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두 번의 도전, 웃음으로 시작된 프랑스 워크캠프

작성자 정보름
프랑스 U16 · RENO 2012. 07 Colline de Sion

Colline de Sion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워크캠프. 듣기만해도 웃음이 나는 네 글자. 한 번의 불합격으로 두 번의 시도만에 합격한 프랑스 워크캠프. 비행기를 예약하고 유레일패스를 끊고 블로그와 홈페이지를 오가며 얼마나 두근댔는지…. 준비하는 과정 내내 신이 났었다. 출국 하루 전 날 밤까지도 이것저것 짐을 넣었다 뺐다 하며 정신 없이 분주하게 움직였던 나. 긴 머리를 짧게 자르고 침낭을 매단 배낭가방을 매고 한 손엔 작은 캐리어를 들고 나선 날의 아침이 아직도 생생하다. 실감을 못해서인지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내내 별 다른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덤덤히 있었는데 드골 공항이 보이는 순간. 온 몸을 감싸는 그 두려움이란…! 덜컥 겁부터 났다. 심장의 쿵쿵거림이 손 끝까지 전해졌다. 마음을 다잡고 발을 디딘 파리. 워크캠프 장소인 Sion을 가기위해 Nancy로 향하는 TGV를 예약하고 3일간 파리 시내를 돌아보았다. 워캠 출발 전 날 노트르담 성당에서 미사를 보았다. 나 스스로를 다지며 아닌 척 꾹꾹 눌러 숨겨놓았던 낯설음과 혼자라는 두려움을 인정하자 진정으로 잘 해내고 돌아올 수 있겠다는 용기와 자신감이 생겼다. 다음 날. 미팅포인트인 Vézelise 역을 가기 위해 Nancy가는 TGV를 타러 갔는데 이럴수가… 나의 무지로 인해 기차를 놓쳐버리고 말았다. 예약비를 날리고 급한 마음에 유레일패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좌석이 없어 비싼 돈을 내고 새로 표를 끊을 수 밖에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낭시에 도착해서 베질리스 가는 기차를 갈아탔다. 내 옆에는 아메리칸 아이돌 느낌의 금발소녀가 있었다. 알고보니 같은 함께 3주를 함께 할 터키에서 온 Melis였다!!! 통역을 전공하는 멜리스는 영어가 굉장히 유창해서 캠프 내내 우리의 통역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함께 베질리스에 도착하니 우리들의 리더 프랑스인 Alice와 Mathilde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첫 번째로 도착한 우리는 장을 보고 다른 멤버들을 기다리는 동안 저녁을 만들었다. 조금 있으니 곧 세 명의 멤버가 도착하였다. 반가운 한국인 진영오빠와 규년오빠! 그리고 정 많고 순수한 우크라이나 소녀 Anastaiisia !! 다음날은 대만 남매인 Vanessa와 Steven이! 셋째 날에는 프렌치-스페니쉬 혼혈인 Esteban이 프랑스 대학 입시시험을 치루고 마지막으로 합류했다.
우리가 할 일은 유네스코 문화재로 지정된 시온성당의 뒤뜰에 있는 피에타와 십자가를 닦고 철문의 녹을 제거하고 새로 도색하는 일, 정원 꾸미기와 14개의 십자가의 길에 붙은 곰팡이를 제거하는 것, 그리고 대망의… 돌담 시멘트 새로 바르기!! 기계하나 쓰지 않고 전통 방법으로 미장이 질을 했다! 페인트를 칠하기 전 철문의 녹을 껌 떼는 칼로 일일이 긁어내는데에만 3일이 꼬박 걸렸다. 군필자인 오빠들은 한국이었으면 녹 제거 약품을 칙칙 뿌려서 헝겊으로 쓱쓱 닦으면 세 시간이면 다 할 일 이라고 했지만 리더는 완고했다. 약품을 사용해선 안 된다고 했다. 돌 벽 틈 사이사이의 부식된 시멘트를 부숴내고 새 시멘트를 바르는 작업 역시 전혀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진짜 끌과 망치만 사용해서 틈을 깨어나갔다. 정말 많은 힘이 필요한 일이었다. 공대 생인 오빠들 말에 의하면 돌과 돌 사이 빈 틈의 시멘트를 메꾸는 일 역시 한국이었으면 기계로 시멘트 반죽을 하고 시멘트 총으로 쏴서 메꾸면 삼일도 안걸린다고 한다. 그러나! 이 역시 흙을 직접 퍼다가 계량하고 시멘트 가루를 비율 맞춰 섞어 직접 팔 빠지게 반죽을 했다. 이 반죽을 언덕 꼭대기로 옮기는 것 역시 엄청난 일이었다. 처음 해보는 미장이었지만 건축학 전공인 리더 엘리스의 지도하에 어느새 우리는 시멘트 고수가 되어있었다. 사실 일을 하며 마인드의 차이인지 능력의 차이인지 4명 뿐인 남자 중 한국 남자들만 힘든 일을 하고 결국 나중엔 나를 포함한 한국팀이 힘든 일을 도맡아 하고 상대적으로 다른 멤버들이 여유를 부리는 사태가 계속 되어 의가 상한 멤버들 간 갈등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결국 서로가 서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여 후엔 이 역시 추억거리,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때론 갈등도 있었고 일하는 내내 이상기후로 인해 추웠다 더웠다 하는 날씨 때문에 고생도 했지만 다들 서로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하여 즐겁고 재미있는 날들이었다. 쉬는 시간이면 다같이 카페에 앉아 여유를 즐기기도 하고 함께 잔디에 누워 햇빛도 즐기고 사진도 찍으며 여유 속에서 함께 즐거움을 나누었다. 주말이면 호수에 있는 스포츠 콤플렉스에 가기도 하고 농장 견학도 가고 낭시 시내에 나가 다른 워크캠퍼들과 만나기도 했다. 함께 만들어 먹는 요리들도 맛있었고 서로 각자의 나라의 쉬운 말도 알려주는 등 함께 하는 시간들이 너무나 재미있었다. 특히 국제통상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으로서 초저녁부터 늦밤까지 와인을 나누며 프랑스, 우크라이나, 스페인, 터키, 대만 그리고 한국의 경제와 정치에 대해 얕게나마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시간이 정말 뜻 깊었다.
이 밖에도 특별했던 날들도 너무 많았고 평범한 하루에도 많은 것을 느끼고 경험했다. 특히 내 친구 에스테반. 모든 다른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이 너무나도 큰 행운이었지만 그를 만난 것은 정말이지 감사한 일이었다. 스페니쉬 프렌치 혼혈인 그는 I’m Spanishman~~이라고 늘 스페인 남자라는 자부심을 가진 친구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그가 프랑스 국가대표 선수라는 것!! 바로 다름아닌 패럴림픽 테이블 테니스 국가대표!! 그렇다. 패러림픽은 장애인 올림픽이다. 그는 다리가 조금 불편하다. 우리는 그를 미라클맨이라고 불렀다. 원인도 모른 채 걸을 수 없었던 그는 평생 휠체어를 타야한다는 의사의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언젠간 걸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고 정말이지 기적처럼 걸을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이 역시 이유를 몰랐다. 말 그대로 ‘기적’이었다. 병을 고치기 위해 전 세계를 돌았다고 표현할 만큼 이 나라 저 나라를 다녔다고 했다. 여기에는 한국도 포함되어있었다. 너무나 아픈 순간들도 많았고 때때로 견디기 힘든 순간들도 너무나 많았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우리 캠프에서 가장 유쾌하고 가장 밝고 가장 유머러스한 친구였다. 매일같이 미쳤어!!! 라고 외칠 만큼 그는 상상을 초월하는 밝음을 가졌다. 그런 그에게서 진지한 그의 인생이야기를 들으며 너무나도 감동했다. 책에서나 TV에서나 볼 법한 그의 이야기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 그의 인생관이자 좌우명인 “No Risk, No Fun”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아픔과 위험에도 불구하고 매 순간을 즐기고 있는 것이었다. 그는 우리에게 늘 말했다. “Enjoy your life!!!!” 라고. 너무나도 공감되고 고마운 말이 아닐 수 없다. 순간에 충실하고 인생을 즐기는 법. 진정한 행복의 비결 아닐까? 고마운 에스테반. 한국어를 너무 잘 따라하고 심지어 자기가 다른 이들에게 알려주는 똑똑한 까불이!
좋은 사람을 만나고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게 해준 워크캠프! 2012년의 여름을 나는 평생 잊지 않을 것이다. 이 여행을 통해 다진 내 마음과 배운 소중한 것들을 계속해서 새기며 어제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고 한번 더 외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