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코파얌, 낯선 섬에서 만난 진짜 나

작성자 박상이
태국 5507CON&KIDS · CONS/ KIDS 2012. 07 태국 Kok payam

Kok Payom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졸업을 한 학기 남겨둔 시점, 남들은 취업 준비에 전념하고 있을 때였다. 취업 걱정보다는 앞으로 취업하면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배낭여행을 나갈 기회가 없겠다는 생각에 과감히 휴학을 결정하고 45리터 배낭 하나 둘러매고 3개월간의 동남아 배낭여행을 떠났다. 배낭여행 마지막 코스로 푸켓에 머무르고 있다가 남부의 중심도시인 핫야이로 이동하였고, 미팅 당일날은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핫야이 미니벤스테이션에서 라웅 미니벤스테이션으로 이동하여야 했다. 라웅이라는 마을도 매우 작은 규모의 마을이지만 우리가 프로젝트를 진행할 코파얌이라는 마을은 라웅에서 차나 오토바이를 빌려 20분 정도 더 들어가야 하는 그야말로 깡촌의 조용한 어촌마을이었다. 첫날은 함께 일할 애들과 만나서 점심을 먹고 우리가 앞으로 지낼 캠프에 대한 소개를 받은 후 휴식시간을 가졌다. 우리가 머무를 숙소는 기대했던 대로(?) 열악했다. 사방이 트인 마루에서 텐트를 치고 두 명씩 들어가 잠을 자는데 우기라 그런지 텐트 속이 굉장히 눅눅하고 습한 냄새가 진동했다. 샤워시설 역시 커다란 양동이에 물을 받아다가 바가지에 퍼서 사용할 수 있는 정도에 만족해야 했다. 게다가 정수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지 않아 노란 황토물에 씻을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모든 게 막막하여 느껴지고 내가 정말 여기서 2주간의 생활을 잘 해나갈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모든 건 기우였다. 3~4일만 지나자 하루 종일 땡볕에서 일하고 나서 시원한 물 한 바가지를 몸에 끼얹을 수 있음에 감사해 할 수 있었고, 밤이면 텐트 속에서 기타소리와 풀벌레 소리를 들으면서 하루 일과를 마무리 하는 일기를 쓸 떄가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프로젝트의 첫번째 주는 맹그로브 숲 속에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배우고 뛰어 놀 수 있는 학교를 건설하는 일이었다. 지난번 단기 봉사자들이 토대를 세워놓았기 때문에 이미 기초공사는 완성되어 있는 상태였고, 우리는 그 위에 시멘트를 발라 벽을 더 쌓아 올리고 바닥에 타일을 까는 작업을 했다. 아침 일찍부터 출발해서 점심시간 1시간을 제외하고 오후5시 정도까지 땡볕아래서 건설작업을 해야 했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끔 너무 일이 힘들다고 불평하는 애들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애들 모두가 한 마음으로 힘을 합쳐 성실히 임해주었다. 두번째 주는 우리끼리 직접 놀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준비하여 코파얌 근처 학교 아이들과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에게는 외국인들과 어울리며 글로벌 의식을 높이고 우리들에게는 때묻지 않고 순수한 모습의 아이들과 값진 경험을 나눌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하였다. 코파얌의 아이들을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하나같이 너무나도 착하고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한 번은 운동회가 열릴 때 초대되어 아이들과 함께 응원한 적이 있었는데, 운동회는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두 편으로 나누고 이어달리기, 줄달리기, 마지막으로 이긴 선수에게는 상품이 수여되는 등 프로그램도 비슷하게 짜여져 진행되었다. 모든 프로그램이 끝나고 가장 열심히 경기에 참여하고 응원하였던 한 여자애한테 어느 팀이 이겼냐고 물어보았다. 그 여자아이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고, 나는 모두가 정말 열심히 응원한 만큼 승패여부가 더 궁금했기 때문에 저녁에 그 여자애를 다시 만났을 때 한 번 더 물어보았다. 그 때 그 여자애는 “전에도 말했듯이 승부결과는 잘 알 수가 없고 우리 모두가 함께 즐겼기 때문에 중요한 문제도 아니다”라고 말하며 오히려 승패에 왜 집착하는 지 알 수가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 덕분에 9살 짜리 꼬마 여자애에게 생각하지도 않았던 훌륭한 교훈까지 하나 얻을 수 있었다.

원래 계획은 최대한 빨리 다시 방콕으로 올라가서 남은 여행을 정리하고 싶었다. 하지만 애들과 헤어져야 하는 게 너무 아쉬워 워크캠프 기간을 끝나고 비행기를 타기 하루 전날까지 애들과 함께 여행을 같이 했다. 다시 볼 수 없다는 생각에 헤어짐이 너무나도 슬프고 아쉽게 다가왔다. 지금 취업 준비생으로 딱딱한 사무실 의자에 앉아 매일 컴퓨터 앞에서 시름하는 시점에서 그 때의 기억은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친환경적인 숙소, 함께 땀흘린 내 친구들, 일하고 나서 먹던 꿀 같은 식사, 너무나도 순수하고 순박했던 마을 사람들, 여유로운 삶.. 내겐 모든 것이 완벽했던 2주였다. 꼭 취업을 하기 전에 다시 지원해 볼 생각이다. 그때까지 모두 몸 건강히 안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