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피우데리코 호수, 2주간의 특별한 만남

작성자 정다운
이탈리아 Leg43 · ENVI 2012. 06 - 2012. 07 Piediluco lake

Piediluco lake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제가 참가한 워크캠프는 이탈리아의 중부인 움브리아주에 속한 곳으로 Terni라는 기차역에서 버스를 타고 30분정도 떨어진 피우데리코 호수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역까지는 로마에서 기차로 일반 기차로 한시간정도 걸리는 곳이었는데 기차가 자주 있어서 워크캠프 장소까지 가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인포싯에는 기차시간과 버스 시간표가 잘 정리되어있었고 세번의 미팅시간이 명시돼있어서 미리 리더와 이메일을 주고 받고 각자 원하는 시간에 맞춰 갈 수 있었습니다. 버스정류장에서 몇몇 워크캠퍼와 첫만남을 가지고 미팅 장소에 도착해 리더가 픽업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숙소는 규모가 작은 학교였는데 지하에 주방과 식당, 1층에는 교실과 화장실이 있었습니다. 화장실은 교내에, 샤워실은 1분거리의 다른 건물에 있었습니다. 여자샤워실의 경우 시설이 그닥 좋지는 않아 때때로 불편하기도 했지만 그 외에 실내 공간이나 주방시설 등은 넓고 사용에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도착해보니 미리 리더들이 교실을 각각 남자/여자 방으로 나눠 조립식 침대를 준비해둬서 저희는 침대를 각자 설치한 뒤 가져간 침낭을 올려두고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첫째날은 리더들이 준비한 저녁식사를 먹은 뒤 간단한 자기소개와 앞으로 어떻게 청소, 식사준비를 할 것인지, 어떤 봉사활동을 하게 될 것인지 설명도 듣고 건의사항이 있는지 자유롭게 의견 교환을 하면서 저녁시간을 보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식사와 청소는 매일 2명씩 당번을 정해서 그날은 봉사활동에 나서지 않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식사준비, 설거지와 함께 청소를 담당하는 것이었는데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리더까지 포함해서 거의 17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먹을 음식을 만들고 설거지를 하는 일은 육체적으로 비교했을 때 일을 하는 것보다 더 어려우면 어려웠지 결코 쉬운 일은 않았습니다. 마을에 딱 하나 있는 아주 작은 동네슈퍼에서 한정된 예산으로 식자재를 구입한 뒤 각자 다른 입맛, 식성을 가진 여러 국가에서 온 친구들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메뉴를 생각해낸다는 것도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준비한 음식을 친구들이 맛있게 먹어줄 때는 정말 뿌듯했습니다. 한국음식도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재료를 구하기도 힘들었고 특히 저와 함께 워크캠프에 참가하게 된 한국인친구가 불고기양념소스를 가져왔는데도 예산이 워낙 한정돼있어서 고기를 구입하지 못해 써보지도 못했던 점은 무척이나 아쉬웠습니다.

봉사활동은 정말 다양한 일들을 했습니다. 피우데리코 호수 근처에서 다양한 환경보호 활동을 하고 마을의 water festival을 준비한다는 사전 인포싯 내용을 읽고 상상할 수 있었던 일보다 훨씬 재미있는 활동이 준비돼있었는데요, 거의 매일 다른 일을 한다는 기분이 들어서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정신질환 재활센터를 방문해 현지 주민, 재활원에서 지내고 계신 분들과 함께 폐지를 활용한 다양한 재활용 제품 만들기, 마을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고성에 올라 주변 정리하기, 성에서 중세시대 코스튬을 입고 도우미로 봉사활동하기, 축제 홍보 전단 배부하기, 작은 배들을 전통방식대로 종이꽃으로 꾸미기, 마을 광장 청소하기, 페인트칠하기, 호숫가 청소하기, 부스 설치하기 등등 다양했습니다. 워크캠프가 좋았던 점은 현지 주민들과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준비하는 축제이다 보니 워크캠프 멤버 외에도 마을의 이장역할을 하는 분이나 재활센터 분들과 만날 일이 많았고 또 정이 들게 됐습니다. 일은 어렵지 않았지만 한여름의 이탈리아란 비도 거의 내리지 않는 날씨에 햇볕이 아주 뜨겁기 때문에 쉬이 지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오전 일찍 일을 시작해 점심 식사 전에 끝내려고 노력을 했고요. 일을 마친 후나 저녁 일정 사이에 잠깐의 틈이 날 때면 낮잠을 자는 일도 많았습니다. 저희는 자유시간이 되면 종종 호숫가로 나가서 배를 타거나 수영을 하면서 더위를 식혔섭니다. 선블록크림을 바르더라도 햇볕이 워낙 강해서 일을 하거나 마을을 오가면서 짧은 시간 안에 피부가 탈 수 있기 때문에 선글라스, 자외선 차단 지수가 높은 선블록크림, 챙이 넓은 모자 같은 것들은 미리 준비하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다른 친구들은 태닝을 좋아해서 피부가 빨갛게 익을 정도로 밖에서 머무르곤 하던데 저는 호수에서 배를 탈때도 얇은 긴 팔 셔츠를 입거나 모자를 쓰곤 했습니다. 축제는 워크캠프 기간이 거의 끝나갈 때쯤 열렸습니다. 마을이 워낙 작고 사람들도 많이 보이지 않아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올까 싶었는데 막상 개최되고 나니 축제를 즐기기 위해 온 많은 사람들로 온 마을이 들썩여서 캠프에 참가했던 모두가 신나 했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저희가 직접 만든 종이꽃으로 장식한 배가 호수를 떠갔던 순간이나 모두 모여 지켜봤던 호숫가의 불꽃놀이는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저는 이후에 프랑스에서 또 다른 워크캠프에 참가했었는데 2가지를 워크캠프를 모두 경험한 지금 와서 깨닫게 된 사실은 이탈리아 워크캠프가 정말 activity활동도 다양했고 주어졌던 자유시간을 알차게 활용할 수 있도록 캠퍼들을 위해 많은 준비를 했었구나 라는 것입니다 워크캠프 기간 중에는 TV도 볼 수 없고 인터넷도 없는 상황에서 하루 4~5시간 정도의 봉사활동을 제외하고 자유시간이 많이 남게 됩니다. 주말에는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심심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기우였습니다. 피우데리코 호수를 유람선을 타고 둘러보거나 저희가 직접 작은 배의 페달을 밟아 호수를 둘러보기도 하고요, 마을 밖으로 나갈 때는 저희가 버스를 직접 타고 나간 적도 있지만 단체에서 제공해준 차를 나눠 타고 교외로 나가는 일이 잦았습니다. 유럽에서 가장 크다는 폭포도 가보고 정말 현지인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조용한 호수를 찾아가서 눈이 시릴 정도로 맑은 물에 발을 담그거나 수영을 하면서 풍경을 감상했던 기억도 남아있습니다. 바비큐파티를 하기도 했고요. 하루 종일 놀다가 옆 마을의 다른 축제에 놀러갔을때는 자정이 넘을 때까지 그곳에서 머무르면서 이탈리아 젊은이들이 어떻게 노는지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평일에도 호숫가에서 보내는 시간 외에도 저희는 항상 음악을 틀어두고 책을 읽거나 저녁에는 달빛아래에서 기타연주를 감상하기도 하고 술도 마시면서 시간을 보냈는데요. 특히 저희 숙소 바로 앞에는 꽤 넓은 스테이지가 있는 바가 있어서 그곳에서 춤을 추면서 저녁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전세계에서 모인 문화도 언어도 다른 참가자들이 낯선 장소에서 처음 만나 말 그대로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하루 종일을 붙어 지내며 공동생활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 예상했었는데 막상 캠프가 열리고 나니 만난 지 며칠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나눴을 정도로 금방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서로 꿈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각자 나라의 언어, 음식, 문화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묻기도 하고 다양한 가치관과 생각을 나누면서 시야도 넓힐 수 있었습니다. 참가자들 연령대는 18~25세 사이였는데 영어 실력도 제각각 이었지만 몸짓을 하던 옆에서 통역을 해주던 결국 서로 의사소통을 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2주라는 시간은 짧다면 무척 짧을 수 있고 길다면 한없이 긴 기간입니다. 제게 있어 올 여름 이탈리아에서 워크캠퍼들과 함께 보냈던 2주는 하루처럼 빠르게 지나갔지만 그 추억들은 아주 오래도록 제 마음속에 남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