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설렘 안고 떠난 71일 유럽 배낭여행

작성자 이다정
독일 CPD02 · RENO/KIDS 2012. 06 - 2012. 07 Rodenbach

Rodenbach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대학생활 2년 동안 과제와 학교생활이 전부였기에 졸업하기 전 학교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었다. 워크캠프를 다녀온 친구의 경험담과 추천으로 워크캠프는 대학시절에 꼭 경험하고 싶은 일 1순위였는데, 항상 사이트에 들어가서 프로그램을 보기만 하다가 휴학계를 내고 참가할 워크캠프를 찾기 시작했다.
내가 찾는 워크캠프의 기준은 주제가 RENO 혹은 ART일 것, 중심도시에서 이동이 편리한 곳, 6월에서 9월 사이였다. 매일같이 국제워크캠프 사이트를 드나들면서 언제 또 이렇게 설렘만 안고 훌쩍 떠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약간 욕심을 부려 벨기에 RENO, 독일의 RENO&KIDS 두 개의 프로그램에 지원했고 참가확정을 받게 되었다. 확정통보 후 비행기표를 예약하면서 첫 유럽 배낭여행은 30일 워크캠프와 40일의 배낭여행으로 71일의 일정이 되었다. 유럽으로의 여행은 처음인데다 긴 일정에 나와 친구 둘 다 영어를 그리 잘하지 않았기에 과연 가서 잘 지낼 수 있을까 걱정이 됐지만 이렇게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계획을 세워 가는 것이 처음이라 출국 전까지 하루하루를 둥둥 떠다니며 설렘상태로 지냈다.

SUN MON TUE WED THU FRI SAT
6/27 in Frankfurt 28 29 30 독일 워캠
7/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체코 21
22 23 24 오스트리아 25 26 27 28
29 독일 30 31 이탈리아 8/1 2 3 4
5 6 7 8 프랑스 9 10 11
12 프랑스→벨기에 13 14 15 16 벨기에 워캠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벨기에→런던 9/1
9/2 9/3 9/4 9/5 런던out 9/6 한국도착
71일의 전체일정

긴 여행일정만큼 준비기간도 길었기에 드디어 유럽으로!를 외치며 17시간 2번의 환승 끝에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했다. 3박 4일 느긋하게 관광을 하고 토요일, 워크캠프 장소인 프랑크푸르트에서 기차로 20분 정도 걸리는 Rodenbach라는 작은 마을로 향했다. 중간에 한번 갈아타야 했는데 갈아타는 역에서 우연히 대만에서 온 워크캠퍼 Sandy를 만났다. 독일의 작은 역에 동양인 여자 세 명이라니! 우리는 워크캠프 가는 게 틀림없다고 확신했다.(훗) 인포짓 종이를 들고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망설이고 있는데 Sandy가 인포짓을 보여주며 먼저 말을 걸었고 우리는 여러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함께 Rodenbach로 향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Sandy는 한국에서 어학연수를 받은 적이 있는데다 한국어에 능했다…우리가 한국어로 뭐라고 하는지 알아듣고 있었던…후후) 기차를 타고 가는 데 분명 20분 정도면 역에 도착한다고 했는데 도무지 나오지 않아 일단 우리는 다음 역에서 내렸다. 정말 작은 역인데다 주말이여서 역무원은 커녕 사람조차 없었다. 15분을 멍하니 있다가 역 근처를 지나가는 한 모녀에게 물어보니 아뿔싸... Rodenbach를 지나친데다 되돌아가려면 20분이나 더 기차를 타야 했다. 게다가 기차는 한 시간에 한 번오고… 기차를 기다리면서 날씨는 덥지 배는 고프지 그런데 할 수 있는 건 없지… 그래서 언제 우리가 이곳에 또 오겠냐며 고요한 이 작은 역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겨우겨우 Rodenbach역에 도착했다. 아 드디어! 라고 한 순간 우리를 기다리는 건 50개는 족히 넘는 계단이였다. 제일 가벼운 게 친구의 20키로 캐리어, 23키로의 내 캐리어, Sandy의 짐은 28키로였다.전부 보조가방에 침낭까지 있는데! 세 명이서 겨우 도와가면서 짐을 올리고, 마을에 들어서서 주민분들에게 물어 물어 우리가 생활할 센터(미팅포인트)에 도착했는데,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10분이면 갈 거리를 우리는 1시간 넘게 돌아서 도착했던 것이다. 도착한 숙소는 유스센터였는데 굉장히 깨끗하고 부엌과 화장실이 잘 갖춰져 있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샤워실이 센터 안에 없었다.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두고 먼저 도착해있던 캠퍼들과 인사를 나눴다. 한국에서 온 나와 친구, 대만에서 온 Sandy와 Sunshene. 아르메니아에서 온 Meline와 Arsen,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온 Ana, Patricia. 터키에서 온 Sadik, 러시아에서 온 Svetlana, Nadezda 우크라이나에서 온 Iuliia 체코에서 온 막내 Monika. 그리고 캠프 리더 Andre와 Thomas. 15명이서 15일간 센터에서 생활하고 같이 지냈다. 아침에는 숲에 가서 나무를 자르거나 페인팅을 하는 등 RENO에 관련된 일을 하고, 점심때가 되면 3그룹으로 나뉘어서 각 그룹의 모이는 장소에 가서 점심을 먹은 다음 애들과 5시까지 함께 놀아주고 애들을 보낸 후 정리를 하고, 그룹마다 지정된 선생님들과 앉아서 하루를 돌아보며 토론하는 시간을 가지면 하루 일과가 끝났다. 그 후에는 항상 숙소에 돌아와서 잠시 쉬다가 Thomas가 샤워하러 갈 사람!하고 물어보면 다들 짐을 챙겨서 15분 정도 차를 타고 가서 동네 운동장 단체 샤워실을 사용했다. 덕분에 재빠르게 씻고 나와야 했고 센터로 돌아와 짐을 둔 다음 저녁을 먹으러 가곤 했다. 주말에는 Rodenbach의 근처를 구경하거나, 프랑크푸르트에 놀러 가는 등 굉장히 자유롭고 여유롭게 보냈다.
오전에 하는 일은 페인팅 및 청소 등을 돕거나 숲에 가서 나무를 자르는 일로 나뉘었는데, Ana와 Patricia, Sadik, Arsen이 페인팅 및 청소를 담당했고, 나머지 모든 애들은 숲에 가서 나무를 잘랐다. 다 여자였음에도 모기를 피해가며 무딘 톱으로 적당한 두께의 나무를 50개 정도 잘라서 모았다. 3그룹으로 나뉜 오후에 하는 일은 1그룹은 10대정도의 애들과 함께 운동장이 있는 곳에서 방과후 활동을 하는 거였고, 2그룹은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의 애들과 호수 근처에서 물놀이 활동을 하는 것, 마지막으로 내가 속해있던 3그룹은 5살 정도부터 초등학교 1~2학년 정도의 애들과 체육관 안에서 방과후 활동을 하는 것이었다. 3그룹은 Sadik과 Arsen, Monika, 그리고 나 이렇게 네 명이었는데, 넷은 눈만 마주치면 언어소통이 제대로 안 되서 미소만 지었다. 나도 영어를 잘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Arsen과 Monika는 거의 영어를 할 줄 몰랐다. 그래서 영어를 잘하는 Sadik이 나름 분위기를 띄우려고 우리에게 말을 걸곤 했다. 처음에는 어린 애들이 나를 약간 신기?하게 바라봤고, What’s your name? Where are you from? 그 이상은 물어도, 대답해도 알아듣지를 못해서 할 수가 없어 아쉬웠다. 처음에는 적응이 안되기도 해서 힘들기도 했지만, 조금씩 장난도 치고 내가 카메라만 들면 자세 잡고 긴장하면서 포즈를 취하는 애들을 찍어주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다보니 이별의 시간이 다가왔다. 아이들과 작별을 한 마지막 금요일 날, 오후에 한살 어리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착한 Meline가 5년 만에 만나는 언니와 함께 프랑스로 제일 먼저 떠났고, 그날 우리는 다 같이 마지막 파티를 했다. 그리고 세 번째로 맞이하는 주말이 왔다. 아침에 Arsen이 가장 먼저 떠나고, 그 다음에 Svetlana, 마지막으로 Monika가 떠났다. Monika는 우리 중에 가장 어렸고, 의사소통이 안 되서 힘들어했는데, 마지막에 우리에게 짧지만 영어로 만나서 정말 기뻤고 고마웠다고 말하면서 울음을 터뜨렸다. 우리 또한 눈물을 터뜨렸고, 마지막으로 Monika를 안아주고 역까지 배웅해줬다. 저녁을 먹고 센터 1층에서 일기를 쓰면서 마지막 파티 때 받은 티셔츠에 이름을 서로 써주고 사진을 찍는, 조용한 파티로 마지막 밤을 보냈다. 마지막 날 아침, Sandy, Sadik, Iuliia, Nadezda를 배웅하고 다음 일정이 우리와 겹치는 Sunshene을 배웅한 다음 우리도 떠날 준비를 했다. 센터에 나와 마지막으로 남은 Ana, Patricia와 인사를 나누고 꽤 멀어졌음에도 계속해서 손을 흔들어주는 스페인친구들에게 우리도 손을 흔들며 마지막 인사를 했다. 멈추어있던 차량의 운전자들도 우리에게 Tschüss! 하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역에 다가와갈 때쯤Thomas를 만났고, 조금 있다 Andre도 오니 기차가 플랫폼에 들어왔다. 마지막으로 Tschüss!하고 인사하고 기차에 올랐다. 나름대로 담담하게 헤어졌다고 생각했는데 기차에 앉아있으니 왠지 슬퍼졌다. 그래도 곧 Sunshene과 다시 만나 Nurnberg에서 짧게 같이 여행하며 지냈고, 보름 후엔 뮌헨에서 Sandy와 다시 만나기도 했다. 후에 8월 피렌체에서 Sunshene과 길에서 딱 마주치기도 했다!
첫 워크캠프여서 그랬는지, 아니면 이 친구들이여서 그랬는지 모르겠다. 몇 달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사진과 그때의 일기를 보면 이 날 이랬었지!하면서 웃다가도 그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가슴이 찡하기도 하고 복잡한 감정이 뒤섞인다. Rodenbach에서 지낸 15일 동안의 여름은 너무나 멋졌고, 많은 걸 들을 수 있었고 이야기할 수 있었다. 모두에게 고마웠고 감사했고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