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아이슬란드, 홀린 듯 떠난 여름날의 꿈

작성자 김정은
아이슬란드 WF07 · ART/ENVI/RENO 2012. 07 레이카빅 근처

Farm life - nature, art and renovation in fjord of the whales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워크캠프를 알게 된 것은 아는 언니의 소개였습니다. 7월과 8월에 이미 예정된 다른 일정들 날짜를 제외하고 남는 워캠 리스트를 남기니 몇 개가 안 남더군요. 그 중에 눈에 띠는 것이 아이슬란드였습니다. 처음엔 어디 있는지 잘 알지도 못했던 나라지만 왠지 모르게 끌리고 자꾸 정이 가더라구요. 그래서 홀리듯 그 머나먼 나라를 1지망으로 신청했습니다. 저는 참가 신청이 완료될 5월 초? 그쯤까지 비행기표를 안 샀어요. 확실하지 않은 것도 있고 직항이 없어서 가는 방법 찾는 것도 오랜 기간 고민 했거든요. 아이슬란드에 대해 많이 찾아보고 간 게 도움은 많이 되었습니다. 특히 기후나 관광지 같은 걸 미리 찾아보는 것이 유익했어요. 다른 참가자들의 보고서들을 많이 읽고 가세요. 자기가 가는 나라로, 본인이 가는 것과 비슷한 프로그램의 보고서 위주로 찾아보는 것이 옷 같은 물건을 챙길 때 많은 도움이 됩니다. 잘 찾으면 사진도 도움이 됩니다. 아이슬란드는 여름이라고 반팔만 챙겨갔다가는… 후회합니다. 기본적으로 긴 팔을 베이스로 챙겨가세요. 풍덩한 후드 집업이 한 두 개 정도 있으면 좋아요. 얇은 반팔이나 나시는 실내나 날 좋은 대낮에 입을 순 있지만 아침 저녁, 그리고 평소에는 선선하거나 쌀쌀합니다. 햇빛은 강하기도 하니까 선글라스도 유용해요. 그리고 백야현상… 저에겐 가장 큰 자연재해… 아직도 저녁 여덟신 줄 알고 시계 보면 새벽 두 시. 자다가 아침 열신 줄 알고 깜짝 놀라 깨면 새벽 다섯 시. 한국에서는 아침 열 시나 열 한시까지 자던 제가 아이슬란드에서는 대여섯시면 항상 일어났어요.. 창문에 빛 차단도 잘 안 되서 잠자는 게 자는 것 같지가 않았어요. 까만 밤의 소중함.. 약간 항상 몽롱한 상태였던 듯 해요. ㅋㅋ 그래도 항상 밝아서 별로 무서움과 위험을 느끼지 못한 것과 아침 일찍 일어나 상쾌한 새벽산책을 즐길 수 있던 것, 하루를 길게 보낼 수 있었던 것이 좋았어요. 그리고 언어에 있어서 저는 그냥 막연히 영어 회화 듣기만 대강 해두었었는데 정작 가서는 매우 후회했습니다. 영어공부.. 정말 열심히 해가세요. 생각보다 언어가 참 상상을 초월하게 중요하더라구요. 뭐 나중에는 다 친해진다지만 언어가 잘 통할수록 친해지는데 걸리는 시간이 단축될 수 있어요. 대화하는 수준과 주제도 달라지구요. 물론 나중가서는 참 애틋해질 정도로 친해지긴 하는데 한국에 대해 물어볼 때나 게임 룰을 말할 때 잘 설명이 안되면 매우 답답하기도 하고요. 다른 분들 후기 보면 영어 못해도 별 상관 없다는 사람 있는데 저는 10명중 아시아인으로서도 한국인으로서도 혼자이고 다른 사람들이 다 영어를 중상이나 상급이상 구사해서… 상당히 언어문제로 마음고생 많이 했습니다. 초반에서 중반까지. (나중에는 저도 많이 익숙해지고 애들도 저한테 많이 익숙해져서 거의 상관없었지만… 영어를 잘 했었으면 더 좋았었을 거에요) 듣기 말하기 많이 해가세요….. 그리고 저희 캠프에는 상당히 나라 분포가 넓었어요. 각 나라의 언어에 관심을 많이 보이고 따라했는데 꽤 좋아하고 열심히 가르쳐줍니다. 나중에는 돌아가면서 나라별로 언어 가르쳐주는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자유시간은 상당히 많아요. 이때 무엇을 할 것인지가 전부 캠퍼들에게 달렸습니다. 리더가 뭔가 해놨겠지 다른 사람이 뭔가 준비해왔겠지 생각하는 것은 너무 안일한 자세에요. 없어요.ㅋㅋ 꽤나 막연한 상태에 놓입니다. 수도였다면 수영장을 가거나 술집으로 놀러 갔겠지만 인터넷도 안되며 주변에 아무것도 없던 평화롭던 저희의 농장근처 숙소에서 보내는 자유시간은 참 길었습니다. 처음에 손가락 게임이나 바보게임(문제 내는 사람 빼고 바보 되는 게임. 넌센스 퀴즈 같은거) 같은 게임도 알려주며 친해졌어요. 외국애들도 게임 알려주고… 우리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쉬는시간에 하던 별거 아닌 게임도 애들은 참 신기해 하더라구요. 외국 애들도 결국은 저희나 다를 바 없이 다 똑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정말 소통하고 노력한 만큼 정들고 친해져요.
제 워크캠프 주제는 Farm life였습니다. 저는 하루 전날 미리 도착했습니다. 워캠 전후로 쓰는 임시숙소가 리모델링을 하느라 굉장히 건물 날것의 상태더라구요.. 그래서 한국 올 때까지 임시숙소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미팅 장소는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카빅에 있는 본부 일명 화이트하우스였어요. 첫날은 근처의 주차장을 공원으로 만드는 작업을 일부 도와줬어요. 그리고 다음날 농장으로 향했는데 가는 길에 Excursion으로 Golden Circle을 보며 하루를 보냈어요. 그날 농장 근처 숙소에서 짐을 풀고 밥을 먹고 쉬었지요. 숙소는 생각보다 넓고 시설도 좋고 개인 방이 있어서 편했습니다. 부엌도 잘 되어있었어요. 다만 인터넷이 안 되는 점과 수도랑 거리가 있어 무료로 갈 수 있는 수영장을 갈 수 없었다는 점 빼면 주변에 자연도 너무 예쁘고 참 좋았습니다. 화장실이나 샤워시설은 숙소에 잘 갖춰져 있었거든요. 하지만 수영장이 참 좋았는데 그건 정말 아쉬워요. 그 다음 날부터 농장을 갔는데 차로 10분 정도 이동해서 갔습니다. 낡은 건물과 풀이 무성한 농장이 있더라구요. 거기서 약 2주간 다는 아니고 저희가 할 수 있는 기초적인 청소나 가구와 시설의 페인트 칠, 그리고 풀 베기 정도의 일을 했어요. 상상만큼 할 수 있는 것은 많이 없었어요. 큰 수리 부분은 전문가가 필요한 데 그 사람들이랑은 다음이나 그 다음 워캠 때 한다고 했습니다. 거기서 멤버들이 약간 실망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널널하게 자기가 일하고 싶은 걸 골라서 일하고, 오후에는 주변의 멋진 산과 바다를 구경하고 놀 수 있는 시간이 되었어요. 아이슬란드의 자연을 마음껏 누린 것 같아서 지금 생각해도 참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오후 다섯 시나 여섯 시, 가끔 더 늦기도 했지만 그쯤 숙소로 돌아가면 하루에 두 명씩 당번을 정해서 저녁을 했습니다. 저는 두 번 다 저랑 방을 같이 쓴 스위스 친구랑 밥을 했어요. 한번은 불고기와 밥을 하고 한번은 미역국을 했습니다. 냄비 밥하는 걸 배워 갔더니 제 입맛에는 유럽 쌀이 퍼석했어도 어떤 애는 맛있다고 밥 하는 법을 배워가기도 했어요. 파스타와 샐러드가 기본으로 되었지만 참 맛있었고 그 외에 다양한 음식들을 먹어볼 수 있었어요. 아침은 자유식이었는데 주로 콘프레이크와 우유 혹은 요거트, 과일을 먹었습니다. 점심은 농장에 각자 샌드위치를 싸가는 식이었어요. 오븐이 있어서 거기서 피자를 해먹기도 했습니다.
주말에는 레이카빅에서 지냈으므로 금요일 밤에는 돌아왔지요. 첫 번째 주말은 리더가 살고 있는 집에서 지냈고 두 번째는 화이트하우스에서 걸어서 15분정도 되는 거리의 다른 숙소에서 지냈어요. 첫 번째 주말에는 Blue Lagoon을 갔습니다. 물의 성분 때문에 머리가 뻑뻑해지기는 했지만 좋은 곳이었어요. 그리고 둘 째날 사람들은 또 다른 Excursion을 갔지만 저는 비용도 많이 들고 귀찮기도 해서 그냥 레이카빅에 머물렀어요. 거기서 리더한테 자전거를 빌려서 하루종일 은근히 커다란 레이카빅 구경을 했습니다. 두번째 주말은 거의 파티였어요. 술을 사서 상그리아도 만들어 먹고 바비큐도 해먹고 라틴아메리카 음악 파티라고 바에 음악을 계속 틀어주는 곳에 가서 다른 워캠 사람들도 만나고 얘기도 많이 했습니다. 리더는 다른 리더나 사람들하고 노느라 정신이 없어서 거의 저희 멤버들끼리 놀았어요. 술 취해서 어떤 애는 덤블링도 하고, 자전거도 타고 사진도 진짜 많이 찍었는데 어쩌다 고장이 났는지 다 지워졌다는 애석한 해프닝이 벌어졌지요….
머나먼 타지에서, 열 시간 가까운 시차, 거기에 백야현상으로 매일같이 잠도 오래 못 자서 항상 제일 일찍 일어나 챙겨간 영어 회화 파일을 꾸역꾸역 듣고(울면서 쓴 적도 있어요 답답해서), 새벽 산책을 하면서 회의에 빠지기도 하며, (아시아와는 모두 다른 문화권이라) 저를 신기하고 이상하게도 보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친해지는 2주간이 참 막막하면서도 길게 느껴졌었어요. 절대 끝날 것 같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떠날 날이 다가오고, 그간 너무나 정이 들어버린 친구들을 한 명 한 명 공항 가는 버스로 마중 나가는 것이 참 믿겨지지가 않더라구요. 지금은 또 그 나날들이 꿈만 같네요. 반크에서 신청을 해 지도나 엽서 같은 걸 무료로 받아서 갔었습니다. 가서 편지도 써주고 지도에 각자 나라를 표시해주거나 한국 위치를 표시해서 선물로 주니까 되게 좋아해주었습니다. 공기도 가져가서 했었는데 나중에 공기를 가장 재밌어하던 스페인 아이한테 선물로 주고 왔어요^^.
한국에서 계획해 두었던 다른 일정 때문에도 있고 워캠을 처음 신청하는 두려움도 있어서 프로그램을 하나만 신청한 게 지금은 많이 아쉽습니다. 비행기 값도 꽤나 되는데 가서 같은 장소의 워크 캠프를 연달아 몇 번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아이슬란드는 물가라던가 참가 신청비, 관광비가 꽤 되어서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좋은 경험이었어요. 관광도 저희 팀은 3번 정도 했는데 저는 2번만 참가했구요. 아 다른 관광 하나 더 하긴 했구나.. 왠만한 추가 지출은 안하려고 노력했지만 선물비나 이것저것 추가로 꽤 썼…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정말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나라에요. 물론 각 나라에 퍼져있는 우리 멤버들과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일 것 같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