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프랑스에서 얻은 21가지 선물

작성자 한임정
프랑스 CONC094 · CONS/SPORT 2010. 07 Brains

BRAINS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새로 만난 외국인 친구와 사귀는 법, 맛있는 플랑(Flan)만들기, 드릴로 못 박기, 톱질하기, 스페인 축구 응원가, 프랑스어-중국어 욕, Tramway타기, 새로운 게임, 절벽에서 다이빙하기 등… 21일 동안 셀 수 없이 많은 것을 얻었고, 또 배웠지만 미련 없이 떠나야 할 때와 뒤돌아서야 할 땐 아쉬움 없이 돌아서는 것은 배우지 못한 것 같다.
한국의 찌는듯한 무더운 여름을 피해, 올 여름, 난 프랑스로 ‘워크캠프’를 다녀왔습니다.
자그마치 3주, 21일 동안의 워크캠프! 하루하루가 늘 눈부신 햇빛과 새로움으로 가득했던 나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세계 각지에서 모인 다양한 친구들과의 만남, 그들과의 소통. 이 특별한 기회를 앞두고 어찌 설레지 않을 수 있을까요? 나는 여름방학을 앞두고 워크캠프 인포싯(info sheet)을 읽으며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 있었습니다. 드디어 기말고사도 끝났고, 워크캠프에 참가할 날이 내 눈앞에 다가와 있었습니다. 인포싯에 나와 있는 준비물 목록을 보며, 침낭이며 장화 등을 바리바리 배낭 한 가득 챙겨놓으니 예고편도 없이 날 기다리고 있는 많은 일들에 대한 기대감! 조마조마한 긴장감과 알 수 없는 두근거림이 밀려왔습니다.
2010년 7월 9일 금요일, 빠리 몽빠르나스(Paris Montparnasse)역, 나는 낭뜨(Nantes)로 향하는 TGV에 몸을 실었습니다. 그 날은 이상하게도 새로운 도전에 대한 걱정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새로운 곳을 향해 가는 나의 이 여정이 내딛는 발걸음마다 힘을 실어 주었습니다. 그렇게 약 2시간을 거쳐 내 두발이 닿은 곳은 ‘낭뜨(Nantes)’역 이었습니다. 낭뜨 역은 내가 참가하는 워크캠프의 미팅 포인트였고, 참가자들이 21일을 함께 머물게 될 곳은 낭뜨에서 15km 떨어진 Brains이라는 작은 마을이었습니다. 우리는 마을 안에 위치한 푸른 잔디 덮인 넓은 운동장에 유랑민들처럼 텐트를 쳤고, 이렇게 워크캠프 첫 날의 막이 올랐습니다.

프링스인 리더2명을 포함하여, 프랑스인 참가자 5명, 스페인 2명, 세르비아 남매2명, 타이완2명, 캐나다1명, 체코1명 그리고 한국인 2명으로 이루어진 우리 팀은 17명이었습니다. 처음 3일간은 발음하기도 어색하고, 어려운 서로의 이름을 익혔습니다. 그리고는 3주간의 쿠킹팀, 클리닝팀, 설거지팀을 돌아가며 조를 나누었습니다. 그날의 쿠킹팀은 각자가 준비해 온 조미료와 각종 재료들을 가지고 전통음식을 만들어 참가자들에게 선보였는데, 참가자들 모두가 기립박수를 치며 칭찬을 해 준 훌륭한 음식이 나오기도 했지만, 때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퓨전요리가 탄생하기도 하여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였습니다.
한낮의 태양은 저녁 10시가 되도록 이어졌는데, 해가 지는 10시까지 축구, 테니스, 스쿼시, 농구 등 개인의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스포츠 활동을 즐기며 프랑스 여름의 긴 낮 시간을 보내기도, 뜨거운 햇볕을 피해 나무그늘에 누워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반딧불이가 풀밭에서 반짝이는 어두운 밤이 찾아오면, 쿠킹팀이 정성들여 준비한 저녁식사를 옹기종기 둘러앉아 먹고는 카드게임, 정글게임 등 세계각지에서 모인 사람만큼이나 다양한 가지각색의 놀이를 하였고, 첫 만남의 어색했던 분위기가 무색해질 정도로 웃음으로 가득 찬 밤으로 마무리를 했습니다.
3주 동안, 나에게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바로 아침 9시 반쯤, 잠에서 덜 깬 부스스한 모습으로 한둘씩 텐트로 모이기 시작하는 아침식사 시간입니다. 테이블 위엔 살구잼, 딸기잼, 마법의 잼 Nutella, 버터, 꿀이 놓여져 있습니다. 전 날 먹고 남은 딱딱한 바게뜨, 씨리얼 그리고 진~하게 내린 커피, 따뜻한 차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바게뜨를 손으로 뚝 잘라 반으로 가르고, 나이프로 버터를 듬뿍 잘라 빵 위에 펴바릅니다. 각자의 취향에 따라 그 위에 잼을 얹거나 꿀을 발라 갓 내린 커피 또는 따끈한 핫초코에 빵을 찍어 촉촉하게 적셔 먹습니다. 성스러운 아침식사가 끝나면, 우리는 Brains의 스케이트 보드장으로 나가 일을 시작합니다. 치수를 재서 잘라낸 나무를 땅에 묻어 시멘트로 단단하게 고정시켜 울타리를 만드는 것이 참가자들에게 주어진 임무였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드릴, 톱 등의 연장들로 든든한 울타리가 될 나무를 자르고, 다듬었습니다. 기계를 썼다면 단시간에 뚝딱 끝낼 수 있는 일들이었지만 참가자들의 서툰 솜씨로 울타리가 하나하나 완성이 되었습니다. 일은 언제나 한낮의 더위 속에서 진행되었지만, 참가자들 모두가 진심으로 즐기며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 온 마음으로 느껴졌습니다.
보통 일은 하루에 4~5시간 정도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이루어졌고, 일을 하지 않는 주말에는 항상 다이내믹한 활동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포도주 농장에서의 와인시음, 한가롭게 바캉스를 즐기는 프랑스인들 사이에 섞여 호수에서 수영도하고, 절벽에서 다이빙을 하기도하고, 바닷가에 나가 조개를 잡고 ,우리는 온 관광지를 들쑤시고 다녔습니다. 교외활동 외에도, Brains의 주민들과 운동시합, 시청에서 열어준 샴페인 파티, 바베큐 파티, 마을 소방관들과의 저녁식사, 스페인 월드컵 결승전 날 TV를 빌려와 다같이 모여서 했던 열띤 응원. 초대된 이웃집에서 케이크를 굽고 함께 차를 마시며 나눴던 소소한 이야기들.. 이 모든 일들이 일어나는 하루하루가 나에게는 깨고 싶지 않은 꿈처럼 느껴졌습니다. 매일 밤, 잠이 들 때면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가버린 것에 아쉬워하고, 또 한편으론 새롭게 시작될 내일에 대한 기대감에 젖어 잠이 드는 것도 어느새, 나의 하루 일과가 되어버렸습니다.

여전히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한데, 21일이라는 일정이 끝이 났습니다.
그날 우리는 항상 시끌시끌 틀어 놓았던 음악소리도, 웃음소리도, 이야기 소리도 없는 조용한 새벽을 맞이하였습니다. 이제 모두들 각자가 떠나왔던, 우리가 만나기 전의 그 익숙함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찾아 왔습니다. 서로에게 인사를 건 냈습니다. 다음에 다시 만나자며 울기도 하고, 3주 동안 함께 했던 정든 이곳을 떠나기 아쉬워 울기도 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고마워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2010년 7월 29일의 Brains은 울음바다가 되어버렸습니다. 우리는 톱질하기, 드릴 다루기, 중국욕, 프랑스욕, 스페인 축구 응원가, 새로운 게임, 다이빙하기 등… 배워가는 것도, 얻어가는 추억도 많았지만 정든 사람과 헤어질 때, 또 익숙해진 곳을 떠나야 할 때 아쉬움 없이 돌아서는 법은 배우지 못했나 봅니다. 그렇게 모두들 기차며, 비행기며, 24시간을 달려야 하는 고된 버스를 타고 헤어짐의 아쉬움과 각자의 소중한 여름날의 추억을 안고 그곳으로 떠났습니다.
“있잖아 Imjeong, 나는 우리에게 딱 1주일이라는 시간이 더 주어졌으면 좋겠어. 난 이곳이 너무 좋아.”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지금 이곳 역시 햇빛도 가득하고, 덤으로 비도 주룩주룩 내립니다. 내 두 손바닥에 남은 단단한 굳은살과 햇볕에 그을린 갈색피부가 ‘꿈’같았던 우리의 워크캠프의 순간들을 시도 때도 없이 떠오르게 합니다. 이 모든 게 꿈이 아니라, 내가 겪은 일이라고…, 따사로웠던 2010년의 여름은 추억의 자양분으로 남아 나의 인생을 더욱더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