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아이슬란드, 꿈이 현실이 되다

작성자 김수민
아이슬란드 WF129 · ENVI/MANU 2012. 06 Eskifjörður, Fjarðabyggð

East of Iceland - close to nature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유럽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고 있는 도중 지인으로부터 워크캠프를 소개받게 되었다. 예전부터 아이슬란드에 꼭 가보고 싶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므로 여행 정보가 부족한 점을 비롯해 살인적인 물가와 항공료 등 막상 여행을 실천하기에 여러모로 발목을 붙잡히는 부분이 많았었다. 그러는 도중에 워크캠프를 알게 되고 여러 프로그램들을 둘러보다가 아이슬란드에서 개최하는 캠프도 있다는 사실에 주저 없이 신청하게 되었다.
다른 국가로의 여행 계획을 모두 취소하고 그 경비로 아이슬란드 워크캠프에 사용할 수밖에 없었는데, 결론적으로는 아주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워크캠프 시작 전날 아이슬란드의 수도인 Reykjavik에 도착하여 워크캠프 측에서 제공해주는 숙박시설 World Wide Friend에 하루 묵게 되었다. 생각보다 시설이 열악했으나, 시내 중심지에 위치해 있어 수도를 둘러보기에도 좋았으며 잠시 머물기에는 괜찮은 곳이었다. 우리의 캠프 개최지는 아이슬란드 동쪽 끝에 있는 Eskifjörður라는 작은 마을이었는데 World Wide Friend에서 모든 참가자들이 모여 미니버스를 타고 12시간 정도 차를 타고 이동해서 도착할 수 있었다. 이동하는 중에 유명 관광지도 중간중간 들렀는데, 캠프 장소로 갈 때와 캠프를 마치고 수도로 돌아올 때 이동경로가 달라 아이슬란드의 진면모를 모두 살펴볼 수 있었다. 캠프 기간 중에는 Old School이라 불리는 만큼 허름해 보이는 집에 머물렀는데, 샤워실이 없다는 점을 제하면 휴식을 취하고 숙박을 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고 무엇보다 캠프 팀원들 모두 그곳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에 아주 만족스러웠다. 샤워는 Old School에서 1km 정도 떨어진 수영장에 봉사자 자격으로 무료로 입장해서 할 수 있었는데, 그 짧은 거리를 걷는 것도 힘에 부쳐 히치하이킹을 시도하기도 했다. 치켜든 엄지손가락을 무시하고 지나가버리는 차들도 많았지만, No Problem을 외치며 친절하게 태워다 주는 현지인들도 있었다.
우리 팀은 Eskifjörður에서 25분여간 버스를 타고 이동하여 옆 마을의 국립공원에서 봉사활동을 하였다. 국립공원의 보행로에 흙과 자갈을 깔아 방문객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하는 일과 우리나라에서는 잘 찾아볼 수 없는 ‘루핀’이라는 꽃을 제거하는 일을 하였다. 언덕 위에 무수하게 자라난 루핀들은 관상용 식물로 두기에도 좋을 만큼 예쁜 꽃이었으나 번식력이 강해 해가 거듭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이유로 제거해야만 했다. 흙을 자루에 담아 나르고 제거한 꽃들 또한 자루에 담아 나르는 일은 생각보다 큰 체력을 요구했다. 비가 오는 궂은 날도 많았으며 육체적으로 힘이 들긴 했지만 현지 학생들이 봉사활동 차원에서 국립공원에 직접 찾아와 우리의 일들을 도와주기도 했으며, 팀원들 또한 서로 돕고 격려하며 즐겁게 일을 마칠 수 있었다.
우리 팀원들은 한국인 세 명과 영국, 폴란드, 독일, 벨기에에서 온 친구들로 모두 일곱 명이었다. 리더들이 번갈아 가며 사나흘 치의 장을 봐오면, 요리하는 팀과 설거지 하는 팀의 당번을 나누고 각 팀이 요리를 해서 매일 저녁을 함께 먹었는데 각기 다른 나라의 음식을 맛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한국인 셋이 모이다 보니 맛있는 한국음식을 대접해야 한다는 생각에 신경 깨나 썼었는데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다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한국음식을 먹는 날에는 각자의 접시가 깨끗이 비워졌었다. 여담이지만 팀원 중에 채식주의자가 있었는데, 다들 그녀를 배려해서 고기를 요리하는 날에는 따로 음식을 준비해주는 센스를 발휘하기도 했다. 또한, 봉사활동을 모두 마친 마지막 주말에는 봉사활동 현지 지도자였던 아주머니의 집에 초대받아 양고기를 대접받기도 하였다.
주말에는 각자의 시간을 보냈는데, 근처로 여행을 가는 친구도 있었고 무선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해 다같이 술집에 가기도 하였으며 그곳에서 한창 매치가 진행되고 있는 유로2012를 보며 친구들의 나라를 응원해주기도 하였다. 생각보다 육체적 부담이 큰 활동 때문이었는지, 여가시간에는 어딘가로 본격적인 여행을 떠나기보다는 Old School 안에 머물며 여러 가지 게임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소소하게 시간을 보내는 날들이 대부분이었다. 하루는 동네 어린 꼬마들이 우리의 숙소 앞에 서성이길래 나가봤더니 이런저런 말을 건네며 질문이 끊이질 않았다. 어린아이다운 호기심이었다. 동네가 작아 수영장을 오가는 길에 종종 아이들을 마주쳤는데 그때마다 반갑게 인사하며 안부를 물었다. 한 아이의 생일을 축하해주기도 했고 헤어지던 날에는 서로 아쉬워하며 작별 인사를 했다. 현지인과 교류할 일이 많이 없을 것이라 예상했었는데, 동네 사람들은 외부인에 대해 우호적이었고 그만큼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캠프를 마치고 돌아와 하루 동안 Reykjavik을 둘러보고, 새벽에 이륙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밤 늦게 공항에 도착해 대기하는 동안 시원섭섭하고 약간 허탈한 감정이 들었다. 2주 동안의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일들이 스쳐 지나갔다. 기대감보다는 약간의 두려움이 앞섰던 아이슬란드 워크캠프는 앞으로 일상을 살아가며 두고두고 스스로에게 귀감이 될 소중한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