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호치민, 불안함이 설렘으로 바뀐 2주

작성자 노재원
베트남 VPV16-12 · KIDS/ DISA 2012. 08 - 2012. 09 호치민

Ky Quang Orphanage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사실 한국에서 출국하기 전 까지만 해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워크캠프였다. ‘그냥 다른 봉사활동이나, 해외여행과 비슷하겠지’란 생각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2주간의 워크캠프를 끝낸 지금, 그 2주가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추억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것을 확신한다.
워크캠프가 8월 20일부터 시작이었으나, 하루 전에 도착하면 좋다는 말을 듣고 8월 19일 밤 10시 30분 정도에 호치민에 도착했다. 숙소 담당자에게 픽업 요청을 해놓은 상태였는데 공항 게이트를 나와 주위를 둘러보아도 내 이름이 적힌 피켓을 들고 서있겠다던 담당자는 보이지 않았다. 15분여정도를 헤매다 불안감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주변에 공중전화기는 보이지 않았고, 이리저리 공항을 서성이다 현지인에게 말을 걸어 운 좋게도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었다. 담당자에게 전화해보니 늦어서 죄송하다며 지금 가고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는 답변을 들었다. 혼자 여행하는 봉사자 입장에서는 매 순간이 불안한데 조금만 더 신경을 써서 제 시간에 나와계셨다면 좋았겠다 는 생각을 하였다. 20분정도 픽업택시를 타고 2주동안 머물 숙소에 도착했는데 5명의 현지참가자들과 5명의 해외참가자들이 둥그렇게 원을 만들어 게임을 하고 있었다. 나도 내 방에 짐만 놔두고 내려와 그들과 함께 게임을 했다. 그렇게 베트남에서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공식적인 활동 첫째 날인 20일에는 2주간 활동할 내역을 설명 받았으며, 자기소개와 같은 간단한 베트남어를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중간중간 쉬는 시간에는 해외 봉사자들끼리 자유롭게 얘기하며 친해지게 되었는데 모두가 적극적이고 친절했다. ‘워크’캠프이니만큼 다른 봉사자들과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생각되어 멤버구성에 대해 가장 신경 쓰였었는데 그들과 몇 시간 얘기를 나누며 그런 걱정은 사라졌다. 오히려 너무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는 것을 예감 할 수 있었다.
다음날에는 처음으로 Ky Quang Pagoda를 방문했다. 숙소와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을 거라는 내 예상과 달리, 버스로 20분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었다. 담당자분에게 설명을 듣고, 파고다 내의 고아원과 장애아동 시설을 둘러보았다. 오후에는 바로 4~7세의 아이들과 놀아주는 시간을 가졌는데, 낯을 가리던 아이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안기고 장난치면서 재미있는 하루를 보냈다. 아이들이 영어를 하지 못하니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 것이 약간 아쉬웠다. 그래도 우리가 준비해 간 장난감 등에 흥미를 보이는 아이들을 보니 뿌듯했다.
3번째 날인 수요일에는 호치민 시내투어를 했다. 엄청난 더위였지만 전쟁역사박물관, 벤탄마켓, 호치민우체국 등을 방문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음날부터는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다. 앞으로 남은 9여일 동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오전에는 파고다에 있는 초등학교 교실에 들어가서 수업의 일부(1시간 30분정도)를 담당해서 이끌어가야 하는 것이었고, 오후에는 펜스 페인트칠하기 등과 같은 일들을 해야 했다. 특히 오전에 담당해야 했던 수업을 위해 우리는 하루 전날 밤마다 회의를 하고, 필요한 준비물을 준비했다. 우리 조(3조로 나뉘었음)가 맡은 방은 5학년 아이들 반으로 첫째 날에는 Art & Craft 시간이라 종이접기와 독일친구가 사온 칼라점토를 가지고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준비했다. 일본친구가 일본에서 가져온 색종이로 작은 모자를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보고, 더 큰 종이로 똑 같은 것을 만들어 실제로 쓸 수 있는 모자를 만들었는데, 실제로 쓴다는 점에서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했던 것 같다. 베트남에 도착하기 전에 우리가 맡을 아이들이 몇 명인지 설명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칼라점토를 충분하게 준비하지 못해 아이들에게 적은 양만 돌아가서 아쉬웠지만, 아이들은 달팽이나 뱀, 하트모양을 만들며 재미있어 했다. 마지막에 아이들이 자기가 만든 종이접기를 선물로 주기도 했다. 오후에는 펜스에 페인트 칠을 하고 일정을 마무리했다.
주말에는 자유로운 시간으로 VPV에서 정해놓은 프로그램이 전혀 없다. 유럽인들은 금요일 밤에 8~9시간 걸리는 해변으로 향했고, 일본인들과 한국인들은 각각 자기가 가고싶은 곳으로 떠났다. 나는 함께 참가한 한국인 언니 두 명과 또 다시 호치민 시내로 향했다. 사이공 스퀘어, 인민청사등을 방문했고, 주말만큼은 향이 강한 베트남 음식이 아닌 우리 입맛에 맞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일요일까지 자유여행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예약한 호텔에서 밤을 지냈는데, 머물면서 마지막 날 있을 Cultural Show를 위해 원더걸스 춤 연습을 했다. 워크캠프 기간 동안의 숙소였던 Peace House에 단점은 개미가 매우 많고, 바퀴벌레가 등장하는 등 위생적으로 깨끗한 편은 아니라는 것인데(부엌에서 쥐를 본 사람도 있다) 호텔에서는 개미 걱정 없이 잘 수 있어 좋았다. 마지막 날에는 카페에 들려서 휴식을 취하고 마지막으로 마사지를 받고 다시 Peace House로 향했다.
그리고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었는데, 짧게 언급하면 Music Performance, Learning English, First Aid Learning과 Drawing Class를 가졌다. 뮤직 퍼포먼스 시간에는 ‘Head & Shoulder’ 과 같이 영어단어를 동시에 배울 수 있는 춤과 단순한 재미를 위한 ‘Chicken Dance’와 같은 것도 준비했다. 개인적으로 First Aid Learning시간이 제일 어려웠다. 우리도 자료조사가 많이 필요했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재미가 있는 주제가 아니라 집중을 끄는데 힘들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Drawing class에서는 자신의 꿈 그리기를 했는데, 선생님이 되고싶은 꿈, 디자이너가 되서 자신만의 옷집을 차리는 꿈도 있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엄마아빠와 함께 있는 것을 그린 꿈이었다. 현지인 봉사자가 이 단순해 보이는 꿈이 이 아이들에게는 가장 원하는 소원일거라는 말을 듣고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수업시간의 분위기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해 보자면, 담당자 분이 아이들이 장난스러울 거라고는 말씀하셨기는 했지만, 정말 장난꾸러기 들이었다. 특히 남자아이들을 제어하기 힘들었는데 현지인 봉사자들이 잘 도와주었다. 아이들이 영어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베트남 봉사자가 진행을 했다. 물론 나 같은 외국인 봉사자도 교실 제일 앞에서 진행하긴 했다. 내가 영어로 말하면 베트남 봉사자가 번역해주는 식이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아이들과의 의사소통에서의 언어의 장벽이 가장 아쉬운 점이었지만, 전하고 싶은 말이 있거나 그들이 나에게 무언가를 말하고자 할 때 현지인 봉사자들이 번역을 해주어서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파고다에서의 마지막 날에는 건물 옥상의 공터에 의자를 세우고, 음향기기를 설치하고, 풍선으로 꾸며 간이 무대를 만들었다. 제일 처음에는 우리가 수업시간에 했던 뮤직 퍼포먼스를 아이들과 함께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고, 그 후에는 봉사자들이 준비한 것들을 선보였다. 베트남 현지인들은 현지인 전통 의상을 준비해와 춤을 선보였고, 한국인 팀과 일본인 팀도 자기 나라의 춤을 선보였다. 그리고 유럽인팀은 베트남과 유럽의 문화차이를 연기로 나타내었다. 마지막에는 우리가 하루전에 10일여간 했던 활동들 사진을 인화해서 꾸민 사진과 기념 사진을 찍으며 마무리 했다. 아이들, 봉사자 모두 즐거운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
8월 31일, 아이들과 함께하는 마지막 날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동물원에 소풍을 갔는데 날씨도 더웠고 아이들 통제도 어려워 3시간정도의 짧은 일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신체적으로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동물원 구경을 끝내고 아이들을 동물원부터 파고다에 다시 데려다 준 뒤 마지막 인사를 하는데, 항상 장난만 치던 남자아이들도 먼저 사진찍자고 다가와주고, 특히 동물원에서 계속 같이 다닌 여자아이가 잘가라고 손을 흔들다가 다시 달려와서 내 품에 꼭 안기는데 순간 눈물이 쏟아질 뻔 했다. 다시는 보지 못할 수도 있는 아이들이라고 생각하니 아쉽고 슬펐다.
공식적으로 파고다에서의 마지막 일정을 끝내고 숙소 Peace House로 돌아가 저녁식사를 하고 Farewell Party를 열었다. 워크캠프 기간동안 아침식사와 저녁식사는 봉사자들이 식재료 구매부터 메뉴선정, 만들기까지 다 알아서 했다. 마지막 날은 한국인과 일본인이 자국의 전통음식을 준비했다. 우리는 미리 준비해간 불고기양념으로 불고기를 만들고, 시중에서 판매하고있는 김치를 사서 불고기와 함께 상을 차렸다. 다른 외국인들이 정말 맛있게 먹어 마지막에 불고기 냄비 바닥이 드러나는 것을 보고 정말 뿌듯했다. 밥을 다 먹고 서로의 마니또를 공개하는 시간을 가지고, 20여명 가까운 사람들이 둥그렇게 둘러앉아 재밌었던 점과 아쉬웠던 점을 나눴다. 서로 얘기하면서 마지막이라는 아쉬움에 우는 사람들도 있었다. 즐거운 시간이었고, 꼭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고 각 나라에 방문하게 된다면 꼭 연락해서 다시 보기로 서로 약속하면서 마지막 밤이 저물었다.
더운 날씨 때문에, 벌레 때문에, 통제하기 힘든 아이들 때문에 힘들기도 했다. 그러나 딱 한 달이 지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중에도 내가 얼마나 소중하고 값진 경험을 했는지 다시 한 번 느끼고 있다. 그 당시 함께했던 봉사자들은 아직도 페이스북을 통해 연락하고 있으며, Ky Quang Pagoda에 계속 봉사를 나가는 VPV 담당자의 말에 의하면 아이들이 우리 봉사자들이 어디에 있는지 언제 다시 만날 수 있는지 묻는다고 한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뿐만이 아니라 그 아이들에게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는 것 같아 기쁘다.
혹시 누군가 워크캠프 참가를 망설이는 이가 있다면, 주저 말고 참가해보라고 강력하게 추천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