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인도에서 만난 세상, 여행을 넘어선 감동

작성자 최재혁
인도 FSL-SPL-167 · CULT/RENO 2012. 06 인도 Dharamshala

Dharamshala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1달 여간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내 삶의 그 어느 때보다 값지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사실 워크캠프를 신청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해외여행을 위해서였다. 처음에는 배낭여행으로 가려고 마음 먹었지만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며 봉사활동을 하는 워크캠프에 관심이 생겨 신청하게 되었다. 국가도 평소 동경하던 스페인으로 가고 싶었지만 경비상 인도로 정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인도라는 나라에 대해 책을 읽고 인터넷을 검색하며 조사를 시작했다. 물론 캠프 프로그램과 봉사 지역이 티베트인들이 자국 내 중국의 압박으로부터 피해 온 맥그로드 간즈라는 곳이기에 티베트의 정신적 지주 '달라이 라마'에 대해서도 알아보았다. 그리고 떠났다.
인도에 도착하여 수도 뉴델리에서 맥그로드 간즈까지는 12시간 가량 걸리는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델리에서 만난 동행들과 식사를 하느라 약속 시간에 간신히 도착했더니 내 또래로 보이는 외국인들이 벤치에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숙소로 차를 타고 이동한 후 서로에 대해 물어 가며 대화를 시작했는데, 얼굴도 헷갈릴뿐더러 이름도 외워지질 않아 정말 고생을 많이 했었다. 첫날은 서로를 알기 위해 자기소개를 한 뒤 간단한 게임을 통해 서로의 이름을 외웠는데, 그 와중에도 문화적 차이를 느꼈던 부분이 우리나라에서는 게임을 하다 모르거나 실수를 하면 지거나 탈락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지만 외국 친구들은 게임 도중 누가 모르거나 막히게 되면 모두들 힌트를 주거나 답을 알려주려고 애를 쓴다. 게임의 목적의 차이라고 생각하는데, 우리가 게임을 통해 이긴 사람을 정하거나 벌칙을 정해 재미를 추구하는 반면 그들은 순수하게 게임의 과정을 통해 즐거움을 찾는 모습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캠프 3주의 기간 중 2주차까지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학교의 교실과 화장실 증축 공사를 도왔다. 연약해 보이던 여자 친구들도 소매를 걷어 올리고 삽을 들고 돌을 운반하며 괴력을 보여 주었다. 양 손에 물집이 잡히고 허리가 아팠지만 날 보며 해맑게 웃어주는 초등학교 아이들을 보니 그만 둘 수가 없었다. 외국 친구들은 군대를 다녀온 내가 신기한지 본인들이 더 무거운 돌을 들면서도 내게 '스트롱 맨'이라거나 '터프 가이'라고 불러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일을 하면서도 서글펐던 점은, 함께 일했던 인도인들 때문이다. 그들은 노인 또는 내 또래 아이들인데,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저 무더위에 하루도 쉬질 못하고 땀을 뻘뻘 흘리며 일을 하는데도 한달에 6만원 가량의 돈을 받는다고 한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특별한 도구 없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힘들게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세상에는 정말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2주 동안 함께 일하면서도 우리 앞에서 짜증을 내는 일이 한번도 없었으며, 오히려 일을 돕는 우리에게 고마워 했었다. 사람이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 만족하고 감사하며 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보다 부유한 환경에 사는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오전 일이 끝나고 오후에는 티베트 문화 체험을 하였으며, 주로 티베트의 사찰 또는 문화 유산을 보존해놓은 박물관 또는 학교를 방문했다. 길에서 만날 때에도 눈인사와 함께 미소를 잃지 않는 티벳인들. 티베트 박물관을 방문하면 중국인들이 티베트를 1950년 강제 침공하여 자국에 강제 흡수한 뒤 티벳인들을 억압해 온 자료가 있는데, 우리나라가 일본에 강제 침탈 당했던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가 떠올라 씁쓸했다. 지금도 티벳인들은 자국과 인도 땅에서 티베트의 독립을 위해 애쓰고 있다. 티벳의 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세계 각국에 티베트의 평화와 자유를 위한 독립을 호소하며 순회 법문을 다니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2000년도에 달라이 라마의 방한을 계획했었지만 중국의 강한 압력으로 정부에서 비자를 발급해주지 않아 방문이 무산되었다.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으로 호주에서는 2007년 달라이라마를 초청하여 그의 가르침을 듣기로 했다. 이에 중국에서는 즉각 초청을 취소할 것을 주장하며 만약 초청할 경우 경제적 제재를 가하겠다고 선언했다. 호주는 다음과 같이 반박하며 초청을 성사시켰다. "우리나라에 경제적인 어떤 제재를 행동으로 옮긴다 하더라도 좋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단순히 물질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나라가 아니다. 이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신의 문제, 마음의 행복이기에 우리는 끝까지 달라이라마를 초청할 것이고, 그 분의 훌륭한 가르침을 받고자 한다." 달라이라마의 호주 순회 법문은 예정대로 진행되었으며, 이후 중국이 호주에 실질적인 제재를 했다는 말이 없다. 개인마다 독립의 의미가 다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독립이란 정부가 자국민을 최우선순위에 두고 다른 나라의 눈치 보는 대신에 자국민의 신념을 옹호하고 수호하는 것이다.
2주가 지나고 3주차에는 4일 동안 트레킹을 하였다. 맥그로드 간즈에는 해발고도 2895m의 트리운드라는 산이 있는데 첫날에는 주변 산을 올랐다가 2일째에 트리운드에 올랐다. 산 정상에서는 뒤로 히말라야의 산들이 보이고, 앞으로는 다람살라의 전경이 펼쳐진다. 트레킹하는 도중에는 변변한 화장실도 없고 마땅히 씻을 곳도 없어 시간이 지날수록 나를 비롯한 많은 친구들이 지쳐갔었다. 그럴 때마다 캠프 리더 Dinesh는 용기를 북돋아주며 모두 할 수 있다고 한 사람도 낙오시키지 않겠다며 우리를 잡아 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가 포기하지 않게 도와준 그가 정말이지 고맙다. 덕분에 한달 가량의 인도여행을 통틀어 가장 멋진 자연경관을 보았으며 트레킹을 무사히 마쳤다는 성취감을 갖게 되었다.
3주 동안 가장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Antonio라는 스페인 친구인데, 나이는 어리지만 마음씨 착하고 다른 사람들을 배려 잘하는 좋은 친구다. 다른 친구들과도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지만, 이 친구와는 축구, 여자친구, 음식, 문화 등등 서로에 대해 정말 많은 대화를 가졌다. 매일 밤 각자 자기 나라를 소개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캠프리더와 함께 '소녀시대-Gee'를 부르며 춤을 췄었다. 많은 친구들이 좋아하고 재미 있어 했지만 그 중에서도 Antonio는 직접 춤을 배우고 싶다고 하여 나도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열심히 가르쳐 주었다. 캠프 3주 내내 나를 형이라고 부르며 내가 알려준 한국의 속어,, '18'을 기분 좋게 외치던 친구. 지금도 캠프의 많은 친구들과 페이스북을 통해 연락하고 있지만 내게 이 친구는 더욱 각별하게 느껴진다. 내년에 캠프에서 친했던 친구 넷이서 중국 여행을 하기로 했는데, 영어 실력이 부족한 나로서는 영어 공부의 좋은 촉진제가 되어 줄 것이다.
프랑스, 네덜란드, 캐나다, 멕시코, 미국, 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대만 그리고 한국인인 나를 포함하여 21명의 다양한 국적을 가진 친구들을 만나 우정을 쌓게 되어, 정말이지 행복하다! 3주라는 짧지 않은 기간은 우리를 더욱 친숙하게 만들었고 낯선 인도라는 나라가 주는 다양성은 서로를 이해하기에 더 없이 좋은 환경이었다. 국제워크캠프가 없었다면 나의 젊은 시절에 이처럼 소중한 추억은 갖지 못했을 것이다. 캠프에서의 경험은 나를 진취적이고, 능동적이고 모험을 즐기도록 성장시켰으며, 나와 다른 사람들을 틀리게 보지 않는 소중한 시각을 선물해주었다. 지금도 나를 부르는 친구들의 목소리가 그립다. "J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