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독일 소도시, 2주간의 특별한 만남

작성자 권선희
독일 IJGD 2331 · ENVI/ CONS 2012. 04 Brakel(Hoex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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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독일에서 교환학생으로 6개월간 지내오면서 수많은 여행을 했다. 유럽 대륙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독일이라는 나라의 특성덕분에 기차와 버스만으로도 많은 나라를 오고 가며 여행할 수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보아왔던 유명한 건축물과 박물관, 궁전들을 보며 감탄하고 신기해 했지만 마음 속 한구석에서는 그것들을 만들고 지켜왔던 사람들과도 직접 소통하고 공감해볼 수 없어 아쉬움이 항상 존재했다. 그러던 2달간의 봄방학이 주어졌고 우연히 워크캠프 사이트에서 독일의 소도시 Brakel에서 펼쳐질 워크캠프를 알게 되었다. 다양한 나라에서, 다양한 생각과 가치관을 가진 전혀 다른 사람들이 모여 2주 동안 함께 생활을 한다고 생각하니 참 많이 들뜨고 설렜던 것 같다.
2012년 4월 1일, 아침 일찍 뮌헨 중앙역에서 기차를 타고 출발해 6시간 만에 Brakel(Hoexter)라는 조그만 기차역에 도착하게 되었다. 프랑스 남자아이 둘과 러시아 언니와 함께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도착한 캠프의 미팅포인트에서 모든 참가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우리가 2주 동안 묶을 숙소는 Schlossbraue 라는 맥주를 만드는 맥주 공장 바로 옆에 위치해 있었다. 이 맥주 브랜드의 소유주 부부가 이번 워크캠프를 위해 한 때 맥주집으로 쓰였던 곳을 숙소로 빌려주었는데, 부엌, 화장실, 심지어 장작을 피울 수 있는 난로까지 마련되어 있는 아주 훌륭한 곳이었다. (예상보다 너무나 추웠던 날씨 때문에 이틀 뒤에 소유주 부부들이 살고 있는 성(?)의 다락방으로 숙소를 옮기긴 했지만..)
유럽에서는 고등학교, 대학교의 방학시즌이 3월에서 4월이기 때문에 캠퍼들 대부분이 학생이었고, 또 그 대부분은 고등학생이었다. 연령대가 생각보다 낮아서 당황했지만, 나이가 어린 만큼 서로 숨김없고 솔직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간단한 게임을 통해서 어색한 분위기를 깨고 자기 소개를 했다. 독일, 프랑스, 벨기에, 러시아, 우크라이나, 미국, 폴란드 등 세계 각지에서 온 친구들의 눈은 설렘과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앞으로 펼쳐질 2주 동안의 워크캠프가 너무나 기대되었다. 이렇게 자기 소개를 하고 2주 간의 식사팀을 짜는 동안 이번 워크캠프의 주제를 알려주실 건축가분들이 찾아오셨다. 우리 워크캠프의 취지는 소도시 주민들과 아이들을 위한 친환경적인 거대한 자연 구조물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 구조물은 하나의 예술 작품일 뿐만 아니라 쉼터와 아이들의 놀이터로도 쓰일 수 있다고 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구조물은 이미 절반 정도 완성단계에 있었다. 우리는 설계도에 그려진 대로 구조물을 완성해야 한다고 했다. 버드나무 가지를 하나하나 잘라 깔끔하게 다듬고, 그 가는 가지들을 묶어 구조물을 이루는 큰 기둥을 만들고, 삽으로 땅을 파서 그 기둥들을 구조물의 부분으로 세우는 단계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사람의 손이 닿아야 하는 작업이었다. 간단해 보이지만 상대적으로 어린 캠퍼들에게는 육체적으로 고된 작업일 수 있다는 건축가분들의 말씀에 우린 약간 기가 죽었지만.. 캠프의 첫째 날 부푼 가슴과 기대를 안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부터 우리는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했다. 자연에서 흙과 나무를 마주하고, 하루종일 몸을 써야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조금은 지루했지만, 일을 하는 내내 아이들과 이런 저런 얘기도 하고 장난도 치고 하다 보니 2주 동안의 작업은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나버렸다. 처음에는 영어가 서툴어 프랑스어로 대화하는 아이들 무리와 영어로 대화하는 무리로 나뉘어 조금은 서먹서먹했지만 각자의 나라의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고, 서로 즐겨 하는 놀이도 알려주고 하다 보니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나와 한국 친구 민성이가 만든 계란말이와 볶음밥은 인기가 대단했고, 별이 반짝반짝 빛나는 새벽 밤하늘 밑에서 했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과 ‘얼음땡’ 은 지금도 잊지 못할 색다른 기억이다.
이렇게 예고됐던 대로 주중에는 구조물을 만들고, 주말에는 Brakel 근처에 있는 대도시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났다. Gottingen에 가서 아이들과 독일 음식을 먹고 관광지를 구경하기도 했고 (이 때 알코올이 들어간 독일 커피를 처음으로 맛보았다), 주인부부의 안내로 Schlossbraue 맥주공장 내부를 견학하기도 했다. 2주 동안 주인부부의 호의로 맥주와 음료수, 탄산수를 무료로 얻어 먹으며 지냈었는데 이 음료들이 만들어지는 공장 내부와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는 것도 굉장히 흥미로웠다. (맥주로 유명한 독일이 아니였다면 겪어보지 못했을 색다른 경험!)
2주 동안 작업과 독일 도시와 문화 경험, 세계 각지에서 온 아이들과의 소통을 통해 정말 많은 것을 느끼고 얻었다. 어찌보면 정말 다른 환경에서 다른 사고를 갖고 자라온 아이들이지만 함께 있는 시간 동안은 같은 가슴 벅참과 설렘을 나눴던 무언의 동지가 되었던 우리들! 한국에 돌아가도 이번 방학 동안의 즐거운 동거동락의 시간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