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아이슬란드, 설렘과 두려움 사이의 2주

작성자 김보은
아이슬란드 SEEDS 058 · FEST/ SPORT 2012. 07 - 2012. 08 Reykjavik

Rey Cup - Football Festival for kids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아이슬란드에서의 2주 간의 워크캠프는 나에게 정말 잊지 못할 값진 추억이 되었다. 사실 이 워크캠프에 지원하게 된 것은 아이슬란드라는 나라에 대한 막연한 설렘 때문이었다. 아이슬란드 라는 곳은 대부분의 한국인들에겐 아일랜드와 혼동되기도 하는, 그만큼 매우 낯선 나라이다. 이 외에도 아이슬란드의 대자연을 직접 느껴보고 싶은 것도 또 하나의 지원 동기이다.
이런 기대감을 안고 아이슬란드에 도착해 미팅포인트로 향했을 땐, 갑자기 두렵기도 하고 다른 지원자들과 친해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하나 둘씩 모여드는 참가자들과 인사하고 간단한 이야기도 나눠보니 다들 좋은 사람들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금새 걱정했던 마음이 사라졌다. 다같이 모인 후, 우리가 2주 동안 묵을 숙소인 한 초등학교로 이동했는데, 생각 외로 학교가 너무나 깔끔하고 화장실이며 부엌이 잘 갖춰져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단 한가지 단점을 꼽자면, 학교이다 보니 샤워실이 구비되어 있지 않아서 외부 수영장에서 매일 샤워를 해야 했다는 점이 아쉬웠다. 우리는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빅에서 개최되는 Football Festival에 스태프로 참가하는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숙소인 학교에서 도보로 20분 거리에 있는 스타디움에 매일 찾아가 일손을 보태는 것이 우리의 일이었다. 캠프기간 동안 우리가 했던 일들은 축구 필드 청소하기, 심판 보기, 축제에 참가하는 학생들의 숙소 정비(침대 나르기, 음식 운반, 학교 청소), 참가 학생들을 위한 샌드위치 만들기 등 그 외에 일손이 필요할 때 도움을 주는 것이었다.
사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전, 인포싯에 적힌 내용에 의하면 우리가 하는 일은 벽화 그리기, 아이들을 위한 아침준비 등의 일이라고 되어있었으나, 실제로는 그냥 이것저것 잡일을 도맡아 했기 때문에 실망하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청소하는 거나 화단 정비하는 등의 일은 그래도 할만했지만, 특히 침대를 옮기는 일은 정말 힘이 들었다. 하도 침대를 옮기다 보니 손가락에 굳은살이 박히기도 했고 땀도 많이 흘렸다. 또한, 축제 관련 프로그램이다 보니, 유동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면, 우리는 15명이 두 팀으로 나눠서 교대로 일을 했는데 오전에 일한 팀이 계획과는 다르게 오후에도 갑자기 일을 도와야 하는 경우도 있었고, 축제 주최 측에서 불러서 갔다가 계획이 틀어져 시간을 낭비한 경우도 있었다. 이런 것들 때문에 주최측과 우리 간에 마찰이 생기기도 했고 우리들 사이에서도 생각의 차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사실 2주라는 짧은 워크캠프 기간 동안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랬는데 이런 일들이 생겨서 아쉬운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 캠프의 리더였던 Vija는 모든 참가자들에게 의견을 묻고 중재를 하기도하고 잘못된 점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은 받아들이며 상황을 원만하게 해결했고,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그러한 갈등과 그 해소과정들을 통해 리더십에 대해 배울 수 있었던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 그 일들을 계기로 더욱 속마음을 터놓고 얘기하는 사이가 되었던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다른 지원자들과 처음부터 친했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엔 어색하기도 해서 형식적인 얘기만 하기도 했는데, 3-4일째 되면서 급격히 친해졌던 것 같다. 아무래도 같이 밥도 해먹고 술도 마시고 힘든 일을 하며 같이 고생도 하고 시간 날 때마다 서로 자신들이 사는 곳에 대한 이야기, 연애 고민 등의 개인적인 일들을 공유하다 보니 친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처음엔 리투아니아, 스페인, 멕시코 등 9개의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지낸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면서 낯설게 느껴졌는데, 깊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생각보다 너무나 공통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생활방식이나 각 출신지의 문화는 많이 달랐지만,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나누다 보니, ‘와, 정말 생각하는 건 다 비슷하구나’ 라는 생각을 한적도 많았다. 친구들과 2주 동안 지내면서 주말에 아이슬란드의 대자연을 만끽하고 그곳만의 문화를 즐기는 것도 물론 더할 나위 없이 좋았지만, 나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다른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눈 것, 밤에 소파 혹은 침대에 누워 서로 깊은 대화를 했던 것들이 정신적인 교감을 한 것 같아서 더 좋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래도 나이에 따라 존댓말을 하는 등의 기본예절을 중요시 하는 경우가 많아서 금방 친해지는 것이 힘든데, 워크캠프에서는 나보다 어린 친구들도 있었고 나이가 더 많은 친구들도 있었지만 나이라든지, 국적에 상관없이 다들 허물없이 다들 동등한 위치에서 대했기 때문에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 특히 내가 참가한 프로그램은 국적이 워낙 다양해서 많은 문화를 공유할 수 있었던 점도 좋았다
. International evening 때는 각국의 디저트, 메인 요리 그리고 전통과자와 맥주까지 즐길 수 있어서 더욱 값진 시간이었던 것 같다. 특히 한국의 요리인 불고기가 너무 반응이 좋아서 뿌듯하기도 했다.
이렇게 알차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정말 2주라는 시간이 말 그대로 눈 깜빡 할 새에 지나가 버린 것 같았다. 이대로 헤어지고 나면 다시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이별이 너무나 아쉽기만 했다. 이번 워크캠프를 통해 세계 각국의 친구들도 만들고, 이젠 어디에 내놓아도 잘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얻었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추억도 얻을 수 있었고, 어쩌면 단순한 추억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