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베트남, 빗소리와 함께 시작된 우정

작성자 이상현
베트남 VPV15-12 · KIDS/ MANU 2012. 08 Phu Ninh

Phu Ninh Community Renovation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나의 워크 캠프 이야기를 쓰려하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래서 이야기를 쓰기 전 워크 캠프 기간 동안 찍었던 많은 사진들을 하나 하나 되짚어 가면서 살펴보니, 그때의 기억이 소록소록 살아 나면서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며 다시금 그리움이 생겨난다. 마지막 귀국까지의 기억들을 다 끄집어 내고서야 나의 워크캠프 이야기를 어떻게 적어야 할지 정할 수 있었다.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하나? 워크캠프 개최국인 베트남에 도착하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무언가를 시작할때 비가 오는 것은 좋은 징조라고 하던데, 괜시리 기분 좋아졌다. 공항에서 나와 공항 경찰 덕분에 바가지를 쓰지 않고 친절한 택시 기사를 통해 워크캠프 미팅 포인트에 도착했다. 그리고 함께 2주간 워크캠프 생활을 할 동료들을 만났다. 어색함 그 자체인 분위기. 그 분위기 마저도 내게는 기분 좋게 다가왔다. 역시나 비는 좋은 징조 였다. 운 좋게도 나를 포함 총 12명의 참가자 중에 9명이 여성 참가자였다. 각국의 미녀들과의 워크캠프라니 산뜻한 시작이였다.
버스를 두어번 갈아터며 한 4시간은 이동한듯 싶었다. 어슴프레 땅거미가 지더니 우린 어느 한적한 시골의 학교 철문 앞에 내려 설 수 있었다. 첫날, 후에 ‘마마’라 부른 동내 주민분의 집에서 어색한 공기 속에 식사를 하고 술도 마시며 그렇게 하루의 끝과 함께 워크캠프의 시작을 맞았다.
이 워크캠프에서 우리들이 한 일은 두가지 였다. 오전에는 마을 유치원으로 가서 아이들을 돌보고 오후에는 학교에서 화장실을 만드는 일을 하였다. 그리고 저녁에는 문화교류의 시간을 가졌다.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것. 그것은 화장실을 짓는 중노동 만큼이나 쉽지 않고 곤혹스러운 일이였다. 엄마를 찾아서 울고 불고 하는 아이들을 달래는 것, 그것은 수단과 방법을 쓰지 말고 이룩해야 할 지상 최대의 미션이다. 아무리 달래고 달래도 쉼 없이 울어제끼는 아이들에게 지쳐 녹초가 될 때 쯤, 울던 아이들도 지쳤는지 스르륵 잠이 든다. 그제서야 평화가 찾아 들고 조용하게나마 가느다란 한숨을 내쉴수 있게 된다. 덩치는 조막만한 아이들이 닭똥 같은 눈물을 주렁 주렁 달고서 어찌나 우렁차게도 울어 대는지 장래가 기대된다. 그렇게 우는 아이를 달래고, 아이들과 놀아주고, 유치원 벽에 벽화를 그려넣기까지 우리가 2주간 유치원에서 한 일들이다. 새삼 유치원에서 일하시는 선생님들이 대단하게 생각되었다.
베트남은 너무 더워서 오후에는 일을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새벽부터 일을 하기 때문에 아침일찍에 아이들을 유치원에 맡기고 정오가 되면 모두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 간다. 그리하여 우리는 아침에 유치원에 가서 아이들을 돌보고 오후에 땡볕 아래에서 화장실을 만드는 일을 하는 수 밖에 없었다. 찜질방에 온 것 같은 후떱지근한 날씨 속에서 긴팔, 긴바지로 무장하고 무성한 풀들을 베어내고, 땅을 고르고, 벽돌도 나르고, 자갈을 섞어 시멘트를 섞고, 나르고 중노동이였다. 정말이지 땀이 옷 전체를 다 적셨다. 일을 하다가 비가 오면 신나서 멈추고 비속에서 놀기도 하였다. 정말 고되고 힘들었지만 우리가 함께 하고 있다는 것과 차근 차근히 완성의 길로 접어들어 가는 화장실의 모습에 모두 웃으면서 일을 할 수 있었다.
주말에는 택시를 빌려서 근처 계곡으로 놀러 갔다. 무더운 태양볕 아래에서 일만 하다가 모처럼 뼛속까지 지원한 계곡으로 나와 즐기니 한 주간의 피로가 싹 물러가는 느낌이였다. 남는 건 사진 뿐이라고 물놀이 보다는 사진 찍는데 더 열을 올린 거 같다. 물론 이건 현명한 행동이였고, 절대 잘한 일이다.
너무도 불편한 교실 책상위에서의 잠, 화장실도 없어 야외에서 볼일을 봐야하고, 샤워장도 따로 준비되어 있지 않아 우물 옆에서 샤워를 하고 빨래를 하는 열악한 워크캠프 환경. 무더운 날씨 속에서 잦은 정전으로 천장의 선풍기는 꺼지기 일수 였던 상황 속에서 2주가 언제 지나가나 하고 막막한 마음이 들었었는데 어느새 시간은 훌쩍 지나 워크캠프가 끝나가는 시간이 다가왔다. 물론 일을 마치는 것은 좋지만, 이대로 끝낼 수는 없었다. 캠프의 로망은 역시 캠프파이어! 동네를 돌아다니며 나무를 주워 모으고, 주민분들에게 하나 둘씩 빌려서 운동장 중앙에 커다란 캠프파이어를 만들었다. 조용히 시작했는데, 불을 붙이고 나니 동네 잔치가 되어있었다. 떠들석 떠들석 하게 참가자들, 동네 주민분들 할 것 없이 한데 어우러져 춤을 추고, 노래하며 놀았다.
우리는 시간이 흐르며 서로 경계를 풀고, 서로에게 한걸음씩 두걸음씩 더 다가가 서로 의존하고 나눌수 있는 사이가 되었고, 주민분들은 우리를 허물없이 받아 주었으며, 그들의 삶을 우리가 공유할 수 있도록 웃으면서 손을 뻗어 주었다. 서로에 대한 배려가 하나 둘씩 모여서 모두가 만족한 워크캠프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마지막날 밤, 작은 캠프파이어를 다시 만들었다. 우리들만의 마무리. 우리들만의 정리. 2주간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고 할 수 있는 시간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었다. 헤어짐을 앞두고 아쉬움과, 서운함, 그리움을 주었으며, 끝내는 눈물을 안겨주었다. 고용한 밤 공기 속에서 차분히 타오르는 불길을 바라보면 둘러 앉아 그간의 고마움을 전하고, 지나온 추억들을 공유했다. 맹렬히 타올랐지만 그 따듯함은 긴 여운을 남겼다.
2주간의 활동은 비록 과거로 지나가 우리의 기억 속에만 자리잡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시간을 보낸 그곳엔 우리가 세운 화장실이 남아있고, 우리가 그린 벽화 속엔 우리의 이름이 한자 한자 적혀져있다. 짧은 2주간의 추억이지만 내 삶에 있어 죽을때까지 가끔 떠올리며 내 술 안주로 자리잡아 날 그리움에 젖게 만들어줄 그런 추억이자, 시간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