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티노스, 삽질로 찾은 여름날의 의미

작성자 김소정
그리스 C.i.A 05 · ENVI/ RENO 2012. 07 Tinos Island

Tinos island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워크캠프가 진행될 티노스에 도착한 후 첫 오리엔테이션에서 서로의 소개를 하면서 지금의 기분을 색깔로 표현을 해 보라는 질문에 저는 노란색이라는 대답을 했습니다. 그리스의 여름답게 티노스 섬과 베이스 캠프로 오는 길은 너무 더웠고, 서로를 처음 보는 자리라 많은 생각이 드는 제 머리는 노란색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노란색은 일과 함께 더욱 샛노란 색으로 변해갔는데, 인포싯과 첫 오리엔테이션에서도 일이 육체적으로 힘들 것이라는 내용이 있었지만 그만큼 일이 힘이 들 줄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마을에서 해변까지 이어지는 대리석 길의 잡초를 뽑는 일이었습니다. 아무런 화학 약품을 쓰지 않고 오로지 우리 힘과 낡은 도구들을 이용하여 작업에 들어갔는데, 잡초는 생각대로 뽑히지가 않았습니다. 삽질하는 손은 점점 물집이 잡히기 시작하고, 물집이 터진 곳은 굳은살로 바뀌어 갔습니다. 하지만 일이 힘든 만큼 보람도 컸습니다. 잡초로 무성해서 어디로 이어지는지 조차 보이지 않던 길은 대리석의 하얀 모습을 드러내며 아름다운 해변길로 변해갔습니다. 힘든 일을 하는 도중에도 언덕길에서 보이는 해변의 광경은 뜨거운 햇살아래 흘러내리는 땀과 후들거리는 팔이 무색하게 우리 모두를 미소짓게 만들었습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작은 동네라 사람 손길이라곤 오직 어린 아이들의 놀이터 노릇을 하는 해변의 모습은 아름답기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이런 워크캠프가 아니었더라면 이런 광경이나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더 열심히 작업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길 작업에 할애된 시간을 채우고 난 뒤에는 아직 작업이 덜 된 길을 따라 해변으로 내려가 땀과 더위에 지친 몸을 너무나 깨끗하고 아름다운 해변에 몸을 담글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우리 모두는 힘든 일을 마친 후 말 그대로 자연 속에서 해수욕을 하면서, 또는 해변 앞의 카페에 앉아 멋지고 고요한 바다를 바라보며 작업의 노고를 씻을 수 있었습니다. 힘든 일만큼 이러한 휴식과 또한 그 휴식 속에서 더욱더 친해지게 된 팀 친구들과의 추억을 쌓은 기억은 오래도록 제 마음 속에 남을 것입니다.
아침 길 작업을 마치면 잠깐의 시에스타 휴식을 가진 뒤 오후 작업을 시작하였습니다. 작업은 빨래터 청소와 주변 벽을 다시 색 입히는 일이었는데 항상 그 곳을 가기 위해서는 작은 골목길을 지나가야만 했습니다. 항상 작은 그늘 아래에 나이 지긋하신 마을 주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었습니다. 우리가 ‘야사스’ 하며 인사를 드리면 그분들 또한 환한 미소와 함께 ‘야사스’ 로 대답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자세히는 번역할 수가 없었지만 그분들께서 우리에게 하신 말씀은 많이 감사하고 수고한다는 의미라며 그리스인이었던 캠프리더가 말해주곤 했습니다. 마을 이장님께서 우리 팀을 아주 많이 도와주셨는데 작업 도구와 식자재를 가져다 주시는 일 외에도 아침 길 작업이 끝나면 마을 구석에 있는 아주 아름답고 고요한 해변에 데려다 주시기도 하고, 레스토랑에 우리 모두를 초대해 밤새 이장님과 팀원들과 함께 웃고 떠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물론 숙박은 그리 편하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리스의 한여름에 선풍기 하나 없이 한 지붕아래 열명이 넘는 사람들이 하나의 화장실과 샤워실을 함께 쓰며 생활하자니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각자의 매트리스를 가져와 침낭에서 잠을 청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침낭 속의 추억은 굉장히 무더운 밤, 흐르는 땀 때문에 전혀 잠을 자지 못하고 있었는데 옆 네덜란드 친구 플로린 또한 뒤척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예 지붕 위에서 자볼까라는 생각을 했고 곧장 실천에 옮겼습니다. 매트리스 침낭을 들고 지붕위로 올라가 누웠는데 저는 그렇게나 아름답고 수많고 수많은 별들이 정말 쏟아질 것만 같은 하늘은 평생 처음 보았습니다. 섬이라 그런지 옆을 봐도 별, 위를 쳐다 보면 더 많은 별, 그렇게 플로린과 저는 너무나 아름다운 밤하늘을 이불 삼아 멋진 밤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비록 하룻밤이었지만 저는 그 하룻밤의 추억을 곱씹으며 평생 미소 지을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우리는 팀원 중 2명을 번갈아 가며 홈팀을 만들었습니다. 홈팀의 일은 모두가 밖으로 일을 나간 때 집 청소와 식사를 담당했습니다. 한번씩 각자 나라의 음식을 만들어 함께 하기도 했는데 저 또한 고추장, 참기름, 김과 같은 한국 음식 재료를 들고 가서 한국음식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팀원들의 반응 예상보다 훨씬 좋았고, 우리 한국을 소개하는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앞서 제가 붙인 “shoveling my life” 를 직역하자면 내 인생을 삽질하다 입니다. 어감이 그리 긍정적으로 들리진 않지만, 우리가 한 봉사 그 육체적 노동만 보자면 말그대로 ‘삽질;’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몸이 힘든 봉사를 통해 저를 더 잘 알게 되고 우리 팀원들 또한 힘든 일을 함께 하면서 서로를 더 잘 알아가게 되었고, 이제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삽질’을 하며 잡초를 뽑고 대리석이 하얀 모습을 드러내며 잡초길이 아름다운 대리석 길로 변해갈 때 그리고 그 모습을 위에서 내려다 볼 때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말 그대로의 ‘삽질’하는 작업으로 잡초 속에 감춰져 있던 대리석 길을 발견해가는 과정과 같이 저 자신은 물론이고 전세계의 친구들을 더 깊게 알아갈 수 있었으며 그 추억은 영원히 제 기억 속에 간직되어 어느 힘든 순간에도 그 추억을 떠올리면 나도 모르게 미소 지을 수 있는, 제 미래에 있어 큰 자양분으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