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섬, 쉼표가 된 나의 여름
Yeonhongdo 연홍도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입시 때의 나는 하루의 시간을 모두 알차게 소비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고 있었다. 대학에 와서도 그 생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루에 소비하는 에너지를 공부, 친목, 운동, 학생회같은 활동에 쏟았다. 플래너에 해야할 것들을 나열하고 하루에 최대한의 목표를 성취할 수 있도록 철저한 계획 하에 움직임이 이루어졌다.
처음에는 그러한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나니까 이런 것들을 모두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이라고, 나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것을 이룬 하루의 마지막마다 뿌듯하고 기특해서 길거리를 마구 뛰어다니고 싶은 충동이 들 정도였다. 그에 따라오는 타인의 인정도 달콤했다.
그러다보니 어느덧 완벽이라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었다. 아니, 사실 이전부터 이미 그런 상태였을지도 모르겠다. 쉬지 않고 너무 오래 달려온 탓이었을까. 모든 것에 대한 전의를 상실했고 당장 쉬어야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내가 맡은 일이 산더미였다. 힘든 것을 알면서도 애써 모른 척하며 목표를 모두 이뤄냈다. 별 것도 아닌 것에 승부욕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순간적인 에너지를 생성하고, 어쩌다 쉬는 날이 생기면 하루에 17시간을 자기도 했다. 이를 통해 내가 근본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서 휘몰아쳤다. 푹 쉬어도 죄책감이 들고 열심히 하기엔 의욕이 없는 상태가 반복됐다.
나의 이러한 상황을 곁에서 바라보던 한 친구는 나에게 워크캠프를 들고 왔다. 힐링이 필요했던 나에게는 딱 적합한 활동이었다.
처음에는 그러한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나니까 이런 것들을 모두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이라고, 나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것을 이룬 하루의 마지막마다 뿌듯하고 기특해서 길거리를 마구 뛰어다니고 싶은 충동이 들 정도였다. 그에 따라오는 타인의 인정도 달콤했다.
그러다보니 어느덧 완벽이라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었다. 아니, 사실 이전부터 이미 그런 상태였을지도 모르겠다. 쉬지 않고 너무 오래 달려온 탓이었을까. 모든 것에 대한 전의를 상실했고 당장 쉬어야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내가 맡은 일이 산더미였다. 힘든 것을 알면서도 애써 모른 척하며 목표를 모두 이뤄냈다. 별 것도 아닌 것에 승부욕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순간적인 에너지를 생성하고, 어쩌다 쉬는 날이 생기면 하루에 17시간을 자기도 했다. 이를 통해 내가 근본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서 휘몰아쳤다. 푹 쉬어도 죄책감이 들고 열심히 하기엔 의욕이 없는 상태가 반복됐다.
나의 이러한 상황을 곁에서 바라보던 한 친구는 나에게 워크캠프를 들고 왔다. 힐링이 필요했던 나에게는 딱 적합한 활동이었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활동 초반엔 지극히도 평화로운 섬마을과 낯선 사람들이 상당히 이질적으로 느껴져 여유를 바로 느끼지는 못했었다. 마치 소설 <사막을 건너는 법>에서 전쟁이 끝나고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오자 느낀 극심한 이질감처럼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이 활동하시는 작가님께서 고생했다면서 우리를 트럭에 태워 바닷가까지 드라이브를 시켜주셨다. 처음 느껴보는 낯선 해방감이었다. 사람들과 옹기종기 붙어 앉아 바람을 가르며 티 없는 웃음을 마음껏 쏟아내었다. 그 과정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불에 번진 듯 끓어오르는 붉은색과 묵묵하게 모든 것을 침잠시키는 파란색이 만나 소름돋도록 신비롭고 아름다운 보랏빛을 펼쳐내고 있었다. 그 광경에 나도 모르게 위로를 받은 듯 마음 속 무언가가 울컥 피어오르는 듯했다.
그 때부터였던 것 같다. 내가 마음 놓고 여유를 즐기기 시작했던 것이. 이후 아무도 없는 바닷가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신발을 벗어 던지고 과감하게 뛰어들었다. 수영과 잠수 대결을 하기도 하고, 다같이 동그란 대형으로 손을 잡고 뒤로 누워 바닷가에 둥둥 떠있기도 했다. 귀가 물에 잠겨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상태로 눈부신 광경을 바라보았다. 서로 눈을 마주치며 실없이 웃고, 그간 나를 버겁게 했던 무거운 생각들을 물에 맡겼다. 아무도 없는 평화로운 곳에서 맘 가는 대로 무작정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이 마치 드디어 석방된 느낌이었다.
그 이후로는 시간이 내 의식을 앞서나갔다. 바닷가에서 나무를 주워 말린 후 형형색색의 페인트로 꾸미고, 나뭇잎 모양으로 잘라 각 나라의 국기로 표현을 했다. 이후 철제로 물고기와 미역을 나타내고 코팅제를 활용해 단단하게 마무리도 하였다. 섬마을 사람들은 우리를 볼 때마다 반갑게 인사하며 하나라도 챙겨주려고 하셨고, 시원한 물을 들고 오셔서 쉬엄쉬엄 하라고 북돋아주셨다. 마을 사람들끼리의 따스한 정감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을 정도로 친절하고 순수한 분들이셨다.
또, 룸메이트들끼리 새벽까지 밤을 새며 진지한 얘기를 나누고, 어스름한 저녁 빛을 받으며 발 가는 대로 산책을 했다. 어둑한 밤이 되었을 때는 풀밭에 누워 별똥별을 구경하며 별자리를 찾아보기도 했다. 마지막 날엔 서로에게 꼬깃꼬깃한 편지와 직접 준비해온 선물로 함께한 시간들에 대한 고마움을 조금이나마 표현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이 활동하시는 작가님께서 고생했다면서 우리를 트럭에 태워 바닷가까지 드라이브를 시켜주셨다. 처음 느껴보는 낯선 해방감이었다. 사람들과 옹기종기 붙어 앉아 바람을 가르며 티 없는 웃음을 마음껏 쏟아내었다. 그 과정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불에 번진 듯 끓어오르는 붉은색과 묵묵하게 모든 것을 침잠시키는 파란색이 만나 소름돋도록 신비롭고 아름다운 보랏빛을 펼쳐내고 있었다. 그 광경에 나도 모르게 위로를 받은 듯 마음 속 무언가가 울컥 피어오르는 듯했다.
그 때부터였던 것 같다. 내가 마음 놓고 여유를 즐기기 시작했던 것이. 이후 아무도 없는 바닷가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신발을 벗어 던지고 과감하게 뛰어들었다. 수영과 잠수 대결을 하기도 하고, 다같이 동그란 대형으로 손을 잡고 뒤로 누워 바닷가에 둥둥 떠있기도 했다. 귀가 물에 잠겨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상태로 눈부신 광경을 바라보았다. 서로 눈을 마주치며 실없이 웃고, 그간 나를 버겁게 했던 무거운 생각들을 물에 맡겼다. 아무도 없는 평화로운 곳에서 맘 가는 대로 무작정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이 마치 드디어 석방된 느낌이었다.
그 이후로는 시간이 내 의식을 앞서나갔다. 바닷가에서 나무를 주워 말린 후 형형색색의 페인트로 꾸미고, 나뭇잎 모양으로 잘라 각 나라의 국기로 표현을 했다. 이후 철제로 물고기와 미역을 나타내고 코팅제를 활용해 단단하게 마무리도 하였다. 섬마을 사람들은 우리를 볼 때마다 반갑게 인사하며 하나라도 챙겨주려고 하셨고, 시원한 물을 들고 오셔서 쉬엄쉬엄 하라고 북돋아주셨다. 마을 사람들끼리의 따스한 정감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을 정도로 친절하고 순수한 분들이셨다.
또, 룸메이트들끼리 새벽까지 밤을 새며 진지한 얘기를 나누고, 어스름한 저녁 빛을 받으며 발 가는 대로 산책을 했다. 어둑한 밤이 되었을 때는 풀밭에 누워 별똥별을 구경하며 별자리를 찾아보기도 했다. 마지막 날엔 서로에게 꼬깃꼬깃한 편지와 직접 준비해온 선물로 함께한 시간들에 대한 고마움을 조금이나마 표현했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이 활동은 사실 봉사정신보다는 그저 나의 휴식을 위한 이기적인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그 마음이 무색할 정도로 섬은 나에게 큰 선물을 돌려주었다. 화려하고 복잡했던 도시에서 떠나와 한적하고 평화로운 섬에서 걱정없이 지낸 경험이, 지금 이 순간의 나에게도 끝없는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지 않은 자극에도 쉽게 행복해지는 것, 더 이상 실패의 두려움 때문에 결과에 집착하지 않는 것, 사소한 일은 바로 떨쳐낼 수 있는 여유까지. 어쩌면 나에게 꼭 필요했던 순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결과와 성과에만 매몰돼 나조차도 돌아보지 못했던 과거를 딛고 씩씩하게 여기저기 걸어 나갈 수 있게 해준 이 활동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
벌써 절반의 대학생활이 지나가고 있는 지금, 한편으로는 쏜살같이 지나가버린 시간이 아쉽기도 하다. 언젠가 자신이 질주하는 시간을 따라가는 경주마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면, 잠시 걸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경주장을 벗어나 낯선 초원에서 풀도 뜯어보고, 여한없이 낮잠도 자보고, 하늘과 바람을 느끼며 원하던 속도로 다녀보는 것이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줄 것이다. 경주장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경주장을 벗어나도 아무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당신의 세상은 어느새 넓어져 있을 것이다.
벌써 절반의 대학생활이 지나가고 있는 지금, 한편으로는 쏜살같이 지나가버린 시간이 아쉽기도 하다. 언젠가 자신이 질주하는 시간을 따라가는 경주마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면, 잠시 걸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경주장을 벗어나 낯선 초원에서 풀도 뜯어보고, 여한없이 낮잠도 자보고, 하늘과 바람을 느끼며 원하던 속도로 다녀보는 것이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줄 것이다. 경주장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경주장을 벗어나도 아무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당신의 세상은 어느새 넓어져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