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스페인, 24명의 친구들과 빛나는 여름

작성자 곽미정
스페인 SVIMA012 · ENVI 2012. 07 마드리드 근처의 Soto del Real

CERCADO RODELA II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2012년 여름. 스페인에서의 1년 교환학생을 마치고 무엇을 하고 돌아갈까 생각하다 결정한 워크캠프. 내 1년 생활의 빛나는 종지부였다. 12명의 참가자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했는데 막상 가보니 그 두 배의 24명의 참가자가 있어 당황했지만 다들 밝고 성격이 좋아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다만 70% 이상의 국적이 프랑스와 스페인이라 불어나 스페인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참가자라면 개인적인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것 같다. (리더들에게 물어보니 스페인의 워크캠프는 모두 이렇다 한다. )
전반적인 생활은 이랬다. 첫 날 오후 6시에 마을회관 앞에서 만나 숙소로 자리를 이동하고 저녁을 먹고는 바로 잠자리에 들었고 둘째 날 아침 리더들이 짜 놓은 조별로 돌아가면서 모든 종류의 일을 조금씩 해보았다. 아침 8시에 일어나 9시부터 11시 반까지 오전 일을 했고 간식을 먹은 후 12시부터 2시까지 다시 오후 일. 그리고 2시 반에 점심을 먹고는 5시까지 다들 밀린 빨래를 하고 씨에스타(오후2시부터 3~4시간 정도의 스페인의 휴식시간. 주로 낮잠을 자거나 간식을 먹으며 쉰다.)를 즐겼다. 5시 반부터 저녁시간인 9시 반까지는 다같이 숙소를 꾸민다거나 마을이나 호수에 놀러갔고 저녁을 먹고 10시 반엔 전체회의 및 게임 그리고 보통 12시쯤에 잠자리에 들었다. 스페인의 태양에 익숙했던 나지만 햇빛아래서 땀을 흘리며 몇 시간 동안 일을 하는 것은 처음에 굉장히 힘들었다. 오후 일이 끝나면 바로 쓰러져 잤고 서로 주물러주며 진통스틱겔(파스종류)도 서로 발라주곤 했다. 하지만 2주가 지나고 나니 규칙적인 생활과 많은 활동량! 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도 건강해져 있었다.
기재된 필요한 준비물 외에도 준비해가면 좋겠다 싶은 것은 International food day가 있었는데 워낙 작은 마을이라 아시아 식재료를 구하기가 힘들었다. 필요하다면 고추장 한 봉지를 챙겨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대학생을 제외한 유럽의 많은 친구들이 아시아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삼성과 엘지는 알지만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있는지 모르는 친구들도 있고 어디에 모르는 친구들도 많다. 그럴 때 막상 설명하려 하면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 당황스럽기도 한데 알려주고 싶은 부분에 대해 미리 공부하면 좋을 것이다.
인사 문화에 관해서 스패니쉬들은 왼쪽 오른쪽의 순서로(반대로 하는 친구도 아주 간혹 보기도 했다) 볼키스를 한다. 친한 사이이거나 좀 사교적인 친구들은 볼에 진하게 입을 맞추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가볍게 볼을 맞댄 상태에서 소리를 내는 인사인데 첫 만남에 이름을 얘기한 바로 다음 순서이다. 아시아인이라 악수를 청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그럼 그 손을 잡고 그 친구의 볼에 입을 맞춘다. 살짝 당황하지만 신기해하며 좋아한다. 처음엔 어색할지 몰라도 이 인사로 인해 가까워졌다는 것이 느껴질 것이다.
사실 워크캠프를 하기 이전에 이미 스페인에서 1년을 지낸 지라 워크캠프 동안의 특별한 낭만에 대해 기술할 것은 그리 많지 않다. 그냥 그들의 삶이 그렇다. 숙소에서 마을까지 걸어서 편도 50분 정도의 거리인데 굉장히 덥다. 그리고 멀다. 하지만 그들은 그냥 걷는다 웃으면서 노래하면서 떠들면서. 그러다 더우면 그늘에 앉아 쉬어가고 마을에 도착하면 맥주 한 잔을 마시며 또 노래하며 웃는다. 한 번도 덥다고 목마르다고 멀다고 투덜거리는 것을 본 적이 없다.
한국에 돌아와보니 모든 것이 꿈같이 느껴진다. 잠이 오지 않는 오후엔 다같이 모여 수다를 떨며 실을 엮어 소원팔찌도 만들어 서로 선물도 해보고, 해먹에 누워서 낮잠도 자보고, 각자 상대방의 간단한 인사말 정도는 익혀 대화도 해보고, 다같이 별자리 책을 보고는 숙소 앞 마당에 큰 매트를 깔고 누워서 별자리도 찾아보고.. 한국이었으면 ‘스펙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라 생각하여 시간낭비라 여기지 않았을 모든 것들이 그 때 그 시간 나에게는 낭만이자 생활이었고 여유였고 즐거움이었다.
스페인, 그곳이었기에 이런 향기로운 시간들을 보낼 수 있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