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레이캬비크, 낯선 곳에서 찾은 나

작성자 윤성호
아이슬란드 WF93 · ART/CULT 2012. 05 - 2012. 06 Reykjavik

World Words on Stage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2011년, 영국에서 한창 교환학생을 하던 중 한 지인으로부터 해외 워크캠프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는 그저 “생각해 볼게”라는 대답과 함께 큰 관심을 갖지 않았었는데, 그 이유는 “왜 해외까지가서 돈 써가며 굳이 봉사활동을 해야하는가” 하는 의구심때문이었습니다. 그 뒤로 해외 워크캠프에 대한 생각을 까맣게 잊고 지냈습니다. 이후 저는 스코틀랜드, 프랑스, 아일랜드, 이태리, 그리스 등 꽤 많은 나라를 여행하며 새로운 지역과 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갔고 새로운 장소에서의 새로운 만남, 그리고 배움에 대해 굉장히 큰 갈증을 느꼈습니다. 이렇게 많은 여행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여행자의 입장에서 보고 듣는 것 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어 다시 한 번 해외 워크캠프를 떠올리게 되었고,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경험담을 읽으며 “이것이 바로 내가 찾던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지체없이 저에게 워크캠프를 소개해준 지인에게 함께 참가해 보자고 제안을 하였고 장소선정은 유럽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가지 못하는 그곳, 바로 아이슬란드에서 색다른 경험을 해보기로 결정했습니다. 2012년 5월 29일. 처음 도착한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빅, 잘 정돈된 도로와 시가지들은 그동안 제가 그려왔던 험준하한 대자연의 모습과 너무나도 달라 “내가 과연 아이슬란드에 온 것이 맞는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 였습니다. 이후 국제워크캠프사이트로부터 지급받은 Fly bus voucher를 통해 50% 할인된 가격으로 버스를 이용하여 meeting point로 이동했습니다. 그 곳에서 처음 만난 이탈리아출신의 팀 리더 Manu는 저희를 반갑게 맞아주며 앞으로 있을 2주간의 워크캠프 일정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주기도 했습니다. 숙소는 복층으로 구성된 도미토리형 건물이었으며 침실과 응접실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비록 화장실은 10명이서 1개를 이용해야한다는 불편함은 있었지만 시설이 전번적으로 깔끔하고 그동안 이 곳을 거쳐갔던 많은 워크캠프 참가자들이 두고간 세계 각국의 물건들이 마치 하나의 전시장을 연상케 하였습니다. 미리 도착한 다른 참가자들과도 반갑게 인사를 마치고 가볍게 숙소 주변을 둘러보기도 하고 오후에는 다 같이 모여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논의하고 요일별 식사준비팀과 설거지팀을 정했습니다. 아직은 서로 어색하기도 하고 문화도 서로 달라 많은 이야기는 나누지 못했지만 팀원들의 좋은 인상은 앞으로 많이 가까워질 것 같다는 느낌을 줬습니다. 우리 팀원들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자면, 팀리더 마누, 이태리 부부인 안젤로, 발렌티나, 어린 이탈리안 의대생 엘로이사, 미국인 대학생 미씨, 한국인 삼총사인 저, 성준이, 테일러, 폴란드 롱텀발룬티어인 야콥, 마지막으로 헝가리아인인 에뮤카 이렇게 총 10명이었습니다. 첫날 일정을 서로를 소개하고 간단한 주변 지역 탐방으로 마친 후 둘째 날 부터는 우리의 최종 목표인 “연극”을 위한 워밍업을 시작하였습니다. 매일 미팅의 첫 시작은 늘 간단한 닌자게임을 통해 잠을 깨고, 이후 각종 스토리 메이킹, 액팅 등 다양한 부분에서의 자신감을 향상시킬 수 있는 심플 액티비티들을 하였습니다. 연극배우 출신의 팀리더 마누와 연극작가인 2명의 이태리 부부를 제외하고는 연극과 관련하여 경험이 전무한 어린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어 연극의 전문성보다는 관객과 배우 모두 함께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방향으로 연극을 구성하도록 논의하였습니다. 결국 우리의 공연은 우리가 거주하고 있는 3층짜리 숙소 전체를 극장으로 꾸며 각각의 방들이 고유한 테마를 갖추어 관객들이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각 방을 이동하며 즐길 수 있는 기성의 극장과는 전혀 다른 형식의 것으로 결론이 모아졌습니다. 이후 공연을 위한 연습을 진행하면서 각 테마별로 책임자를 나누어 해당 파트를 진행하는 데 있어 필요한 일체의 소품과 동선을 점검하도록 하였는데, 특히 한 사람이 2~3개의 역할을 맡기 때문에 연기자가 한 공연을 끝내고 다른 공연으로 이동을 해야 했기에 많은 횟수의 리허설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워크캠프가 일만하다 끝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주말을 활용해 2주의 기간 동안 총 3번의 Excursions를 다녀왔는데, 이러한 여행을 통해 남부해안, 섬, 블루라군, 수많은 폭포와 빙하 등 꽤 많은 곳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스스로가 여행을 통해 정말 아름다운 자연을 왠만큼 다 봤다고 자부하고 있었음에도 이곳의 자연은 말 그대로 대자연이었습니다. 마치 다른 행성에 와있지 않나 하는 착각이 들게 할 정도로 장대한 풍경들은 이곳 아이슬란드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바퀴가 사람 키만한 snowmobiles(설상차량)을 비롯해 수많은 종류의 화산암, 주상절리, 폭포 등...더 좋았던 점은 함께 일하는 팀원들끼리 다녀왔기에 여행을 통해 조금 어색했던 팀원과는 더욱 가까워 질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여행의 좋은 기분이 이후의 작업에까지 영향을 미쳐 긍정적인 효과를 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특별 Excursions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World Wide Friends의 자원봉사자들은 주변의 수영장 및 온천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Voucher를 제공받기 때문에 일과 이후에는 거의 매일같이 온천을 이용하는 특권을 누리기도 했습니다. 이곳 아이슬란드인들은 추운 날씨로 인해 매일같이 온천을 즐긴다고 하니, 마치 제가 아이슬란드 사람이 된 거 같은 착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레이캬빅에서의 워크캠프가 항상 좋은 점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도시의 지리적 특성상 레이캬빅의 여름은 저녁에도 해가 지지 않는 백야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밤에 잠이 드는 것이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새벽 3시가 되어도 대낮처럼 밝았기 때문에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늦게까지 팀원들과 노느라 밤에 잠을 잘 못잤고 그 피로는 다음날로 이어져 오전회의때는 졸음을 쫒아내는 데 온 신경을 다 쏟아야 했습니다. 아이슬란드로 워크캠프를 가시는 분들은 숙소의 특성상 두꺼운 커텐이 설비되지 않은 곳이 있을 수 있으니, 되도록 공항에서 주는 안대를 버리지 마시고 꼭 챙겨오시는 것이 큰 도움될 것 같습니다. 이러한 사소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정말 재미있게 작업을 했습니다. 공연준비가 거의 완성되어 갈 즈음에는 우리가 직접 디자인한 전단지를 출력하여 레이캬빅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시민들에게 배부하고 광고했습니다. 처음에는 외국인들에게 전단지를 돌리며 우리 공연을 설명한다는 것이 막막하게 느껴지고 두렵기도 했으나, 가던 길을 멈춰서서 끝까지 경청해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친절한 시민들 덕택에 어렵지 않게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어떤 레코드가게 사장님은 자신의 가게 유리문에 전단지를 붙이는 것을 허락해주기도 했습니다. 마지막날에는 관객이 얼마나 될까 하는 설렘을 가지고 공연을 다시 점검하며 준비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구경을 했고, 우리가 준비했던 것들을 혼신의 힘을 다해 하나씩 보여주니 관객들도 흥이났었는지 박수를 치며 웃는 사람들도 있었고 카메라로 쉴틈없이 촬영하는 사람들도 보였습니다. 한시간 가량의 공연이 끝이 나고 관객들이 모두 돌아간 후, 우리는 서로를 자축하며 함께 저녁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녹화해 둔 공연모습을 다시 한번 리뷰하며 서로의 연기를 칭찬하기도, 사소한 실수들을 보며 웃기도 했습니다. 공연을 성공적으로 끝낸 그 성취감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슴이 뭉클했고,이윽고 다시 곧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한국에서 이 후기를 쓰고 있지만 아직도 이 글을 쓰는 내내 아이슬란드에서 보고 겪은 모든 일들과 만났던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생생하게 아른거립니다. 다른 나라보다 더 춥고, 백야현상으로 인해 잠도 제대로 못자고, 10명이서 1개의 화장실을 쓰느라 아침마다 전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슬란드가 가장 기억에 남는 이유는 왜 일까요. 워크캠프 이후에 한국에 놀러오겠다고 당장 돈을 모으기 시작한 정 많은 이태리 친구를 비롯해 저와 가슴으로 교류했던 모든 팀원들이 언젠가 다시 한 자리에 모여 그날 녹화해둔 공연 비디오를 같이 볼 수 있기를 기원하며 제 후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