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파리 근교, 9명의 소녀들과 특별한 여름

작성자 김수진
프랑스 JR12/05 · SOCI 2012. 07 Val de Fontenay, Ile de France

EMMAUS 1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워크캠프가 끝난 지도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간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약 3주간의 워크캠프는 어쨌든 나에게 꽤나 많은 추억을 안겨 준 프로그램인 듯 하다. 원래는 이 캠프 말고 다른 캠프에 배정되었다가 중간에 바뀐 거였는데, 사용 언어에 영어가 들어 있긴 했지만 불문 지원동기서를 내라고 되어 있었기 때문에 많이 걱정했던 건 사실이다. 다행히 영문으로 내는 것으로 처리가 되었고, 그 전 캠프와는 달리 파리에서 아주 가까운 곳이라는 걸 알고 마음이 한결 놓였다. 실제로 파리에서 여행을 마치고 민박집에서 워크캠프 장소로 이동하는 데 버스로 한 번에 이동이 가능했기 때문에 이동 면에서는 나는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우리 워크캠프 참가자들은 총 9명으로, 나를 포함한 한국인이 3명으로 제일 많았고, 타이완에서 2명, 러시아에서 1명, 터키에서 1명, 벨로루시에서 1명, 세르비아에서 1명으로 모두 여자였다. 숙소는 매트리스가 다 구비되어 있었고 꽤 널찍해서 텔레비전과 컴퓨터, 꽤 큰 식탁까지 다 들어갈 수 있을 정도였는데, 우리가 쓸 수 있는 샤워실이 딱 1개뿐이었던 게 좀 불편하게 느껴졌지만, 대부분의 워크캠프에 비해선 아주 좋은 조건이었다. 무엇보다 와이파이를 쓸 수 있던 것이 상당히 놀라웠다. 와이파이를 주로 이용했던 사람들은 우리 한국인들과 노트북을 가져온 타이완 친구들뿐이긴 했지만 덕분에 부모님과 친구들과도 자주 연락할 수 있었다.
캠프 둘째날부터 바로 일을 시작했는데, 3그룹으로 나눠서 한 팀은 숙소 바로 밑에 있는 작업장에서, 한 팀은 옆동네에 있는 다른 매장에서, 나머지는 본 매장에서 또 흩어져서 각각 다른 매장에서 일을 하게 됐다. 처음에는 돌아가면서 일터를 바꾼다고 했었는데, 대부분 캠퍼들은 자기가 처음 선택한 곳에서 일을 했고, 우리 한국인들만 계속 바꿔가면서 일했다. 사실 기관 사람들은 우리가 어디서 일하든 별로 신경 쓰는 것 같지 않았다. 처음에 작업장에서 일하다가 싫증나면 본 매장에 가서 일하고, 그러다 일이 힘들면 다음날엔 또 작업장에 가는 식으로 했기 때문에 나를 포함한 한국 친구들은 꽤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일 자체는 그리 많은 육체노동을 요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별로 힘들진 않았다. 다만 나는 말이 잘 통하지 않아서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적이 몇 번 있었다. 매장에서 일하는 컴패니언들은 물론이고 참가자들 중에도 러시아 친구와 터키 친구는 영어는 잘 못하고 불어만 할 수 있었고, 그래서 서양인 참가자들은 자기들끼리 이야기할 때는 불어로만 이야기하곤 했다. 그래서 처음엔 나에게 통역을 해줄 한국 친구들이 주위에 없으면 불안하고, 불어밖에 모르는 컴패니언들과 점심 식사를 꼭 해야 한다는 것도 상당히 싫었었다. 하지만 나중에는 많이 적응되어 간단한 인사나 단어 정도는 알아듣고 예, 아니오 정도는 대답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었다.
말도 안 통하고 일도 같이 안 하고 해서 그랬는지, 일 안 하는 시간에도 참가자들이 같이 여가를 보내지는 않았다. 대부분 일이 끝나면 파리에 나가서 놀았는데, 밖에서 만나서 나름 사진 찍고 재밌게 놀다 와도 방에 우리끼리 있으면 한없이 어색해지곤 했다. 워크캠프 장소라기보단 호스텔 도미토리 같은 느낌이었다. 인터넷도 되고 파리에 아무때나 나갈 수 있고 우리를 한데 뭉치게 해 줄 수 있는 캠프리더도 없어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아주 끈끈한 무언가는 없었지만, 그래도 나름 마음이 맞는 참가자들끼리는 혁명기념일 때나 휴일에 같이 파리에 나들이도 가고, 마트에 쇼핑도 같이 가고, 저녁도 같이 요리해 먹고, 이야기도 많이 했다.
파리와의 접근성이나 숙소 상태, 식사를 제공해 줬던 점, 일이 많이 힘들지 않았던 점은 아주 좋았지만, 캠프가 끝날 즈음 가진 미팅에서 관계자들이 우리끼리 친해지거나 단합하는 건 캠프의 목적이 아니라고 했을 때는 많이 배신감도 들고 화도 났다. 캠프 리더를 없앤 이유가 캠프 참가자들끼리 너무 친해져서 컴패니언들과 잘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건 내 입장에선 정말 내가 워크캠프에 온 목적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말이었다. 나는 외국인 친구들과 더욱 끈끈한 뭔가가 생기기를 진심으로 바랬었고, 캠프 리더가 없으니 기존 봉사자들이나 관계자들이 뭔가 우리를 위한 프로그램이라도 열 줄 알았었는데, 말로는 주말에 바다에 데려가겠다고 해놓고 저녁때까지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 등의 해프닝이 너무 많았다. 기존 봉사자들은 우리 또래였지만 그들도 역시 자기들끼리 뭉쳐 다니거나 캠퍼 중에 자기랑 친한 몇 사람하고만 따로 연락해서 놀러가고 했던 일이 많아서 캠프 참가자들끼리 다 함께 문화 교류를 하길 바라고 왔던 나 같은 참가자들은 굉장히 불만이 많았다. 인터내셔널 데이라고 각국의 음식을 요리해서 컴패니언들에게 대접하는 행사를 하긴 했는데, 그것도 왠지 문화 교류 행사를 안 하긴 뭐하니 끼워 넣은 것 같은 느낌이어서 좀 찝찝했다. 또한 인포싯에는 술은 금지라고 써 있었고 컴패니언 사이에서도 술 마시는 것, 방에 여자를 들이는 것 등이 금지라는 규칙이 엄연히 존재했었는데, 참가자 중 한 명과 관리자 급에 있던 컴패니언 중 한 명이 규칙을 지키지 않아 참가자들이 상당히 불쾌했었던 일도 있었다.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기존 봉사자들과 제대로 얼굴 보고 대화할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그 중 여자 봉사자에게 말을 하긴 했으나 캠프 막바지였기도 했고 그들도 위에다 말을 해 보겠지만 자신들은 조치를 취할 입장이 아니라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관계자들과 우리를 연결해 줄 캠프 리더가 있었다면 좀 더 빨리 무언가 해결책을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캠프를 통해 파리가 좋아지고 별로 접할 기회가 없던 프랑스에 대해 눈을 뜨게 되는 등 새로운 경험을 한 건 분명히 맞지만, 나는 다음에 캠프를 혹시 하게 된다면, 외국인 친구들과 제대로 공동체 생활을 하며 더 다양한 문화를 배우고 단합할 수 있는 캠프를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