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캠로그(WLOG)
서로를 통한 배움 또한 워크캠프의 찐 매력 / 네팔 워크캠프 참가후기
2020-08-19
고민과 함께 시작한 두번째 워크캠프
이번 네팔 워크캠프는 저의 두 번째 해외봉사활동이었어요. 작년 초 인도 쿤다푸르 지역에서 처음으로 참가했던 워크캠프에 대한 기억이 지난 1년 반 동안 저에게 큰 힘을 주었고, 언젠가 또 다른 워크캠프에 참가하겠노라 다짐했었거든요.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첫 워크캠프 참가 후 '내가 워크캠프를 위해 사용한 참가비 150만 원으로 현지 아이들에게 신발 한 켤레 선물하는 것이 그들에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고, 해외봉사활동의 목적과 필요성에 대해서도 다양한 고민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어요. 또한 봉사자들의 태도나 무조건적인 도움으로 혹시나 현지인들이 '상대적 빈곤'을 느끼지는 않을지, 그로 인한 불행을 조성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 활동은 어떤 목적과 생각으로 임해야할지 스스로 많은 생각을 하기도 했답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통해, 현지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돌아오자란 각오로 저는 그렇게 네팔로 떠나게 되었답니다.
날씨로 인한 아쉬움을 우리만의 에피소드로 극복했어요!
기상악화로 기존에 예정되어 있던 치트완 국립공원 봉사활동이 취소되어 아쉬움이 너무 컸어요. 대신 새롭게 제안된 지진복구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답니다. 비가 오지 않는 오전에는 캠프 사이트 내의 농장에서 배수로를 만들었고, 점심 시간 이후에는 언덕에 걸쳐져 있는 인근 마을들을 돌아다니며 현지인들과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2015 네팔 대지진으로 일부가 붕괴된 학교 재건축을 돕기 위해 매일 아침 산 중턱까지 오르며 건축물 보수를 위한 활동으로 그렇게 2주를 꽉차제 보냈답니다.
'에베레스트' 관련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기억에 남네요. 2주간의 캠프 기간 중 이틀의 자유시간이 주어졌고 우리 여섯 명은 히말라야 전망으로 유명한 나가라고트(Nagargot) 지역에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이른 아침 일출을 보기 위해 전망대에 올랐고 팀원 중 한 친구(Bastein)가 멀리 보이는 설산을 향해 확신에 찬 목소리로 '저게 바로 에베레스트인가봐!' 라고 외쳤어요. 여행을 떠나기 전 현지인 팀 리더로부터 날씨가 맑으면 에베레스트를 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우리는 꽤 높아 보이는 그 산을 에베레스트라고 철썩같이 믿었죠. 심지어 일행 중 둘은 그 산을 SNS에 게'에베레스트'라며 포스팅을 하기도 했어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틀 후 캠프사이트로 돌아와서였는데, 우리는 자랑하듯 팀 리더에게 여행담을 늘어놓았고 일출 앞 에베레스트 전경에서 받은 감동을 설명하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았어요. 잠자코 듣고 있던 팀 리더는 이상함을 느꼈는지 에베레스트가 있던 방향에 대해 물었고, 실제 에베레스트는 해가 뜨는 방향이 아니라 더 북쪽에 위치해 있으며, 날씨가 맑을 때 산맥 넘어 봉우리만 살짝 비친다고 말했어요. 그 이야기를 전해 듣고 그 동안 떨었던 호들갑이 생각나 하루 종일 웃었고, 어차피 아무도 진실을 모를꺼라며 SNS 게시물은 여전히 포스팅되어 있답니다.^^
서로를 통한 배움 또한 워크캠프의 찐 매력
스페인 친구 클라라를 보며 이타주의와 페미니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이타주의가 '내가 간절히 원하는 것을 타인에게 주면서 느끼는 행복'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면 클라라는 완전히 이타적인 사람이었죠. 여행을 마치고 심하게 흔들리는 현지 버스 안에서 모두가 지쳐 있을 때 그녀는 마지막까지 타인을 위해 좌석을 양보했고, 바네파 숙소로 산길을 타고 이동하는 도중 무거운 캐리어를 들고 있는 나에게 교대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어요. 어느날은 '신사적배려' 차원에서 베푼 호의가 오히려 그녀를 화나게 한 적이 있었는데 나중에 자신을 '여성'보다는 팀내 '동등한 구성원'으로 배려해 달라는 요청을 듣고, 많은 생각을 하기도 했답니다.
그녀는 항상 주변인들의 고민, 어려움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자신의 처지와 관계 없이 어려움을 나누어 짊어지고자 했어요. 그녀의 태도로 인해 저는 큰 감명을 받았고 매순간 저의 삶도 그렇게 만들어 나가고자 다짐하곤 한답니다. 워크캠프를 통해 만난 친구들로 부터 이런 깨달음과 배움을 얻는 것 또한 워크캠프의 진짜 매력 아닐까 싶어요.
길병준 · 네팔 워크캠프 참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