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아르헨티나, 낯선 곳에서 만난 보물 같은 인연

작성자 조수영
아르헨티나 SAS_08 · RENO/ HERI 2012. 09 아르헨티나 : Maimara, jujuy

Memory Space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나의 첫 번째 워크캠프가 끝났다. 지난 2주간의 강렬했던 꿈에서 이제는 깨어나야 할 때지만 ‘5분만 더’ 하면서 그 꿈 속에 더 머물고자 한다. 워크캠프지역으로 떠나기 전 날,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진행된 워크캠프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했다. 사실 혼자서 떠나는 여행은 처음이라 조금 두려웠다. 그래서 난 이 날 만날 나의 워크캠프 동료를 매우 기다리고 있었다. 오리엔테이션에는 아르헨티나 3개 워크캠프 프로그램의 참가자들이 모였다. 우리 프로그램의 참가자는 나 포함 총 3명. 대한민국의 조수영, 독일의 알렉스, 벨기에의 알란이였다. 인포짓에는 15명으로 기재되어 있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적은 인원이라 조금 당황했었다. 오리엔테이션은 프로그램의 목적과 취지, 참가자들의 자세 등 전반적인 프로그램의 이해와 태도를 다루었다. 워크캠프를 시작하기 전 다시 한 번 마음을 다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다음 날, 워크캠프 지역인 Maimara로 떠나기 위해 우리 3명은 약속장소로 모였다. 버스를 24시간 타야 한다는 부담감과 심리적 불안감에 아침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나의 첫 24시간 버스여행은 정말 힘겨웠다. 옆엔 말 붙일 사람도 없었고 내가 어디를 달리고 있는지 조차 알지 못했다. 그렇게 힘들었던 여정 후에 우린 드디어 Maimara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니까 진짜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경치도 입이 딱 벌어졌다. 조금 후에 캠프리더인 나나와 그 곳에서 장기적으로 봉사하고 있는 프랑스의 안, 그리고 스페인에서 온 다빗이 우리를 마중 나왔다. 캠프리더인 나나가 영어를 잘 해서 다행이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나나가 점심을 준비해줬다. 24시간 동안 거의 먹지 못한 탓에 굉장히 배가 고팠었는데, 정말 고마웠다. 그렇게 진정한 워크캠프 첫날이 시작되었다. 먼저 정식으로 자기소개를 하고, 우리가 지켜야 할 기본 수칙, 그리고 우리의 워크캠프 일정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후 우리가 일하게 될 Centro Cultural에 방문하여 현지 주민들과 인사를 하고 마을을 둘러보았다. 그 다음 날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였다. 먼저 하룻동안 청소와 잡초뽑기를 했다. 생각보다 정말 힘든 작업이었다. 그날 밤 허리가 아파서 혼났다. 그리고 나서 Club Maimara의 보수공사, 오븐 건축공사, 마을 다큐멘터리 만들기, 이렇게 세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Club 보수공사는 방치된 Club 건물과 물건들을 정리하고 재생, 복원하는 작업을 위주로 진행했다. 마을의 트로피, 서적, 의류 등을 정리하고 건물을 싹 다 페인트칠을 한 후, 책상이나 가구들을 배치했다. 하루하루 변화되는 모습을 보면, 힘들었던 것도 한 번에 잊혀지곤 했다. 이 곳 아이들도 함께 도왔다. 정말 티 없이 맑고 깨끗한 아이들이었다. 브루노, 다니엘, 따라마, 질다… 너무너무 보고싶다. 오븐 건축공사는 보통 남자들이 맡아서 했다. 마을 주민들이 빵도 만들어먹고 각 종 음식도 해먹을 수 있는 오븐을 건축하는 일이었다. 사실 이 작업이 육체적으로 매우 고된 일이어서 작업속도가 조금 더뎠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마지막 주 토요일까지 이 일을 마무리 지어야 했다. 그래도 워크캠프 동안 완성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마지막 프로젝트는 마을 홍보 다큐멘터리 만들기이다. 이 프로젝트는 캠프리더인 나나의 진두지휘 아래 진행되었다. 나나는 대학교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있는 학생이었다. 나도 나나를 도와 마을의 경치, 마을 어르신들을 인터뷰하는 장면을 영상과 사진에 담았다. 생각보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사실 찍는 것 보다 힘들었던 건 편집하는 과정이었다. 워낙 인터넷이 느린 탓에 무언가를 다운로드하고 업로드하는데 물리적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다. 어느 하나 쉬운 작업이 없었지만,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도 없었다. 주중에는 정말 열심히 일했다. 그리고 주말에는 옆 마을 Tilcara에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르헨티나의 주점이란 정말 한국과는 달랐다. 술이 주가 아닌 노래와 춤이 주였다. 음악에 맞춰 누구나 원하는 사람은 앞으로 나와 함께 춤을 추었다. 너무 멋있었다. 한 참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던 것 같다. 가장 아르헨티나 다운 모습이 아니었나 싶다. 중간에 워크캠프 참가자인 벨기에 청년 알란의 생일이 있었다. 그 날 Centro Cultural에서 일하시는 마을 주민분들 모두 우리 숙소에 모여 그의 생일 파티를 열었다. 아르헨티나의 수제 피자와 타르트는 정말 최고인 것 같다. 알란은 눈물을 글썽이기까지 했다. 생애 최고의 생일이라며 무척 행복해했다. 나도 마음이 찡해졌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흘러 어느덧 마지막 날 밤이 되었다. 다들 표정이 심난했다. 마지막으로 둘러 앉아 지난 2주를 돌이켜보는 시간을 가졌다.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워크캠프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다. 여기서 가장 내 마음을 울렸던 이야기는 바로 다빗이 해 준 이야기였다. “I realized communication is beyond the word.” 사실 나는 스페인어를 못하고 다빗은 영어를 잘 하지 못했기에 우린 말로 하는 대화를 제대로 한 적이 없다. 하지만 나는 다빗을 믿고 의지했고 다빗은 나의 마음을 알아주었다. 이것이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이 아닐까? 마지막 날 친구들과 헤어지면서 정말 많이 울었다. 이 친구들을 다시 꼭 만날 수 있기를 기원하면서… 영원히 잊지 않으리라 다짐하면서… 나의 첫 번째 워크캠프는 내 인생의 큰 보물을 만난 엄청한 행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