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브레시아, 낯선 곳에서 만난 세계

작성자 김혜원
이탈리아 CG01 · ENVI 2012. 08 - 2012. 09 Brescia

THE PATH ON THE MOUNTAIN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2주간의 워크캠프를 시작하면서
이번 워크캠프를 하면서 걱정하였던 것이 한 두개가 아니었다. 처음 떠나는 유럽, 거기다 혼자라는 점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내 염려와는 다르게, 이탈리아에서의 워크캠프는 환상적이었다.

처음 브레시아역에서 2주간을 함께 할 아이들을 만났을 때, 나는 내심 놀랐다. 동양인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은 러시아, 프랑스, 알제리, 스페인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지고 있었다. 첫날은 우리가 일하고 머물 산 밑의 조그만 마을에 있는 유스센터에서 서로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곳에서 간단한 게임과 수다를 떤 후, 저녁 늦게 본격적으로 우리가 일할 곳으로 차를 타고 떠났다.

우리가 일할 곳은 원래 양치기들이 살았던 집을 개조한 곳이었다. 인솔자인 엘리사는 그 집은 산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빌려준다고 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물이었다. 그 집에는 빗물을 받는 큰 물탱크가 있어서 그것을 수돗물 대신 사용하는데, 가뭄으로 물탱크의 물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우리는 이틀에 한번 샤워를 해야 하였다. 처음에 모든 아이들은 그 이야기를 듣고 경악하였지만, 2주 간 생활하면서 차차 적응이 되었다.

-고되기보다 즐거웠던 시간
우리는 주로 페인트질을 하였다. 집이 생각보다 컸기 때문에, 2주 꼬박 걸려 페인트질을 끝낼 수 있었다. 우리는 일을 할 때마다 이러저러한 장난을 많이 쳤다.(사실 이 때문에 페인트질이 2주나 걸렸다.) 온몸에 페인트를 묻히기도 하고, 페인트가 안 묻도록 스카치 테이프를 붙일 때는 온몸에 미라처럼 테이프를 붙이기도 했다. 또한 커다란 스피커로 언제나 노래를 틀어놓고 일을 했기 때문에, 우리가 좋아하는 노래가 나올 때마다 춤을 추곤 하였다. 원래는 고될 수도 있었던 일이 이렇게 아이들과 즐겁게 일할 수 있었다.

그리고 페인트질이 지루해질 때면 밖에 있는 베리 밭을 가꾸는 일을 하였다. 잡초를 뽑고 나무 지지대를 세우는 일이었다. 우리 집 앞의 베리 밭은 아직 베리가 익지 않아 따먹을 수 없었지만, 하루는 다른 큰 농장에 가서 일을 도와주면서 실컷 베리를 먹을 수 있었다. 그 곳은 모든 작물을 무농약으로 키우는 곳이었다. 라즈베리, 블랙베리, 딸기 그리고 크랜베리까지 다양한 베리 종류를 키워서 잼을 만드는 곳이었는데, 우리는 그 곳에서 실컷 베리를 따서 설탕과 함께 마음껏 먹었다. 그리고 그 곳의 주인이 주신 잼도 가져갈 수 있었다. 초콜릿과 베리를 섞은 잼이었는데 무척 맛이 있었다. 워크캠프 내에서의 일과는 너무나 환상적이었다.

-베로나, 베네치아로의 여행
토요일과 일요일은 자유시간으로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었다. 원래 우리는 그 근처의 커다란 호수에 놀러 갈려고 했지만, 비가 와서 무산되었다. 나는 이탈리아에 온 김에 그 곳에서 가까운 베로나와 베네치아에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였고, 최종적으로 그렇게 하기로 결정하였다.

토요일은 베로나에 있었다. 베로나는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우리는 ‘줄리엣의 집’에 가서 그 곳의 유명한 줄리엣 동상을 보고, 시내를 돌아다녔다. 사실 베로나에서는 줄리엣의 집 빼고는 그냥 시내를 돌아다녔을 뿐이었지만, 너무나 재미있었다. 아이들과 웃고 떠들며 이상한 포즈로 사진도 찍었다. 그리고 이탈리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젤라또를 한 가득 먹으면서 마을 위로 올라가 경치를 감상하였다.

일요일에는 베네치아로 여행을 갔다. 사실 나는 베네치아에 대한 환상이 많이 있었다. 그 기대에 비해서, 베네치아는 굉장히 작은 곳이었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이국적인 경치가 참 아름다웠다. 우리는 그 곳에서 파란색 비둘기에게 ‘체르노빌’이라는 별명을 지어주기도 하고, 강가에서 뛰어들 듯한 포즈로 사진을 찍기도 하였다. 그리고 내가 한국인이 그립다 하자, 아이들이 일제히 ‘한국인’이라고 소리치며 한국인을 찾았던 것도 잊지 못할 것 같다.

2주간의 워크캠프는 너무나 짧았다. 나에게 언제나 넌 내 소중한 친구라며 ‘코이치카 모이’(러시아어로 귀여운 고양이라는 뜻)라는 별명을 지어준 타티아나, 내가 힘들어할 때마다 와서 친절하게 도움을 주었던 파블로, 언제나 조금 산만했던(?!) 우리를 통솔했던 일레나, 비록 영어를 많이 잘 하지 못하여 의사소통을 잘 할 수 없었지만 나를 친동생처럼 귀여워해주었던 니짐, 워크캠프가 끝나고 로마까지 함께 만나 놀았던 워크캠프 안에서 가장 친했던 ‘올라’ 모두 잊지 못할 것 같다. 특히 올라와는 계속 스카이프로 연락을 하고 있고, 1월에는 내가 사는 체코 프라하에 오기로 하였다. 워크캠프에서 너무나 소중한 인연을 만들 수 있어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