음날부터는 8시까지 아침을 먹고 8시~11시까지 아침일, 11시에 다시 점심을 먹고 12시~4시까지 오후 일을 하고 4시에 저녁을 먹고 8시에 저녁 간식을 먹기 전까지 청소년 캠프 시설을 이용하여 마음껏 놀 수 있는 생활 패턴이 이어졌다. 처음에는 밥을 왜 이렇게 자주 먹냐고, 핀란드는 원래 이렇게 자주 먹냐고 모든 아이들이 놀랬었는데, 우리가 일을 하고 또 놀기 위해 그 캠프에서만 짜여진 생활 시간표였고, 놀랐던 아이들도 점차 그 생활에 익숙해져 먹어도 먹어도 또 먹고 많이 먹는데에 익숙해졌었다. (하하하) 기본 생활 시간표는 이렇게 이루어졌고 우리가 했던 일은 오래된 펜스 철거하기, 프리스비 골프 골대 만들기, 그 골대를 산 중간 중간에 심기, 나무 놀이기구 페인트칠 벗겨내고 다시 페인트 칠하기, 철 계단 페인트 칠 벗겨내고 페인트 칠하기, 산에 공사할 공간에 임시 펜스 치기, 산에 부러진 나무와 나뭇가지들을 트럭에 싣기, 거대한 텐트에 구멍 막기, 굉장히 큰 철 텐트 조립하기, 지하실에 가서 의자 해체하기, 지하실에서 장농 조립하기, 큰 벤치와 테이블에 페인트 벗겨내고 페인트 칠하기 등등 이었다. 글로는 별로 안 힘들어 보일지도 모르지만, 페인트칠 벗겨내는 일도 장난이 아니었고 산에 가서 하는 작업은 당연히 제일 힘든 일이었다. 지하실에서 하는 작업은 공기가 안 좋아서 뇌가 흐리멍텅해지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오전에 일을 하고 힘들면 오후에 웬만하면 다른 일로 교체를 해주었고, 친구들이 서로를 배려하고 도와가며 일을 했기 때문에 크게 힘들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올해는 산이던 호숫가던 우리가 일하던 모든 곳에 너무나도 많은 모기들이 있어서 나와 함께 간 현진이는 첫 날에 종아리에만 30방이 넘게 물려서 종아리 전체가 띵띵 부었었고 나중에는 다 멍처럼 변해서 너무 보기에 딱했었다. 또 산에서 작업하는 날이면 수많은 벌들과 커다란 파리들이 우리 머리에 맴돌아서 그 소리 때문에 정말 괴로웠다. 나와 친구는 워크캠프 이후의 여행을 위해 짐을 기내용 캐리어 하나로 줄여서 가져갔기 때문에 일복을 많이 챙기지 못했고, 핀란드가 그 정도로 추울거라 생각지 못 해서 긴 옷을 많이 가져가지 않았었는데 벌레와 추위 때문에 긴 옷은 필수였고 우리는 빨래를 자주 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지냈던 워크캠프의 시설은 가히 최고라고 단언할 수 있다. 특히 식사는 별 백 개를 주고 싶을 만큼 최고였다. 핀란드 음식이 그렇게 다양하고 독특하면서도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 줄 몰랐는데, 먹을 때 마다 감탄을 하고, 너무 맛있어서 많이 먹게 되었다. 그러나 유럽 전체가 그랬듯이 디저트는 우리 입맛에 많이 단 편이었다. 우리 숙소 시설도 워크캠프인 것에 비하면 호텔이라 할 수 있을 만큼 깔끔하고 좋았다. 내가 지낸 숙소는 여자 2인실이 두 개, 2층에 남자 3인실이 하나 있는 건물이었다. 세탁기는 다른 건물에 있어서 도비스에게 항상 미리 말하고 세탁을 해야 했고, 우리 숙소엔 건조기계까지 있어서 빨리 건조시켜 옷을 입을 수 있어서 좋았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화장실이 하나라 남녀가 같이 쓰는 것이 조금 신경쓰였다. 그러나 숙소 가운데에 작은 거실이 있고 거기엔 전자레인지, 작은 냉장고, 옷장 여러 개, 테이블, 소파가 있어서 다른 방 아이들까지 밤에 모여서 같이 카드나 보드 게임을 하고 기타를 치면서 정말 재밌게 놀았었다. 4시에 오후 일이 끝나면 우리들의 자유시간 이었는데 내 평생 못 해본 것들을 너무 많이 체험했고, 앞으로 다신 못 할지도 모르는 것들까지 경험 했어서 나로서는 영광인 체험이었다. 우리는 테니스, 발리볼, 축구, 농구, 호수에서 배타기, 핀란드 전통 사우나, 핀란드 현대식 사우나, 수영장에서 수영하기, 호수에서 수영하기, 양궁, 사격, 작은 자동차타기 등 매일 매일 종목을 바꿔가며 신나게 놀고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 그 중에 최고였던 것은 비키니를 입고 사우나를 하다가 더워지면 바로 앞의 호수에 뛰어들고 다시 사우나를 하고 또 수영을 하고 이것을 반복하던 것이었다. 내 평생 최고의 경험이었고 다신 못 할지도 모르는 경험이여서 더 기억에 남고 좋았던 것 같다. 또 중간에 있는 주말에는 사우나가 있는 건물의 큰 거실에 모여서 ‘인터네셔널 디너’라는 시간을 가졌는데 각자가 자기 나라의 음식을 준비한 것을 나눠 먹는 저녁 자리였다. 나와 친구는 불고기 소스를 준비해가서 필스팔라 캠프 측에서 준비해준 재료를 가지고 불고기를 만들었는데, 큰 후라이팬 6판을 볶아낼 만큼 많이 만든 것을 친구들이 싹 비워줘서 너무 뿌듯하고 행복했다. 그 날의 저녁도 정말 잊지 못 할 것이다. 나는 이 워크캠프를 통해서 내 영어 회화 실력을 확인할 수도 있었고, 외국의 새로운 것도 많이 보고 느끼고 왔고, 맛있는 것도 많이 맛보고 왔지만 무엇보다 거기서 만난 친구들이 그냥 외국인 친구라는 느낌이 아니라 언어만 다를 뿐 정말 우리가 하는 생각과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느낌을 느끼는 것을 알게 되고 직접 느낀 것이 가장 큰 놀라움이었고 깨달음이었다. 서울에서부터 총 이동시간 18시간 반이 걸려서 도착한 필스팔라에서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 너무 행운이라고 생각되고 감동적이었으며 친구들에게 고맙다. 이것뿐만 아니라 다른 장소에서 살아온 우리가 생각은 같아도 다른 문화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당연히 느낄 수 있었고, 처음 해보는 일에 적응하는 방법, 예상치 못한 힘든 일을 극복하는 방법, 서로의 문화를 배우고 공유하는 것 등 많은 깨달음과 배움을 얻고 왔다. 내가 참여한 이번 워크캠프는 시기적으로나 장소적으로나 만난 사람들이나 나에게 최고였다고 생각되고, 기회가 된다면 다른 곳에서 다른 사람들과 진행 될 워크캠프에 꼭 다시 참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