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프랑스 작은 호텔, 마음으로 통하다

작성자 이예슬
프랑스 JR12/200 · DISA 2012. 04 L’ermitage Jean Reboul, Mens

AVT ERMITAGE JEAN REBOUL 1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내가 18일간 일했던 워크캠프 장소는 l’ermitage Jean Reboul 이라는 곳으로, 프랑스 지방의 작은 마을에 있는 아담한 호텔이다. 이곳으로 약 20명 가량의 장애인들이 휴가를 오는데 내 역할은 그들이 편히 생활할 수 있게 하루종일 옆에서 돕는 역할이었다. 나는 이곳에서 평생 할 수 없었던,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할 수 없을 값진 추억을 얻었고, 여러 가지를 배웠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짧게나마 해보도록 하겠다.
아침 7시가 되면 어김없이 자원봉사자 숙소에는 노랫소리가 울려 퍼진다. 매일 밤, 순찰을 도는 자원봉사자들은 아침마다 다른 자원봉사자들을 노래로 깨우곤 했다. 이렇게 각국의 노래를 들으면서 나의 하루는 시작됐다.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간단히 아침을 먹은 뒤 회의를 하고, 장애인들을 깨우는 일이다. 매일 아침마다 자신이 담당하는 사람이 바뀌는데, 깨우는 것부터 시작해서 목욕, 아침 준비 등을 모두 해야 한다. 거동조차 못하여 기계를 사용해서 휠체어로 옮겨야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이닦기나 밥 먹기 등 간단한 것은 할 수 있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목욕 후에는 아침까지 다 먹고 나면 11시정도 되고, 이 시간이 되면 우리는 간단한 게임을 하거나 앉아서 이야기를 나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 점심 시간. 한 명의 장애인과 한 명의 자원봉사자가 짝이 되어 점심을 같이 먹는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산책을 가거나 낮잠을 자고, 게임을 한 뒤 저녁을 먹는다. 점심, 저녁식사는 완벽한 프랑스식이었는데, 바게트는 항상 준비되어 있었고 전채요리(샐러드, 수프 등), 본식(파스타, 스테이크, 닭고기 등), 후식(브라우니, 아이스크림, 요거트 등)으로 이루어진다. 저녁식사 뒤에는 항상 새로운 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었다. 직접 해보는 연극, 콘서트장 가서 신나게 헤드뱅잉 해보기, 수영장에서 수영 즐기기, 옆 동네 산책가기, 마사지받기, 우리가 만드는 콘서트, 멕시칸의 밤 등등 정말 흥미로운 것들이 많았다. 이렇게 하루가 끝나면 자원봉사자들은 다시 한 명의 장애인과 짝이 되어 잠이 들 때까지 돕는 역할을 한다.
처음에 이 곳에 도착했을 때 들었던 생각은, ‘아, 두렵다.’ 였다. 나는 프랑스어를 능숙하게 하는 것도 아니고, 교환학생 경험이 있기는 했지만 나 빼고 한국인, 아니 동양인이라고는 한 명도 없는 공간에 놓여본 적도 없었다. 결정적으로 나는 장애인을 도와 본 적이 없다. 그렇기에 기저귀를 갈고 목욕을 시키는 등의 일은 나에게 너무나도 어려웠고, 첫 며칠간은 내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과 함께 얼른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시간이 점점 지나고, 프랑스어가 점점 들리면서부터 나는 일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나는 장애인들과 함께 소통하는 방법을 배워갔다. 그런데 그들과 친해지면 친해질수록, 내가 그들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장 감동했을 때는 내가 아팠을 때였다. 아픈 것을 내색하지도 못하고 가만히 앉아있는데, Mari-Cecile이라는 할머니는 자꾸만 자기 방으로 가자고 하셨다. 그리고 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예슬, 안색이 너무 안좋다. 내 방에 가면 사탕이 있어! 그걸 먹으면 나아질거야. 얼른 가자.’. 돕겠다고 와서 오히려 도움을 받는 상황이 되니까 정말 가슴에서 뜨거운 것이 흘러 넘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Mathieu라는 친구는, 내가 프랑스어를 제대로 못알아듣거나 못할때마다 이런 말을 했다. ‘예슬아, 네가 말을 잘 못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잘 못 알아듣는 거야! 그러니까 겁내지 말고 다시 한 번만 말해줘.’ 이런 일화 말고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때묻지 않은 그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내가 너무나도 부족한 사람임을 느낄 수 있었고,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위하는 마음을 그들에게 배울 수 있었다.
다른 자원봉사자들과도 친하게 지냈는데, 나는 외국인들 사이의 우정이 그렇게 두터울 수 있다는 것을 그 때 알았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면 친구가 될 수 있었다. 캐나다, 스웨덴, 체코 그리고 우크라이나에서 온 친구들과 밤 늦게까지 얘기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적이 너무나도 많았다. 나는 특히 우크라이나에서 온 Olga라는 친구와 친하게 지냈었는데, 그녀는 프랑스어를 아예 할 줄 모르고 영어도 몇몇 단어만 할 줄 알았지만 우리는 각 나라의 문화를 얘기했으며 가족 이야기, 친구들 이야기, 남자친구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를 알아갔다. 한국 나이로 스무살이었지만, 올 해 여름에 결혼한다고 나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던 올가, 언젠가는 꼭 우크라이나에 가서 그녀를 만나고 싶다. 이 외에 간호사였던 Assia와도 친하게 지냈고 그녀는 한국에 꼭 놀러오기로 약속했으며, 다른 자원봉사자들, 장애인들과도 페이스북으로 활발하게 교류중이다.
워크캠프는 나에게 많은 것을 주었다. 추억은 물론이고, 외국인 친구들 사이의 우정을 알게 해 주었으며, 때묻지 않은 장애인들의 사랑, 그들의 우정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내가 프랑스에 다시 가게 된다면, 그들을 꼭 다시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