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강제 수용소, 역사를 마주한 3주

작성자 이누리
독일 VJF 2.4 · STUDY/RENO 2012. 08 - 2012. 09 Oranienburg – Sachsenhausen memorial

Sachsenhausen 3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독일 베를린에서의 워크캠프, 솔직히 말이 ‘워크’캠프지 그냥 공기 좋은 숲 속에서 ‘요양’하는 기분이었다. 워크캠프의 주제가 역사 공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기 때문에 아침에 독일 역사를 공부하고 오후에는 대부분을 자유시간으로 보냈다. 우리가 머물렀던 곳은 나치 강제 수용소의 수장격인 사람이 살던 공간을 호스텔로 개조한 곳이었는데 새로 지어진 호스텔이라서 깨끗했다. 경우에 따라서 달랐으나 두 명이서 한 방을 쓰는 경우도 있어서 정말 공기 좋은 곳에서 요양하는 것 같았다. 3주동안의 캠프기간 동안에 우리는 크게 수용소의 역사를 배우고, 베를린을 투어하면서 도시 곳곳에 숨어있는 그 쓰라린 역사의 흔적, 그리고 실제로 수용소에 수감되었었던 사람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첫 주에는 주로 수용소를 돌아보면서(지금은 수용소와 memorial 그리고 박물관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나치의 홀로코스트가 어떤 형태로 이루어졌었는지, 그리고 독일의 패전 이후에 어떠한 형태로 변화했는지 등을 배웠다. 첫 주에는 나무 막대기 인간 모형에 살을 붙여서 진짜 사람을 만들어 내는 작업을 했다. 나는 스페인 남자애와 이탈리아 남자애와 함께 짝이 되었는데 신문지를 붙여나갈 때마다 나무 막대기는 점차 사람이 되어갔고 마지막 수용자들의 일대기를 읽어보고 그 중 한 인물을 선택해서 그에게 어울리는 특성을 부여하는 작업을 하면서 수용자들의 삶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기회도 가질 수 있었다. 그 수용소에 있었던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인생을 가진 각자의 ‘개인’이었던 것이다. 투어를 하면서 전반적인 그들의 생활을 들을 수 있었다면 예술 작품을 만들어내는 활동을 하면서는 그 수용자 개개인의 삶을 느껴볼 수 있어서 좋았다. 둘째 주에는 모두 함께 베를린으로 나가 워킹투어를 했다. 단순히 지나칠 수 있었을 건물들을 돌아보면서 설명을 듣고, 유명한 랜드마크도 돌아보았다. 물론 우리가 하는 워킹투어는 베를린의 랜드마크를 찍고, 사진을 찍고 하는 것과는 달랐다. 일반적인 투어보다 ‘유대인’과 홀로코스트, 또는 독일의 역사 특히 1945년 이후의 독일 역사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었다. 우리는 베를린 워킹투어를 하는 일정 중에 Topography of Terror 박물관에 가서 역시 또 다른 가이드 투어도 했는데 나치 독일의 행태를 처음부터 끝까지 알게 되는 기회였던 것 같다. 두번째 베를린 투어는 포츠담에 가까운 Wansee에 가서 역시 가이드 투어를 했는데, 그곳은 헐리우드 영화의 배경이 되기도 했던 공간이었다. 유럽의 정치인들이 모여 유럽에 있는 유대인들을 학살하자고 공모한 곳이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배운 사람’들이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각자의 투어를 마치고는 그룹을 나누어서 베를린에서의 자유시간을 가졌다. 베를린으로 쇼핑을 하러 가는 그룹도 있었고, Kreuzberg에 있는 펍을 가는 그룹도 있었다.

우리가 했던 육체노동은 SS캠프 배럭 근처에 있는 나무를 베는 일이었는데, 이는 나름대로 보람을 주었다. 나무에 가려져 있던 배럭들이 우리가 나무를 벨 때마다 드러나면서 뭔가 우리가 memorial을 위해 정말 ‘어떤 일’을 하고 있구나 하는 쾌감을 주었다. 그것도 매일 하는 것도 아니고 공부하는 일정이 없는 오전에 2시간 정도 이루어졌고 4번정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모두가 너무 열심히 일을 한 덕분에, 그 네 번동안 나무를 베고 가지를 치고, 잔가지와 굵은 몸통을 구분하는 작업까지 끝낼 수 있었다.

매일 아침 9시부터 1시 이전까지 우리는 공부를 하거나 육체노동을 하거나 했는데, 그 일정 이후에는 대부분 우리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시간이었다. 자유시간 동안에 우리는 자전거를 타러 가기도 하고, 베를린에 놀러가기도 하고, 우리가 머무는 Oranienburg를 자전거를 타고 투어하기도 했다. 저녁은 둘 씩 돌아가면서 자신의 나라의 ‘전통’음식을 만들어 먹었고, 저녁을 먹은 뒤에는 모두 함께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거나, 배드민턴이나 탁구를 하기도 했다. 아무런 일이 없는 주말은 우리에게 주어진 꿀 같은 자유시간과 같아서 늦잠을 자기도 하고, 베를린에 놀러가기도 하고, 포츠담이나 함부르크 같은 다른 도시로 여행하는 사람도 있었다. 녹색 나무가 우거진 숲길을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하루하루는 잊지 못할 것이다.

독일 워크캠프는 나의 두번째 워크캠프였는데, 첫번째 워크캠프와는 달리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캠퍼들은 모두 13명이었고, 리더는 워크캠프 참가 경험이 이번이 두번째인 독일 여자애였는데, 예산을 잘 운용하지도 못하고 자유시간을 이용하여 캠퍼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어떤 것을 만들지도 못했으며 오히려 주말마다 집에 갔다 저녁 늦게 돌아오고는 했다. 자유시간에 쓸 수 있는 충분한 돈을 갖고 있으면서도 딱 정말 슈퍼마켓에서 사는 식비만 예산으로 해결했고 모두가 함께 베를린에 나가서 투어를 할 때도 개인의 돈으로 점심을 해결해야 했다. 떠나기 이틀 전날에는 아침으로, 점심으로 먹을 빵이 떨어졌다고 하니 빵을 20봉지를 사오고, 모두가 너무 많다고 하니 그 다음날 아침 누구와 상의하지도 않고 그 빵을 자선 단체에 모두 줘버리고 다시 사오게 만들었다. 캠퍼들은 환상적이었고 프로그램도 좋았고, 우리가 머무는 곳도 너무 너무 좋고 만족스러웠는데 리더의 무능력함이 짜증나는 때가 많이 있었다. 누구에게 말도 안하고 늦었다며 혼자서 캠프 장소로 자전거를 타고 가버리기도 하고, 가만히 문 앞에 서서 기다리기도 했다. 캠퍼 누구와도 소통을 하려고 하지 않았으며 자유시간에는 자신의 방에서 책을 읽기만 했을 뿐이다.
워크캠프 자체는 너무 만족스럽고 베를린에서 머무는 3주가 행복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리더의 무능력함으로 워크캠프에서 얻을 수 있는 캠프 이외의 것들을 얻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어쩌면 리더만 탓할 것이 아니라 소통을 이끌어 내려고 하지 않았던 우리들의 잘못일 수도 있지만 다음 워크캠프부터는 경험이 좀 있는, 소통을 중요시하는, 너무 소심하지 않은 그런 사람이 캠프의 리더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