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홀로쾨, 헝가리 시골 마을에서의 꿈같은 3주

작성자 형진혁
헝가리 EGY 01 · 아동 2015. 06 - 2015. 07 헝가리 홀로쾨 마을

Avatars of Nograd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사실 이 워크캠프에 대단한 열정을 가지고 한국에서부터 준비하진 않았다. 나는 그저 스페인에서의 교환학생 생활을 즐기던 21살의 학생이었고, 주말마다 가서 놀았던 바르셀로나가 마냥 좋았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워크캠프에 대해 알게 되었고, 헝가리 프로그램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되었다. 그리고 그 때부터 과연 내가 일생에서 유럽 시골에서 살아볼 기회가 얼마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기 시작해서 결정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항상 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워크캠프의 활동은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시골마을 홀로쾨에서 그 마을 공동체를 돕는 일이었다. 우리는 인원이 너무 방대했으므로 첫 사흘간 오리엔테이션 등을 하면서 다섯 개 조로 인원을 나눈 뒤, 3주간 할 일을 정했다. 가장 인기가 없긴 했지만 소똥을 치우는 조도 있었고, 3주간 우리가 머물 숙소를 청소해주는 고마운 조도 있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다수를 차지했던 것은 역시 아이들 봉사였다. 나 역시도 집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주는 활동을 맡게 되었다.
그렇게 활동을 시작하고 나서 3주는 정말 문자 그대로 꿈같은 시간이었다. 매일매일의 일상은 대충 이랬다: 매일아침 8시에 일어나서 9시에 자전거를 타고 30분간 내리막을 따라 집시 마을로 이동하고, 거기서 우리가 준비한 활동들을 아이들과 함께 했다. 그 후 오후에 자전거를 타고 1시간가량 애를 쓰며 오르막을 올라 집으로 귀가했다(3주간 엄청난 체력소모와 함께 피부가 까맣게 탔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저녁에는 집에서 쉬면서 다음 날의 활동을 계획하면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맥주를 마셨다. 집에서는 매일 음악과 춤 그리고 맛있는 음식들이 있었고, 모닥불을 피워 밤마다 놀았다.
주말에는 활동이 없어 자유시간이었다. 몇몇은 헝가리의 수도인 부다페스트에 가서 놀기도 했으나, 나는 도시구경에 대한 큰 욕심이 생기지 않아서 홀로쾨 마을의 멋진 성을 구경하거나 산에서 트레킹을 하면서 맥주 마시는 것을 즐겼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착했고, 동물들은 온순했으며, 길에는 곳곳마다 체리 나무가 있어 맛있는 체리를 원하는 때마다 따먹을 수 있었다.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 역시 잊을 수 없다. 아무래도 같은 활동 조에 있던 친구들과 4인실 숙소 룸메이트들과 가깝게 지냈다. 3주밖에 시간이 없어 많이 못 친해질까봐 걱정했는데, 인터넷도 잘 터지지 않는 곳에서 24시간 내내 같이 붙어있는 일상을 지내다 보니 그런 것 전혀 없이 이게 한국 친구인가 싶을 정도로 친하게 지냈다. 지금 이 보고서를 쓰고 있는 1년 반이 흐른 지금까지도 서로 연락하면서, 작년 겨울 베트남 여행에 갔을 때 베트남 친구인 Tu를 만나서 오랜만의 회포를 풀기도 했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이렇게 마냥 좋은 일들도 많았지만, 그에 못지않은 어려움들도 많았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활동 계획하기였다. 우리가 어린이들과 함께했던 활동들은 정말 우리 조원들끼리 손수 어떻게 하면 이 아이들이 즐겁게 영어를 배울 수 있을까 하는 매일매일의 고민 끝에 계획한 것들이라서, 보람도 많았지만 이상과 현실의 괴리 또한 컸다. 나름 재밌다고 생각하고 계획한 것들에 시무룩한 반응을 보이거나, 시도때도 없이 이런거 다 집어치우고 축구나 하자는 남자아이들, 야외활동에 적합하지 않은 지나치게 더운 날씨 등등 장애물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래서 매일매일 우리 조원들끼리 의견충돌이 매우 컸는데, 그러한 의견충돌을 서로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끼리 조정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결국 해결은 매일매일 조장을 바꾸어가면서 의견충돌이 있을 때마다 조장 판단으로 조정하는 방식으로 해결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매일매일 일어났던 말다툼이 결코 헛된 시간이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말다툼이 가득했던 회의 뒤엔 언제나 맥주와 음악 시간이 있었고, 서로가 다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외국 친구들끼리 말다툼이 있을땐 어떻게 해야겠구나 등을 깨닫게 해줬던 좋은 경험이 아닐까 싶다.
가장 마지막으로, 나는 이 워크캠프를 강력히 추천한다는 말로 이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인터넷이 터지지 않는다와 찬물샤워를 해야 한다는 몇몇 사소한 불편함만 감수할 수 있다면 헝가리 홀로쾨에서의 워크캠프는 유럽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매일매일 맛있는 음식과 과일을 자유롭게 먹을 수 있고, 아름다운 길을 따라서 2시간씩 자전거를 탈 수 있고, 길가에는 동물들이 사람에 대한 조금의 경계도 없이 배를 깔고 누워있다. 초롱초롱한 눈을 가진 집시 아이들은(눈이 진짜 크고 예쁘다 다들) 호기심을 가지고 먼저 다가와준다. 축구만 같이 해줄 수 있다면 그들의 호날두와 메시가 될 수 있다. 사람들과 마음으로 가까워진다, 그곳 홀로쾨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