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레이캬비크, 순백의 힐링을 만나다

작성자 권기한
아이슬란드 WF301 · 예술/스터디 2019. 01 레이캬비크

Journalism and photographing in Reykjavik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처음으로 워크캠프에 지원하게 된 것은 유럽에 머물면서 한번도 가 보지 못했던 아이슬란드에 대한 궁금증과 미련이 오묘하게 블렌딩되어 오로라와 북극의 광경을 담겠다는 의지 덕분이었다. 하지만 내가 다른 참가자들과 조금 다른 마음으로 이 캠프에 접근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나는 이 캠프에 참가하기 전, 비합리적인 한국의 시스템에 지쳐 있었고, 부정부패와 투쟁하여 척결하는 데 나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은 후였다. 당연히 출발일이 다가와도 별로 설레지 않았고 그냥 미세먼지 없는 나라에서 깨끗한 풍경으로 힐링이나 하고 오면 다행이란 마음가짐으로 출발하였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하지만 현지에 도착하고 마주한 Iceland(얼음의땅)의 풍경은 너무도 생경하여 조금은 색다른 방식으로 나의 지친 마음을 힐링하였다. 그 풍경은 그 자체로서 바로 과거를 잊게 하는 힘이었다. 마치 지하에서부터 차올라 사람을 담는 새하얀 그릇이 되어버린 것 같은 겨울의 땅은, '눈이 내려봤자 뭐 한국 정도 내리겠지, 기온도 한국보다 따뜻하네?'라고 생각하며 출발했던 나의 스니커즈를 순백의 눈으로 처참히도 품어버렸다. 눈이 너무 깊이 쌓여 있는 데다 녹을 수 있는 기온도 아니어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까지 눈이 계속 깊은 높이로 쌓여 있었다. 하지만 체감온도 영하 26도까지 내려가는 강추위는 오히려 스트레스와 혼탁한 잡념들로 지쳐있던 내 머리를 아주 깨끗하고 깔끔하게 정리해 버렸다. 분명 그 추위는 순수한 것이었으리라...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차가운 얼음의 땅은 온누리가 순백의 눈으로 덮여 있었다. 순결과 추위, 그 신비로운 역설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애는 또한 모순적으로 너무도 따뜻했다. 깊은 눈의 탑은 사람들을 따스한 공간으로 뭉치게 하였고, 생존을 위협하는 맹렬한 추위는 삶에 대한 절실함으로 승화되어 따뜻한 곳에서의 융합을 이끌어내었다. 그 추위는 사람들을 노래하게 만들었고, 감사하게 만들었으며, 삶을 그 자체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모든 불필요한 것들을 포맷시켜버렸다. 최소한 그 기간 동안만큼은, '과거'라는 족쇄가 나의 머리 어떤 한 부분도 파티션하지 못한 것이다. 나는 여기서 오로라 사진을 담지 않을 것이다. 너무도 강렬한 오로라를 마주했지만 오로라는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 짧고도 긴 여행을 마치고 느끼는 유일한 감정은 '정화'였다. 혼탁한 한국의 풍경과 정세에서 벗어나, 따스함을 품을 수 있게 해 준, 그리고 이성을 되찾게 해 준 얼음의 땅에 경의와 감사를 표하고 싶다.
온정이 머물고, 순백의 추위와 그렇기에 외롭지 않았던 사람들이 함께 존재했던 장소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