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아테네, 다국적 친구들과 특별한 만남

작성자 박주현
그리스 ELIX17 · SOCI/ KIDS 2012. 07 - 2012. 08 ATHENS

SUMMER IN THE CITY 3-2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우선, 내가 워크캠프를 알게 된 것은 행운이라 말하고 싶다. 참가자와 어린 학생들 간 의사소통의 어려움, ELIX 단체와 참가자들 사이의 갈등, 참가 지역의 불안한 치안상태 등의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워크캠프는 내게 최고의 경험이었다.
2012년 7월 21일, 우리는 그리스 아테네의 Thissio에 위치한 초등학교에서 첫 만남을 가졌다. Thissio는 멀리 파르테논 신전이 올려다 보이고, 넓게 펼쳐진 고대 아고라 앞으로 길게 레스토랑이 늘어진 매력적인 곳이었다. 이탈리아인 두 명, 스페인 3명, 프랑스인 1명, 독일인 1명, 그리스 5명, 세르비아인 2명, 러시아인 1명 그리고 한국인 2명, 가지각색 참가자들의 만남은 이곳에서 시작되었다. 그 중에는 절친한 단짝 친구도 있었고, 워크캠프로 전 유럽을 여행한다는 친구, 아이들을 사랑하여 지원했다는 친구, 여러 사람들과의 만남에 매력을 느끼고 매년 워크캠프에 참가한다는 멋진 친구도 있었다.
첫날, 우리는 2층 구석의 교실 바닥에 침낭을 깔고, 짐을 풀었다. 7월, 뜨거운 아테네의 햇살이 원망스러워 지는 순간이었다. 냉방시설 하나 갖추어지지 않은 이곳에서 어떻게 생활할 수 있을지 한숨이 절로 나왔다. 화장실과 샤워시설은 더했다. 재래식 변기 위에 얇은 나무판자를 얹고, 그 위에 올라가 샤워를 했다. 신화의 근원지인 아테네에서 이런 환경을 만나리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멀리 보이는 파르테논 신전이 무색하리만큼 곳곳에서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던 중 누군가의 귀여운 불만소리가 웃음바다를 만들었다. “Athens’s so UGLY!” 2주 동안의 우리의 생활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우리는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의 가정환경이 좋지 않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여름학교를 진행하는 일을 맡았다. 6살의 작은 꼬마부터 12살의 제법 성숙한 아이도 있었다. 참가자들은 4개의 팀으로 나뉘어 아이들을 배정받고, 아이들의 나이와 흥미를 고려하여 매일 프로그램을 직접 계획하였다. 그러나 이 아이들과 우리의 만남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의사소통이 가장 큰 문제였다. 대화도 되지 않는 아이들의 요구와 흥미에 맞게 이끌어 가기엔 무리가 있었고, 그런 우리들이 여름학교의 선생님으로서, 도우미로서 아이들에게 인정받기는 더더욱 어려웠다.
서로 얼굴을 붉히고 이런저런 작은 다툼은 끊이질 않았다.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보이지 않는 벽이 생겨갔고, 문제는 더욱 심각해져 갔다. 그 중에는 제 화를 못 이겨 눈물을 흘리는 친구도 있었다. 자존심 쌔고 성격이 불 같기로 유명한 스페인의 축구선수 친구였다. 문제와 갈등이 깊어질수록 우리는 길고 심도 있는 대화로 문제 해결을 시도했다.
오후 2시만 되면 우리는 모두 녹초가 되어 약속이나 한 듯 침낭 속으로 들어갔다. 너무나도 뜨거운 그리스의 여름날씨 속에서 이만한 스트레스를 받고도 견딜 수 있었던 데에는 꿀 같은 낮잠이 한 몫을 했다. 재충전의 시간이 끝나면 우리는 들뜬 마음으로 오늘은 무엇을 할지 의논을 했다. 어떤 날은 아크로폴리스 언덕에 올라가기도 했고, 아테네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리카비토스 언덕을 걸어 올라가기도 했고, 어떤 날은 그리스 전통음식을 먹으러 유명한 레스토랑에 가기도 했다. 길거리 작은 갑판에서 저마다 맥주, 콜라 한 병씩을 사 들고 계단에 앉아 밤이 늦도록 수다를 떨고 게임을 하기도 했다. 비키니를 한껏 차려 입고 해변으로도 달려가기도 여러 번, 그리스인 캠프 리더가 소개하는 아테네 BAR 체험도 즐거웠다. 그러는 동안 듣고 느끼는 여러 친구들의 다양한 사고방식,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듯한 기쁨 그리고 이들과 소통하고 부대끼고 공유하는 행복은 내일을 위한, 그리고 다음을 위한 REFRESHMENT로 충분했다.
워크캠프도 막바지에 이르러 내가 맡은 15명의 10살 11살 꼬마들, 그리고 나와 같은 팀으로 일한 그리스인 Costas, 스페인 사람보다 카탈루냐 사람이라고 자기를 소개하는 Julia,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떠났지만 야무졌던 Sara도 점점 제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게임 하나를 진행하기도 어려웠던 우리를 어느새 도우려 애쓰고 있는 아이들을 볼 때면 더욱 힘이 났다. 드디어 아이들에게 인정받는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ELIX단체와 전문가에게서 큰 도움은 받지 못했지만 우리는 이렇게 나름 우리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어느 새 캠프 마지막 날, 2주를 꼬박 부대끼며 아이들과 만들어 낸 연극을 부모님들께 선보이는 시간이 주어졌다. 아이들이 우리에게 보여준 처음의 무관심, 어린 반항은 온데간데 없었다. 너무나 완벽하게, 훌륭하게 선보이는 꼬마들의 모습에 2주의 보람이 한번에 몰려왔다.
워크캠프는 나에게 여러 번의 유럽여행을 통해서도 맛본 적 없는 색다른 그리고 매력적인 추억을 남겼다. 여행에의 동경에서 시작된 막연한 호기심이 만들어 준 2주간의 경험은 짜릿하지만 긴장되고, 행복하지만 고되고, 짧지만 중독성 있는 경험이었다. 앞으로 매 여름, 그리고 매 겨울 나는 워크캠프를 찾을지도 모르겠다. 행복한 추억을 남겨준 2012년의 여름, 그리고 그 여름을 나에게 선물한 그리스 꼬마들을 잊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