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파리, 추위, 아이들, 몽골에서 살아남기

작성자 임수정
몽골 MCE/10 · KIDS/CULT 2014. 08 울란바토르 옆 작은마을

Kids Camp-2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몽골에 가보고 싶은데 혼자 가기는 영 내키지 않고 다니기도 불안할 것 같아서, 어차피 자연을 느끼러 가는 거니까 봉사활동 중에도 충분히 목적이 달성될 것 같아서, 난이도가 있는 여행지니까 참여한 봉사자들의 마음가짐도 열려있고 긍정적일 것 같아서 신청을 했습니다.
마침 다른 한국인 참가자와 연락이 닿아서(카페를 통해) 나눠서 준비물을 챙겼다. 먹거리를 가져가면 좋다는 이야기가 많아서 호떡믹스, 불고기양념, 라면, 전통문양 책갈피, 엽서를 챙기기로 했다. 그런데 대만, 홍콩 참가자들이 모두 신라면을 챙겨온 걸 보고 놀랐다. 다른 맛 라면을 준비해도 좋을 것 같지만, 신라면이 그만큼 인기있다는 뜻이니 기본으로 챙겨도 좋을 것 같다. 호떡믹스는 다들 맛있게 먹었고, 양념은 쓸 기회가 없었다.
몽골은 어떤 장소에 가지 않아도 그 나라 자체로 아름답고 탁 트인 자연을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그 예상대로 캠프장소 건물 밖을 나서면 멋진 풍경이 펼쳐졌다. 윈도우 배경화면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내내 느끼며 행복했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우리는 2층 침대가 5세트 있는 곳에서 다같이 지냈다. 캠프 리더도 포함해서, 남자 봉사자 한 명도 포함해서. 사실 지내는 환경은 무척 열악했다. 여름인데도 잘 때 너무 추워서 패딩조끼까지 입고 침낭 속에서 잤다. 가장 심각했던 건 파리... 파리가 너무너무 많았다. 파리를 가을 낙엽 쓸듯이 매일매일 쓸어담았다. 나는 창문 쪽 침대라, 자고 나면 발밑에 파리가 두세마리씩 앵앵거리기도 해서 정말 소름이 돋았다... 다행히 침낭 속에서 자서 직접적인 접촉은 없었지만 그게 가장 괴로운 점이었다.
화장실은 간이화장실 부스가 하나 있었고 우리가 청소를 한다고 했지만 냄새가 좀 났다. 샤워실은 없었고 뜨거운 물도 당연히 쓸 수 없었다. 2주 만에 다른 캠프장에 가서 샤워를 했는데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었다. 대신 우리 숙소 바로 앞에 물이 콸콸 쏟아지는 개울가? 같은 게 있는데 거기서 물을 받아다가 끓여서 한 명이 위에서 부어주는 식으로 도움을 받아 머리는 감았다. 그리고 사실 몽골이 바람도 불고 덥기는 해도 습하지 않아서, 오히려 통풍이 잘 되는 편이라서 찝찝함은 거의 못 느꼈다. 샤워실이 없다고 해도 머리만 잘 감을 수 있으면 그건 사실 괜찮을 것 같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그 곳에서 아이들을 대하면서, 아직 나는 아이들을 좀 불편해하는구나 느꼈다. 다른 참가자들은 아이들과 살갑게 대하고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게 조금 부럽기도 했다. 그 아이들도 내가 좀 낯설어하는 걸 느끼면서 자연히 저 활발한 캠퍼들에게 다가가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캠프는 성인들과 지내는 것과는 다른 적극성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변화는, 주어진 여건에서 그럭저럭 적응하고 맞추어가며 사는 것에 많이 자연스러워졌다는 것이다. 샤워실이 없고, 화장실이 한 칸 밖에 없어도 그냥그냥 그렇게 익숙해지며 사는 우리의 적응력이 놀라웠다. 그리고 모든 것이 깔끔하고 완벽하게 갖추어지지 않아도 잘 지낼 수 있구나, 하는 포용력이 생겼다.
대자연속에서 문명에서 벗어난 생활을 해 보는 것도 의미있는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