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생일빵 먹고 떠난 워크캠프, 스페인에서

작성자 최연호
스페인 SVICS012 · DISA 2012. 07 Ossa De Montiel

ALONSO QUIJANO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워크캠프 시작 전날, 내 생일을 외롭고 초라하게 마트에서 산 싸고 양 많은 생일빵으로 점심 겸 저녁을 때웠지만 이미 나의 생각은 다음날 있을 워크캠프에 대한 두려움과 설렘으로 가득했다. 다음날 목적지까지 가는 버스는 단 한대뿐이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2시간 전에 터미널에 도착했다. 버스가 출발하기 몇 분전, 한국인처럼 보이는 사람이 같은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에 탄 동양인은 나까지 3명. 2명의 말을 들어본 결과 역시나 같은 나라 사람.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역시나 같은 워크캠프 사람이었다. 혼자여서 외로웠던 찰나에 같은 나라사람이 2명이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마드리드에서 버스로 3시간 걸리는 목적지. 몇몇 작은 마을을 지나 미국 서부 영화에서 본듯한 붉은 빛을 내는 땅과 파란 하늘 그리고 거친 1차선 도로를 달려 미팅장소에 도착하게 되었다. 거기서 다시 차로 10분 더 가니 도착한 우리들의 숙소. 인포싯을 받았을 때 미리 구글에서 검색한 결과 호수들이 상당히 많았는데 도착해서 직접 보니 살면서 보지 못한 물의 색, 표현하자면 에메랄드 빛이 나는 그런 호수 옆에 숙소가 자리잡고 있었다. 도착하자 반겨주는 많은 사람들. 여기 숙소사람들이거나 마을사람들인가? 생각밖에 많은 사람들이 우릴 반겨주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알 수 없는 언어들. 그들은 모두 워크캠프 사람들이었고 터키인 2명, 나를 포함한 우리나라 사람 3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스페인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총 인원 24명, 10명 정도의 인원이라고 생각하고 왔던 나에겐 약간의 당혹감이 들었다. 거기에 내 귀에 들려오는 스페인어의 향연은 내 머리 속을 깨끗하고 맑게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버렸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극복하기 힘든 일을 피해만 왔던 나였기에 이번에는 어려운 상황이 닥치더라도 이겨내자라고 다짐했기에 모든 프로그램과 대화에 참가하고 그들과 어울리기 위한 노력을 하려고 애썼다. 우리들이 머무는 곳은 유스호스텔로 방도 2인1실 혹은 4인1일의 방과 밥을 제공해주는 그런 곳이라 음식을 할 시간은 따로 없었다. 내가 온 워크캠프는 장애인들의 활동을 도와주고 보조해주는 것이었다. 장애인 센터에서 프로그램을 같이 도와주거나 숙소 주변의 호수에서 물놀이 하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 우리의 임무였다. 일은 평일 하루에 4시간 정도만 하면 끝나는 것이었고 워낙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힘들지는 않았지만 아쉬운 점은 장애인들 역시 스페인어로만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내가 그들의 요구나 대화를 들어줄 수 없어서 많은 교감을 나눌 수 없었던 점이 아쉬웠다. 하루에 이동시간 포함 봉사활동 5시간 정도를 제외하고 점심을 먹고 잠을 자거나 자유시간을 갖는 시에스타 때 외에는 모두 엑티비티로 채워졌는데 봉사보다 엑티비티가 더 힘들었던 워크캠프였다. 놀이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내가 보기에 좀 야한 게임들이 있었지만 모두들 별 불만 없이 하기에 내색하지 않고 그들과 놀이를 즐겼다. 워낙 많은 엑티비티를 해서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활동도 있었지만 깨알 같은 재미, 감동과 추억을 준 엑티비티도 많았다. 주변 다른 호수와 산을 오르며 멋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은 것은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었고 특히 우리가 있었던 지역의 와이너리에 갔던 것이 너무 좋았다. 한국에서 포도주를 가끔 먹어봤지만 썩 내 입에는 맞지 안았는데 이곳에서 맛 본 와인은 내게는 생명수와 같이 느껴졌다. 지금까지 먹어봤던 술 중에서 가장 내입에 맞는 술이라 할 수 있었다. 캠프리더에게 그라시아스를 연발했고, 와이너리를 떠나기 전 와인을 살 시간을 주었고 냉큼 단돈 만원 정도의 와인 한 병을 소중하게 품에 품고 나왔다. 와인을 품고 골룸의 명대사 “마이프레셔스~”를 주절거렸던 나를 주변 친구들이 알코올중독자나 미친 사람으로 봤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만큼 인상적인 와인이었다. 소중하게 품고 한국으로 가지고 온 와인은 나의 온기가 가시기도 전에 맛도 보지 못하고 어머니의 명령에 다른 사람에게 입양되었다. 그 후 마치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아이를 입양시키고 애타게 그 아이를 찾는 어미의 심정으로 누군가가 그 와인을 인터넷으로 애타게 찾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 내가 갔던 워크캠프는 장애인들과 함께 하는 시간보다는 같이 있었던 친구들과 활동하는 시간이 워낙 많아 그들과의 교류가 중요했는데 이 부분에서 나에게 아쉬운 점이 참 많다. 비록 스페인어가 주된 언어였고 영어를 잘 구사하는 친구가 몇 없었지만 내가 영어를 잘했더라면 충분히 그들의 생각을 교류하고 내 생각을 그들에게 말해줄 수 있었는데 터무니 없이 부족한 나의 영어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또한 같은 한국 친구들 2명과 많은 대화를 못 나눈 점, 그들이 힘들어 하는 문제나 불만을 내가 해결해 주지 못 한 점은 너무나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다른 나라 친구들과 우리나라 친구들 모두 깊은 친분을 쌓으려고 노력했지만 두 열매를 모두 먹기에는 아직 나의 능력이 부족했었다. 2주 동안의 많은 활동을 마치고 모두 다시 자신의 목적을 가지고 각각 흩어지면서 나의 워크캠프는 이렇게 끝났다. 나름 노력을 했지만 소심한 성격이 한번에 대범하게 바뀌는 것도 아니었으며 나의 영어 실력은 아주 형편없었고 주변 사람들을 챙겨주는 능력 또한 부족하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온 워크캠프였다. 이번 워크캠프는 나의 인생에서 좀 더 성숙하고 한 단계 더 올라가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다음에도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다면 그땐 아쉬움이 없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