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페루, 스페인어, 그리고 좌충우돌 홀로 성장기

작성자 강병욱
페루 PS14 · RENO/SOCI 2013. 01 - 2013. 02 La Primavera, Castilla, Piura, Peru

Making a Better School VII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단지, 처음에는 의미있는 경험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서 가볍게 시작했던 것 같다. 국내여행조차 혼자서 다녀본 적이 없는 주제에, 아무 생각없이 들뜬 마음에 항공권을 예약하고 계획을 짜서 페루라는,
TV에서밖에 들어본 적이 없는 지구 반대편의 나라로 출발했다. 솔직히, 특별한 사전 준비조차 없었다.
그냥 영어 쓰면서 대충 물어보며 가다보면 되겠지...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도착한 페루는 그러한 나를
완전히 후회하게 만들었다.
리마의 Jorge Chavez 국제공항에 도착한 순간부터, 영어란건 한 마디도 통하지 않았다. 속사포처럼 빠른 스페인어는 귀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남미의 문화와 분위기에 전혀 적응할 수 없었다. 거리에 있는 모든 것들과 모든 사람들이 낯선 외계의 것처럼 보였다. 길가에서 처음 마주친 사람에게도 살갑게 인사를 건네며 대화를 한다는, 한국에선 볼 수 없는 일들이 도처에서 터져나왔다. 말을 걸어오는 할아버지에게 고개를 숙이며 ‘한국식으로’ 공손하게 대했더니 (물론 말은 못 알아들었다) 이상하게 쳐다본다.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도착한 남미는 모든 면에서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계속해서 적응하지 못한 채, 이성간의 볼 키스가 당연한 인사로 받아들여지는 이 사회에서 언제까지나 놀라면서 물러나는 행동을 언제까지고 할 수는 없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니까. 그래서, 팀에서 유일하게 스페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사실 그녀는 멕시코인이었으므로 스페인어가 모국어...)
사람에게 간단한 말들을 배우고, 봉사활동을 해나가면서 문화를 배우기 시작했다.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려 노력하고, 언제나 배우려는 자세로 있으니 며칠 안되어 주위가 더할나위 없이 친숙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살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아름답고 친절한 곳이었다.
그렇게 문화에 어느정도 적응하고 나서야 그제서 봉사활동과 아이들에게 온 신경을 쏟을 수가 있었다.
아이들은.. 정말 이번 페루에서의 워크캠프 프로그램의 전부라고 볼 수 있다. 오전중엔 내내, 35도를 웃도는 북부 페루의 여름 날씨 아래서 학교 보수 작업을 했지만 오후에 아이들을 만나 같이 노는 시간만큼은
힘들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같은 교육체계가 없는 곳이라 아이들의 연령층은 다양하다. 6,7살에서 위로는 13살까지. 허리도 오지 않는 조그만 아이부터, 나름 맏형이라는걸 내세우고 싶은지 점잖게 굴려고 하는 아이까지 정말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 너무나 예쁜 광경이 거기 있었다. 그 아이들은 생김새도 완전히 다르고, 말이라고는 하나도 통하지 않는 지구 반대편에서 온 나에게 다가온다. 조금 아는 몇몇 단어를 가지고 얘기를 해보려 하지만 영어 단어 하나조차 모르는 조그만 아이들과는 솔직히 거의 대화가 성립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한 순간들이 너무나 즐거웠고 또한 즐거웠다. 비록 말은 안 통해도 그런 아이들과 뛰어 놀고 게임을 하는 모든 것들이 정말 잊혀질 수 없는 추억거리가 되었다.

오후에는 3시부터 2시간 동안 아이들과 Activity를 하는 것이 정해진 일과였다. 이 동안 우리는 언어나 문화를 가르치거나, 참가자들이 알고 있는 전통 게임들 (한국,일본, 멕시코)을 알려주고 함께 놀았다.
처음엔, 이것을 보고 봉사활동, 이라고 부를 수 있는건가? 단지 아이들과 뛰어놀 뿐이고 아무것도 없는데? 하지만, 그 생각은 금방 사라졌다. 다른 나라에 대한 지식이란걸 접할 기회조차 없을 아이들에게
새로운 무언가를 가르쳐 주는 것, 놀이터 같은 건 찾아볼 수도 없는 가난한 동네의 아이들에게 건전한 놀이를 새롭게 가르쳐 주는 것 만큼, 항상 무언가를 알고 싶어하는 조그만 아이들에게 새롭다는 걸 알려줄 수 있는 기회보다 더 좋은 봉사활동이 어디 있겠는가? 단지 무언가 커다란것을 이룩하는 것만이 봉사활동은 아니라는 걸(물론 우리도 학교를 고치기는 했다만)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단지 버려진 교실하나를 새롭게 보수하고, 아이들과 뛰어노는 것 만으로 모든것이 다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이런 활동이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도 깨닫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좀더 아이들에게 큰 도움을 주기 위해, 페루에서 만난 아주 고마운 인연을 통해서 신문사쪽에 연락을 넣었다. 우리가 일을 하고 있는 학교와 아이들의 상태를 얘기하면서 도움을 달라고 호소했고, 그 기사는 얼마 안있어 그 도시에서 가장 큰 회사의 일간지에 실렸다. 왠지 자랑하는 것 같지만.. 그저 그 기사를 통해서 우리가 일했던 학교와 아이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이 들어갔으면 하는게 가진 생각의 전부다.
비록, 지금은 무언가 현실적인 도움이 들어왔는지 확실하게 알아볼 방법은 없다. 하지만 우리가 했던 그 시도가 무의미한게 아니었기를 그저 바라고 있다.

어쩌다 보니 내용이 아주 뒤죽박죽으로 아무렇게나 쓰여졌지만, 그만큼 각색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 20일간의 워크캠프는.. 솔직히 조건이 너무 안좋아서 생존 프로그램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 적이 있지만 그 무엇보다도 의미있는 경험이 아니었나 싶다. 아이들을 돕는다고 갔지만, 결국 내가 그 아이들에게 도움을 받은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조차 들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