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레이캬비크, 쉼표로 시작된 특별한 2주

작성자 송소영
아이슬란드 WF133 · ART/ CULT 2012. 05 레이캬빅

The Power of the Runes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대학교 4학년, 참 부담스러운 수식어가 아닐 수 없었다. 학생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에 한 발짝 내딛기까지 내게 남은 건 1학기 뿐이었다. 그러나 대학생활 4년 간 특별히 의미 있는 기억이 없었음을 알았다. 대학교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입으로만 “배낭여행을 가야지, 봉사활동을 해야지,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해야지” 했다는 것을 깨닫고 급히 무언가 할 일을 찾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생각난 것은 역시 배낭여행이었다. 유럽 배낭여행, 그 동안 집 안에서 항상 상상의 나래를 펼쳐왔던 것을 현실로 이루기 위해 정보를 찾았다. 조금 더 저렴하고, 더 의미 있게 여행을 다녀올 순 없을까. 그러던 중 ‘워크캠프’가 내 눈에 들어왔다. 봉사활동도 하며 외국을 경험해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흥미로웠다. 자세히 알아봤더니 이게 왠 떡. 남들은 가보는 것이 평생 꿈이라는 그 ‘아이슬란드’에 2주 동안 살면서 봉사도 할 수 있다니. 당장 신청서를 작성하고 워크캠프 확정이 난 후 일정 앞뒤로의 여행계획을 세우고 항공권을 끊었다.
한국을 떠나 처음으로 밟아보는 유럽의 땅, 런던에서의 짧은 여행을 마치고 아이슬란드로 출발했다. 레이캬빅 공항에서 어렵사리 버스티켓을 끊어 버스를 타고,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한적한 길을 힘들게 걸어 워크캠프 사무실에 도착했다. 그 전까지는 의사소통에 대한 걱정은 전혀 없었는데, 막상 캠프리더와 참가자들을 만나니 입이, 아니 온 몸이 얼어버렸다. 나름 10년이 넘게 영어공부를 하고 또 아이슬란드로 떠나기 전 까지 열심히 학원도 다녔었는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싶었다. 참가자들 중에 원어민이 있어 더 그런 느낌이 심했던 것 같다. 그러나 역시 시간의 힘은 강했고, 그들은 서툰 내 말을 차분히 들어주려 노력했기에 큰 어려움 없이 2주 동안 생활할 수 있었다.
나와 캠프 참가자들은 조약돌에 고대 바이킹의 알파벳을 새기는 작업을 했다. 차를 타고 한참을 달려 먼 바다에 도착해 예쁘고 글자를 새기기 좋은 돌을 주웠다. 돌을 주우러 가는 길에 캠프 관계자들은 아이슬란드만의 멋진 자연경관을 보여주기도 하고, 또 그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들려주었다. 화산재의 흔적들과 빙하, 차를 타고 지나는 길에서 보는 자연은 늘 같은 모습이라 익숙해질 법도 했지만 자연의 위대함 앞에서는 늘 감탄하고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대자연 앞에서 인간인 내가 한없이 작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마지막에는 자연에게서 엄청난 기를 받고 돌아갈 수 있었다.
우리의 봉사 내용은 참으로 간단해서 3일 만에 모든 작업을 마치고 한가한 상태가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어느 한 농장에 가서 일손을 돕는 봉사도 했는데, 이틀뿐이었지만 땀을 흘리고 힘들게 일을 하다 보니 훨씬 더 보람찬 기분을 느꼈다. 본 봉사의 내용에는 만든 돌을 팔아 불우이웃을 돕는 의미가 있었다는데 재고가 많이 남아서였는지 우리는 각자가 작업한 것을 가지고 갈 수 있었다. 이 점으로 인해 내 워크캠프의 가치가 살짝 떨어졌다고 생각했다.
2주 동안 전 세계 각국에서 온 참가자들과 친해지고 문화 교류도 활발히 할 수 있었던 것이 참 좋았다. 매일매일 돌아가면서 음식을 했는데, 각 나라마다의 특별한 음식도 맛 볼 수 있었다. 같은 캠프에 있었던 한국인 동생과 하루는 한국 음식을 대접하기도 했는데, 조리도구의 상태가 좋지 않아 제 실력을 발휘할 순 없었지만 다들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에 뿌듯함과 한국 음식에 대한 자부심을 느꼈다. 같은 숙소를 쓰는 한국인들끼리 모여 밥이 그리울 땐 밥도 해먹고, 전 참가자들이 두고 간 라면 스프를 우리가 유용하게 쓰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워크캠프는 다른 문화와의 교류 뿐 아니라 한국에 대한 정도 더 키워주고 한국인들 간의 유대도 더 깊게 해주는 부수적인 효과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특히 워크캠프 기간 중간에 레이캬빅에서 처음으로 한국 문화를 체험하는 행사가 열렸는데, 그 곳에 가서 많은 외국인에게 한국에 대해 알려주고 요즘 한창 인기가 있는 K-pop을 함께 즐기면서 한국에 대한 자부심을 더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주말엔 액티비티를 신청해 다 함께 멋진 자연을 보러 가고, 그 유명하다는 블루라군에 가서 함께 온천욕을 즐기기도 했다. 주말이 아니더라도 하루의 일과가 끝나면 주어지는 자유시간에는 근처에 있는 카페에 가서 여유를 즐기고, 밤에는 펍에도 가고, 자원봉사자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수영장과 영화관에서도 많은 시간을 보냈다.
아이슬란드에서의 2주는 내 인생에서 가장 평온하고 여유로운 순간이었다. 언어, 그리고 다른 문화에 대한 스트레스로 가끔 힘들 때도 있었지만 아이슬란드가 주는 평화로 인해 그 모든 것을 가볍게 이겨낼 수 있었다. 꼭 기회가 된다면 다시 아이슬란드를 방문하고 싶고, 아시아나 다른 곳에서 더 의미 있는 워크캠프를 체험하길 진심으로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