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미지의 아이슬란드, 꿈같은 시간들

작성자 이누리
아이슬란드 SEEDS 048 · ENVI/ RENO 2012. 07 Skriðuklausturi

Skriðuklaustur - making history(1:2)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아이슬란드로의 워크캠프, 다시 생각해보면 꿈만 같은 시간들이다. 이탈리아에서 1년동안 교환학생을 하고 있는 나는 학기가 끝난 5월 말부터 새로운 학기가 시작하는 9월 말 까지 약 4개월간의 긴 방학을 유럽에서 견뎌내야했다. 무턱대고 여행을 하기에도 부담스러웠던 나는 아이슬란드의 워크캠프를 알게 되었고, 신청을 앞두고 이런저런 것을 알아보다 그제서야 아이슬란드가 어디에 붙어있는 나라였는지 알게 되었다. 더운 이탈리아에서 여름을 보낼 걱정을 하고 있던 나에게는 아이슬란드는 꽤나 매력적인 곳이었다.
북유럽, 빙하, 피요르드, 그리고 화산. 모든게 새로운 곳, 그리고 동시에 정보가 너무 없어 미지의 세계라고 칭해도 무리가 없을 만한 곳. 런던을 거쳐 아이슬란드로 가는 길을 미지의 길을 떠나는 기분이었다.
수도인 레이카비크에 4일 정도 먼저 도착해서, SEEDS 숙소에서 여러 참가자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워크캠프에 대한 기대는 점점 커져갔다.

아침 여덟시에 출발해서 밤 열시가 넘어서야 도착한 우리의 숙소는, 생각보다 너무 너무 과분한 곳이었다.
침낭을 깔고 모두 함께 잘 것을 예상하고 있었던 나는 나에게 주어진 개인실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도착한 날 바로 다음 날부터 일할 스케줄이 짜여져 있었고 여덟시부터 다섯시까지의 working hour를 보면서 나의 워크캠프는 고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Working site는 과거의 사원이었던 고고학 유적지였고, 우리가 해야할 일은 그 유적지 주변 미화였다. 다섯명의 고고학자들(비록 한명을 제외하고 대학을 막 졸업한 학생들이긴 했지만)과 여덟명의 워크캠프 참가자들은 매일 여덟시부터 이어지는 스케줄을 함께 해냈다. 우리는 운이 좋게도 점심, 저녁을 요리할 필요가 없었는데 그 고고학 유적지에는 카페도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더 운이 좋았던 것은 이 유적지에 딸린 카페는 아이슬란드 지역주민에게, 그리고 아이슬란드 관광책자에도 맛집으로 소개될 만큼 솜씨 좋은 카페였다는 점이다. 다섯명의 고고학자돠 여덟명의 캠퍼들은 매끼마다 감탄을 금치못하고 살았다.

비가 자주 온다는 아이슬란드에서, 우리의 캠프기간동안 비는 딱 한번, 그것도 떠나기 전날에 왔고, 그 덕에 우리는 일을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잔디를 새로 깔고, 잡초를 뽑고. 어떻게 보면 지극히 단순하고 재미없는 일이지만 우리는 (현장 캡틴의 말을 빌리자면) ‘개미’처럼 일을 했고, 그래서 기대보다 많은 양의 일을 해냈다. 다섯시까지 일을 하고 저녁을 먹고 집에 돌아오면, 호스트 측에서 준비해 준 렌터카를 타고 주변을 관광하거나, 수영장에 가거나, 온천에 가서 피로를 풀었다.

현장 캡틴은 단지 우리에게 어떤 일을 해야한다고 명령하고 지시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어떤 고고학 발굴 작업이 진행 중이며, 우리가 지금 일할 곳은 어떤 곳으로 쓰이던 곳이었으며,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어떤 목적을 갖고 있는 것인지 설명을 해 주었고, 그 덕분에 우리는 훨씬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었다. 분위기도 화기애애하고, 서로 서로 조금씩 친해지면서 더욱 일의 효율은 높아졌다. 한 사람이 삽으로 땅을 파고 있으면 한 사람은 자동적으로 손수레를 끌고 와서 그가 파 놓은 흙을 치웠고, 누군가 도움이 필요하면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도, 도움을 주는 사람도 기꺼이, 그리고 즐겁게 도와주고 도움을 받았다.

금요일에는 오전 업무를 마치고 점심을 먹은 후에, 케이크 부페에 가서 주말을 축하했고 주말에는 일이 없었기에 그 시간을 이용해서 북쪽 아이슬란드를 여행하기도 하고 근처 지역 축제를 즐기기도 했다. 주말에 숙소에 머물 경우에는 근처 캠프장에 가서 바비큐를 하기도 하고 마당에서 캠프파이어를 하면서 이야기도 하고 음악도 듣고 했다. 게다가 어느 주말에는 호스트측에서 주변의 horse-back riding을 하고 있는 지역 주민과 연결해주어 우리는 2시간 동안 그 곳의 창고정리 일을 도와주고 약 50유로정도의 horse-back riding을 공짜로 할 수도 있었다.

해가 지지 않는 아이슬란드의 여름은 모든 것이 활발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우리 숙소 주변에는 강이 흘렀고, 주변의 산에는 양과 말이 유유히 걸어다녔다. 자연과 그렇게 가까이 접촉할 수 있었던 시간은 지금까지 없었고, 아마 지금부터도 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캠프 리더의 말에 의하면 우리 캠프 그룹의 구성도 그렇고, 일도 그렇고, 호스트도, 숙박 형태도 모두가 정말 최고였다고 했다. 수도에서 이동시간이 조금 걸리기는 하지만 그렇게 이동한 덕택에 동부 아이슬란드와 북부 아이슬란드 두 마리 토끼를 잡아 두 곳 모두 즐길 수 있었다. 대중교통이 불편한 아이슬란드에서 호스트 측에서 렌터카를 제공해주어 이곳 저곳 신나게 돌아다닐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리더도 기꺼이 운전기사를 자청했고, 저녁시간마다 우리 모두를 데리고 자유시간을 즐기게 도와주었다.

주말 아침에 영국인 친구가 영국식 아침식사를 준비하겠다고 기꺼이 자청하기도 하여 영국식 아침식사도 맛볼 수 있었다. 리더는 참가자와의 소통을 원활히 하는 분위기를 조성했고 그 덕분에 누구도 소외받지 않고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도 없을 수 있었던 것 같다.

2주간의 꿈 같은 시간은 정말 휙 지나갔고, 우리는 마지막 날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인터네셔널 디너 파티를 준비했다. 이탈리아 파스타, 프랑스 에피타이저, 벨기에에서 온 디저트, 슬로바키아의 치즈를 먹으면서 우리의 환상적인 아이슬란드에서의 시간을 이야기 했다. 누군가 아이슬란드로의 워크캠프를 망설이고 있다면 등을 떠밀어서라도 꼭 가라고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