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우박 속에서 시작된 특별한 만남

작성자 이지선
독일 IJGD 2440 · CONS/ RENO 2012. 03 - 2012. 04 Halle

URBAN CANVAS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베를린에서 5일간의 여행 뒤 기차를 타고 Halle로 이동했다. Halle역에서 나오자마자 눈이 내리더니 우박까지 내렸다. 주소를 보고 숙소를 찾아보려고 노력했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다행히 지나가는 부부를 만나서 그분들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야채수프랑 빵을 먹으면서 몸을 녹였고, 저녁에는 캠퍼들과 그 건물에 사는 학생이 모두 모여 파티를 했다.
우리가 2주 동안 생활한 숙소는 빈 건물이었다. 그 건물 안에는 예술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집을 꾸며 사용하고 있었고, 안쪽 마당을 사이에 두고 다른 건물을 임시 숙소로 꾸며 우리가 사용하게 되었다. 당시의 날씨는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날씨였는데, 하루 동안에도 해가 떴다가 비가 왔다가 밤에는 겨울처럼 춥고 계속해서 날씨가 변했다. 다행히 그 건물에 살고 있는 학생들이 옷도 빌려주고 담요도 빌려줘서 조금은 따뜻하게 지낼 수 있었다.
둘째 날은 서로의 이름을 외우고 더 친해지기 위한 게임을 하고, 오후에는 팀을 짜서 Halle시내를 돌아다니며 미션을 수행했다. 그러면서 그 지역에 익숙해지고 캠퍼들끼리 친밀감을 쌓기 시작했다. 셋째 날, 드디어 우리는 일을 시작했다. Halle에서의 봉사활동은 빈 도시를 꾸며 다시 사람들이 살고 싶고, 살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었다. 한 팀은 건물 외벽 벽돌 사이에 시멘트를 채워 넣는 일을 했고, 다른 한 팀은 그래피티를 그릴 판을 만드는 일을 했다. 나머지 한 팀은 나무 판으로 벽을 세우고 단열재를 붙이는 일을 했다. 이 날 나는 두 번째 팀에서 나사와 드릴을 이용해서 판을 이어 붙이는 일을 했는데, 팀에 두 명 있던 한국인만 드릴을 이용할 줄 알아서 언니와 내가 계속 번 갈아서 일을 했다. 그 동안에 다른 팀원들은 나무 판과 판을 이어줄 나무막대기를 옮겨주고, 나무막대기를 자르는 일을 했다. 일을 하다가 점심을 먹고, 하루 다섯 시간의 일을 끝내고 자유시간을 가졌다.
혼란스러웠던 점은, 한국에서는 ‘단체생활’을 하게 되면 그 단체생활을 하는 기간 동안 함께 움직이는데, 워크캠프 중에는 일하는 시간과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점이었다. 일을 마친 후 나는 당연히 함께 움직일 계획이 있는 줄 알았는데 모두가 뭐 할거냐고 물어보면서 자기는 이걸 할거야 라고 말을 해서 아무 생각이 없었던 나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몇몇 친구들과 어울려 다시 시내에 나가서 커리부르스트와 크레페를 먹고 돌아왔다.
그렇게 2주 동안 우리의 하루 일과는 다같이 아침을 먹고, 일을 하다가 점심을 먹고, 4시에 일을 마치고 각자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최대한 많은 것을 경험하는 것이었다. 워크캠프 기간 동안에 독일에서는 큰 휴일인 부활절이 있어서 그 기간 동안 우리는 Leipzig, Weimar 그리고 Erfurt 를 이틀에 걸쳐서 여행했고, 부활절 당일에는 처음으로 egg hunting 이라는 것을 했다. 두 명이 숙소 옆에 있던 빈 공터에 각자의 이름을 적은 초콜릿을 숨겨놓고 모든 캠퍼들이 자신의 이름이 적힌 초콜릿을 찾는 게임이었다. 하루에 5시간씩 일하는 것 외에 아침, 저녁, 청소 두 팀을 나누어서 매일 바꿔가며 다같이 일을 했고, 특히 저녁에는 각 나라의 음식을 맛볼 수 있었다. 하루는 한국인 언니와 이탈리아인, 독일인과 함께 불고기와 밥, 그리고 호떡을 요리해서 소주와 함께 먹었다. 한국요리를 먹으면서 한국의 예절과 문화에 대해 가르쳐줬다. 모두가 한국의 존댓말에 대해 흥미로워했고, 술자리 예절을 가르쳐줬더니 소주를 마시면서 모두가 술자리예절을 지키며 재미있어했다. 캠퍼 14명중에 딱 3명이 동양인이어서 서양의 문화를 흡수하기만 하는 입장에 있다가, 동양의 문화를 가르쳐줄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그것을 놓치지 않고 적극 활용했다.
처음 이틀은 나무 판을 이어 붙이는 일을 했고, 다른 이틀은 나무 판 하나에 나만의 그래피티를 그렸다. 또 다른 날은 창틀에 페인트가 묻지 않도록 비닐을 테이프로 고정시켰고, 정원을 꾸밀 수 있도록 땅을 정리하고 나뭇가지를 치우는 일도 했다. 마지막 3일은 건물 외벽 벽돌 사이에 시멘트를 채워 넣는 일을 했다. 캠프리더는 우리가 하는 일이 9월에 열릴 다른 봉사활동이자 축제인 “All you can paint”를 준비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날의 일이 끝나면 우리는 다같이 모여서 많은 곳으로 놀러 다녔다. 초콜릿 박물관도 가보고 다같이 바에 가거나 영화를 보러 간 적도 있었다. 호숫가에 가서 시간을 보내다 온 적도 있었고 장을 보러 다니기도 하고, 자전거여행, 시내에서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하기도 했다. 제일 특별했던 경험은 밤마다 나무와 석탄을 가지고 와서 방에 있는 난로에 불을 지피는 일이었다. 어느 날은 불이 금방 붙기도 하고 어느 날은 불을 피우기 위해서 한 시간이 넘게 난로 앞에 앉아있었던 적도 있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새로운 일을 경험하며 2주가 흘렀고, 마지막 날 아침 우리는 지난 2주를 돌아보며 롤링페이퍼를 쓰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에는 다른 문화 때문에 당황하고, 추운 날씨 때문에 모두가 감기에 걸려 고생하고, 나중에는 언어 때문에 마음고생을 했지만 뒤돌아보면 정말 재미있고 즐거운 일들뿐이었다. 내가 이 경험을 놓쳤을 생각을 하면 끔찍할 만큼 새롭고 나에게 도움이 될만한 경험을 하고 왔다. 익숙한 것들과는 다른 모든 것에 대한 불평, 불만을 접어두고 그 상황을 즐기면 새로운 것들을 배워올 수 있다. 독일에서의 워크캠프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