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오히라빌, 낯선 곳에서 시작된 우정

작성자 차연화
프랑스 CONC 153 · RENO 2012. 07 orry la ville

Orry la Ville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파리 드골공항에 도착하자 마자 인포싯이 시킨대로 파리 북역으로 가서 오히라빌로 가는 기차표를 타고 달려갔지만 지각을 하고말았다. 어쩔수 없이 캠프리더에게 전화를 걸어 어렵사리 만나 어찌어찌 숙소로 함께 이동. 설레이며 걱정하며 도착한 우리의 베이스캠프에는 먼저 도착한 참가원들이 뒷뜰에 텐트를 설치하고 있었다.


다양한 국적의 참가자 중에서 보이는 반가운 얼굴들이 있었다. 나 이외의 두명의 한국인 참가자가 있어서 반갑기도 한 동시에 기댈 곳이 생겨 다른 참가자들과 덜 친해질 수도 있겠다는 걱정의 마음이 들었다. 첫 휴일 동안 참가원들 모두 스스로 오랜 토론을 거쳐 워킹팀과 쿠킹팀 일정을 짜기도 했고 샹티 성으로 나들이를 갔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이긴 했지만 친구들과 더 가까워지는 시간이라 생각하며 마냥 행복하고 즐거워하며 다녔던 것 같다.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한 월요일은 우리가 본격적으로 해야할 일과 진행방향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으며 교회 외벽의 시멘트를 부수기 시작했다. 정과 끌, 망치를 들고 하는 일인 만큼 많은 체력과 인내, 집중력이 필요했다. 세 층으로 나뉘어 일을 하다보니 위에서 떨어지는 시멘트 파편을 아래서 일하던 사람이 맞아 부상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윗층에서 작업하는 사람들은 ‘아땅숑’, ‘테익케어’라고 소리치며 짧고 굵게 경고를 외쳐야했다. 떨어지는 파편은 윗층의 경고와 어느정도의 눈치로 피할 수 있었지만 작업하며 날 가장 힘들게 했던 부분은 먼지였다. 보호경이 있다지만 섬세한 작업을 위해선 거슬리는 보호경을 벗게됐고 시멘트를 쪼개면서 나는 파편들이 눈에 들어가기 일수였기 때문에 작업하는 내내 눈물을 훌쩍여댈 수 밖에 없었다. 우리의 작업은 전체적으로 힘들고 고됐지만 개인적으로 적응할만했다.

하루 일을 모두 끝마친 뒤 다양한 활동들을 준비되어있어 쉴 틈이 없었던 것 같다.
일이 지칠 즈음엔 우리의 뮤지션이었던 카탈로냐 청년, 알베르토가 노동가를 불러주었고 가끔은 모두 같이 따라부르며 힘을 내기도 했다. 그럴때면 난 혼자 우리가 한마음이 된 것같단 생각에 뿌듯해지곤 했다. 다만 마지막까지 적응할 수 없었던 것이 하나있는데, 그건 바로 리더의 욱하는 성격이었다. 평소엔 장난도 잘치고 밝던 리더가 일을 하면서 뜻한데로 일이 흘러가지 않거나 예상 밖의 사고가 발생할때면 참가원들에게 훈계조로 지시를 내리거나 히스테릭한 모습으로 캠프의 분위기를 쏴하게 만들었다. 또 작업 중 밑층에는 상황상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잉여인력이 생겼는데도 리더들은 한 층에서 작업에만 열중하느라 이를 파악하지 못해 균형잡힌 작업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또 리더들이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지 못해 갈등과 오해가 쌓여만 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캠프 내에는 점점 균열이 일어나게 됐다. 캠프 종료가 1주나 남았지만 한국인 참가자 한명이 먼저 떠난 것을 시작으로 러시아 소녀, 다샤는 캠프를 바꿨고, 그 다음날은 알베르토가 캠프를 떠났다. 처음 한 두명 떠날땐 느껴지지 않던 빈자리가 수다쟁이 알베르토까지 떠나면서 휑해지기 시작했다. 다른 친구들도 그걸 느꼈는지 캠프 종료일 이틀 전인 25일 수요일 아침엔 또 다른 러시아 소녀 안나와 터키친구들 프나할과 크블즘, 스페인에서 온 마리필리와 엘리사가 파리로 떠났다. 다행히 프랑스 북부에서 왔다는 십대 청소년 일꾼들이 지원을 와서 일을 진행하는 데에는 큰 지장이 없었지만 캠프 리더 중 한명이 부상을 이유로 집으로 돌아가버리고 나니 너무 허망하고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 작별인사를 해야하는 캠프에서의 마지막 밤은 현지 참가자 다비드와 멕시코 친구 루이스, 한국인 언니와 나, 리더 빅터 이렇게 다섯명이서만 지내게되었다. 생각해보면 조금만 더 배려하고 대화했다면 모두가 떠나 버리진않았을 것 같은데, 사소한 오해와 불신들이 쌓여 유종의 미를 거두지못한게 너무나 아쉽다. 하지만 마냥 나쁜 경험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비록 내가 기대하던 화기애애한 워크캠프는 아니었지만, 참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얻은 경험이 되었다. 무엇보다 캠프는 그렇게 허무하게 끝났지만 지금까지도 서로 보고싶다며 연락을 해오는 소중한 친구들을 얻은 것이 값진 대가가 아닐까 싶다. 나의 첫 워크캠프는 아쉬움과 실망투성이로 남은 경험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나에게 또 한번의 기회가 온다면 그땐 서슴지 않고 이번에 배운 교훈을 발판 삼아 내 인생에 더없이 멋진 워크캠프로 만들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