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Termignon, 5개국 청춘들의 SaltRoad

작성자 이은아
프랑스 JR16/216 · 환경/보수 2016. 08 - 2016. 09 Termignon

TERMIGNON – DRY STONE BUILDING IN A NATIONAL PARK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언젠가는 외국인들과 함께 지내며 친구가 되고 싶었다. 그렇게 생각만 하던 중, 오래전 친구와 함께 이야기했었던 국제워크캠프 활동이 떠올랐다. 마침 유럽여행도 계획했었던 찰나였기에 아주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기간이 긴 프로그램을 찾아 지원을 하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합격이 되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러나 이게 웬일! 합격을 했으니 인포싯을 확인하라는 문자에 굉장히 얼떨떨했다. 가기 전까지도 실감이 나지 않았으나 준비를 위해 몇몇 후기를 찾아보았다. 그에 도움을 얻어 친구들에게 해줄 한국 음식재료와 조그마한 선물도 준비했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나는 어떤 3주를 보내게 될지 기대와 두려움을 안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Vanoise 국립공원 안의 Termignon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활동이 진행되었다. 독일, 스페인, 프랑스, 베트남, 대한민국 5개국의 친구들이 모여 함께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하루 식사를 책임지는 2명과 일을 하러가는 나머지 친구들이 한 팀이 되어 일주일 단위로 짠 시간표를 실천해 나갔다.
오래 전, 이탈리아와 프랑스 사이에 소금을 실어 나르던 'SaltRoad'라 불리는 길이 있었다. 그 길을 구성하는 오래된 돌 벽을 보수하는 것이 우리의 할 일 이었다. 8시부터 12시까지 하루에 4시간씩 작업을 했다. 마구잡이로 나 있는 풀을 제거하는 날을 시작으로 연장을 사용해 돌을 빼내고 깨끗하게 청소하고 다시 돌을 쌓는 일의 연속이었다. 돌 벽이 무너지지 않도록 큰 돌부터 차례로 쌓아 올려야했고 빈 공간에 채울 알맞은 돌을 골라 끼워 넣어야했다. 생각보다 복잡했다. ‘이렇게 쌓으면 되겠지’하며 돌을 쌓아놓고 일을 담당하는 Evan에게 물으면 그는 매번 나의 돌을 고쳐주었다. 일이 끝나는 주가 되어서야 그의 충고 없이도 잘할 수 있게 되었다. 반복적인 작업이라 지루하기도 하고 더위에 지치기도 했지만 이 일을 담당하는 Thierry, Evan, Frank, Ismael 등 현지 담당자들과 함께해 마냥 힘들지만은 않았다.
오전에 일을 마치고나면 우리는 Termignon이나 그 근방에서 무료로 할 수 있는 활동을 했다. 주변에 산이 많아 우리가 한 활동의 대부분은 트레킹이었다. 적게는 30분에서 많으면 2-4시간동안 산을 탔다. 산에 올라 따사로운 햇살과 바람을 맞으며 황홀한 경치를 보니 한 폭의 그림 속에 있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런 느낌을 꽤나 자주 느꼈는데도 매번 새로웠다.
하루종일 친구들과 붙어 지내다보니 친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첫 만남에 캠프리더 Laetitia의 주도로 텐트 앞 잔디에 앉아 어색하게 5분씩 대화를 했던 일이 언제였었냐는 듯 우리는 당연하게 저녁식사 전후로 UNO나 Jungle Speed, Killer 등 다양한 카드게임을 즐겼다. 어느 날은 다 같이 별을 보러가기도 했고 어느 날은 강당에서 'Hide and Seek'게임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우리끼리도 시간을 많이 가졌지만 그만큼 같이 일하는 현지 담당자들과도 시간을 자주 보냈다. 그들과는 우리나라의 구슬치기와 같은 게임 ‘Petanque’을 주로 했다. 강당 옆 조그마한 공터에서 팀을 나눠 공을 번갈아가며 던지며 그들과 희노애락을 함께 했다. 몸소 공 던지는 법도 알려주고 차례가 되면 응원도 해주고 하다보니 서로의 언어를 잘하진 못했어도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일이 끝나갈 때쯤에는 지역주민들과의 교류가 잦았다. Roger는 본인의 집에 초대해 직접 담근 술 Absinthe를 맛보여주기도 하였으며 두 명의 저널리스트는 우리를 취재하러 오기도 했다. 또한, 푸른 호수를 보며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레스토랑에 초대를 받기도 했다.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는 장소가 적어 문명보다 자연과, 사람들과 더 많이 보낸 3주라는 시간은 쏜살같이 흘렀다. 마지막은 어김없이 찾아왔고 헤어짐은 역시나 먹먹하고 아쉬웠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내가 그렇게 하고 싶던 외국인들과의 생활을 해보고 느낀 것은 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다는 것이다. 언어만 다르지 다들 똑같이 음식을 먹고 일을 하고 감정을 느끼며 일상을 살아간다. 뭔가 엄청난 게 있을 것 같았던 내 생각과는 달랐다. 그 사실을 인지하고 차츰 받아 들여 갈 때쯤 그 생활의 막이 내렸다. 그 후, 나는 혼자 유럽여행길에 올랐다. 여행의 기쁨에 들떠 뭐를 배우고 얻었는지 느낄 수 없었다. 돌아다니다보니 그제서야 하나 둘씩 내가 어떤 것을 얻었는지 깨닫기 시작했다. 그들과의 생활이 없었다면 여행 중 만나는 외국인들과 어떻게 대화를 해야할지 몰라 우물쭈물했을 것이며, 새로운 도시에서 낯선 문화에 대한 적응의 시간이 꽤 걸렸을 것이다. 나의 경험에 대한 부산물들이 소소한데서 나타나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이게 나를 변화시키는 엄청난 힘이 되었다.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생활했었을 나에게 이 경험은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었다.
나에겐 의미있는 일이었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이 활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다줄지는 모른다. 그래서 꼭 해보라고 강력히 말하진 못하겠다. 대신 나는 이 프로그램에 도전하는 모든 사람들을 진심으로 응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