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인도에서 만난 세계, 8명의 이야기

작성자 지준희
인도 FSL SPL 158 · SOCI/ CULT 2012. 01 인도 Kannur

Kerala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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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는 모두 8명이었다. 차분하고 배려심 깊은 팀리더 프라텝, 그리고 활기차고 사내 대장부 같은 터프한 발음을 가진 영국에서 온 엘리, 느릿느릿 차분히 할말 다 하는 스페인에서 온 아이나라, 그리고 따뜻한 미소를 가진 스위스에서 온 크라우디아, 마지막으로 택시가 엄청 둘러서 오는 바람에 늦게온 마리아까지, 아참 영남대에서 온 배아픈 현성이과 귀요미 형님 신휘형 까지! 아직까진 모든 것이 좋다. 친구들도 무척이나 성격이 좋다. 그런데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사람 수가 적다는 것, 그리고 터넣고 말할 수 있는 외국인 남자가 없다는 점이다. 영어도 배우고 참 좋은 기회 인데 말이다. 오늘은 생활에 필요한 갖가지 규칙을 정하고 점심을 먹었다. 얼마후면 나라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말 열심히 준비 해야겠다. 앞으로 친해질 날이 상당히 기대된다. 열심히 해서 많은 것을 얻어 가리라 다짐한다.

1/10 아유르베다, 요가
아유르베다와 요가 수업을 들었다. 선생님들은 아주 훌륭했다. 요가수업은 생각보다 듣기 힘들었다. 막상 수업내용을 적으려고 하니 생각이 나지 않는다. 몸의 군형을 맞춰야 한다는 것, 인식하면 무의식 중의 행동을 멈춘다는 것, 그래서 요가는 인식하는 것이라는 것, 아사나 라는 것은 동작을 얼마나 멈추는 것이냐 라는 것, 지금 생각 나는건 이게 전부다, 두시간 동안 들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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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모든 것이 괜찮다. 친구들도 서툰 영어 솜씨에도 불구하고 말을 잘 들어준다. 신휘형과 현성이도 조금씩 적응 하고 있는 듯 하다. 어쩌면 정말 워크 캠프를 나의 일로 삼을까 생각해본다. 봉사하러 온 사람들을 위해서 일하고 프로그램을 꾸미는 것도 상당히 보람찬 일일 것이다. 오늘 스페셜 스쿨에서 페인팅 밑 바탕을 그렸다. 다들 열심히 그리는데 멍하게 있는 나를 보면서 내가 생각보다 창의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하긴… 사람이 모든 것을 잘 할 순 없으니까.. 내가 잘하는 일을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우선 실력이 먼저라는 생각을 해본다, 열심히 해야지..
마리아는 자신의 주장을 상당히 잘 말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긍정적으로 대답해준다. 자신의 생각을 잘 말하는 만큼이나 남의 의견도 잘 들어준다. 하지만 엘리는 자신의 주장만 펴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주장에 대해 반대하면 기분 나빠할 것 같다. 부드럽게 말해야겠다. 하지만 상당히 리더쉽이 있고 매력적이다. 크라우디아 역시 말을 잘 들어준다. 아이나라는 어리숙하지만 끌리는 성격이다. 부족한 영어에도 자신의 주장을 자신 있게 말하고, 장난을 잘 받아줄 뿐만 아니라, 말을 걸고 싶게 하는 매력이 있다. 신휘형은 칭찬을 잘해주고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현성이는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어 했지만 조금씩 입을 열고 적응하고 있다. 그리고 상당히 착하다. 팀리더인 프라텝은 헌신적이다. 자신의 일을 확실히 하고, 우리가 신경쓰지 않게 한다. 가끔 익살스런 농담도 던지는데, 진지해보이는 그가 그런 장난을 칠 때는 상당히 귀엽다. 다들 좋은 사람들이다. 이런 분위기로 끝까지 간다면 최고의 워크캠프가 될 것 같다.
그리고 장애아들과의 첫 만남…건강한 몸을 주신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솔직히 조금 경계 했던게 사실이다. 왜냐하면 한국에서도 내가 하고 싶지 않아서 안 했던 일이니까… 하지만 의식이 조금 바뀐 것 같다. 같은 사람인데, 전혀 다르게 생각할 필요가 없는데…
자신의 잘못도 아닌데, 선천적으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생각을 해본다. 앞으로는 건강한 몸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감사히 여기고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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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열심히 일하고, 요가 수업을 듣고, 페인팅도 하고, 금요일 밤이라고 파티도 했다. 요가 수업을 받고 나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 아주 평온한 휴식이다. 어제 파티에서 미친 듯이 춤췄다, 몇 안되는 애들이랑 춤춰도 재미있었다. 내 한 몸 희생해서 재미있게 놀았다, 지금은 카누르 시내로 간다. 어떤 재미있는 일이 펼쳐질까. 아참 어제 보트도 탔다, 해변에 쓰일 모래를 채취하는 인도인의 모습이 힘들어보였다, 고달파보였다. 누가 육체적 노동이 아름답다했는가.

1/14
토일이라 해변가를 다녀왔다. 수영을 했고, 너무 아름다웠다. 베나울림 해변에서 수영을 하지 않은 내가 참 바보스러웠다. 다같이 와서 각자의 주장을 펼치며 흩어졌다 모였다를 반복했다. 자기 주장을 잘 내세우는것, 그리고 자신이 속한 그룹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양보하며 묻혀가는 것, 무엇이 옳은지는 모르겠다. 아마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 당연히.. 다같이 해변에서 해수욕을 즐기고 쇼핑도하고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이젠 다들 친해져서 억지로 대화를 이끌어갈 필요가 없는 사이가 된 듯하다, 내가 이 여행에서 얻으려는 것은 무엇이였을까, 난 무엇을 원하는가
영어는 참 신기한 재주가 있는 듯 하다. 사람들의 언어를 하나로 이어 쉽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무언가, 더 이상 가까이 가지 못하게, 선을 만드는 그럼 언어같다. 묘하다, 인도는 현실이다. 인도를 여행한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1/15 휴식
하루 종일 쉬었다. 오늘 한 일중에 가장 힘들었던 일은 점심을 먹으러 간 일 일정도로 푹 쉬었다. 어서 빨리 나라 프리젠테이션 준비를 해야 하는데 마음이 좀처럼 따라주질 않는다. 몸은 마음이 시키기만 하면 얼마든지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는데 말이다. 시간도 날 허락했고, 몸도, 장소도, 도구도 모두 허락했는데 내 마음이 그러질 못했다. 지금이라도 어서 시작해야겠다. 으시대지말고 겸손하자. 어디서든 어울릴 수 있도록 많은 지식을 쌓자. 듣는 습관을 가지자. 주위의 사람을 소중히 여기자. 특히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을 중요하게 생각하자.
친구들과 한 주가 지나는 지금 아무 탈 없이 잘 지내고 있다. 아이나라는 다른 문화를 잘 받아들인다. 마리아는 입맛이 까다로워 힘들어하긴 하지만 역시 잘 어울리고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 클라우디아는 궂은 일을 도맡아하고 희생적이다. 담배를 많이 피긴 하지만, 자신의 기호이니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엘리는 역시 터프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잘 찾아 다닌다. 오늘도 혼자 사원 근처에 놀러갔다가 아주 즐거운 표정으로 돌아와 자신이 한 일들을 재잘거렸다. 미소가 참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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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를 미뤄서 생각이 잘 나질 않는다. 하지만 좋은 기억들이다. 아이나라는 스페인에서 요가를 배웠는데, 요가 선생님이 오지 않을 때면 아이나라가 요가를 가르치곤 했다. 그 시간은 정말 재미 있었다. 페인팅도 즐겁다. 발표 준비하는 것도 참 보람차다. 그리고 아이나라와 고스톱을 치는 것도 아주 즐거운 일이다. 한국이라는 나라를 조금이나마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아주 기쁘다.

1/18 프리젠테이션, 요가
페인팅이 완성되어간다. 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오늘도 어김없이 아유르베다 수업을 듣고, 페인팅을 하는 일상이였다. 하지만 하루하루 즐겁게 지낸다. 친구들 모두 다툼 없이 잘 지낸다. 버스를 타러 버스 정류장에 가는 일도, 버스를 타고, 혹은 릭샤를 타고 스페셜 스쿨에 가는 일도 참 정겹고 즐겁다. 시원한 바람이 날 반겨줄 때면 영화의 한 장면 같다. 내 머리 속에 오래오래 자리 잡을 풍경이고 추억이다. 요가 수업은 상당히 인상깊었다, 네 가지 본능을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먹는것, 자는것, 섹스, 보호본능.. 이것을 조절하지 못하면 짐승이나 다름없다는 말씀이였다. 그리고 코에 관한 이야기도..
모든게 흥미롭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한국 프리젠테이션이었다. 나름대로 한글을 가르치려 연습했지만, 어찌나 떨리던지 하고 싶은 말의 반도 못했다. 그리고 엄청 더듬거렸다, 또 하나의 자극제가 되었다.

1/19 요가 선생님
무난히 그림을 그리고, 아이들과 페이퍼 게임을 했다. 쉬는 시간에 마리아와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오목과 러시아 게임 등등 머리를 많이 써서 그런지 요가 시간에 너무 피곤했다. 요가 마스터는 우리가 피곤한 모습이 역력해서 일부러 한 숨 잘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고 했다. 뭔가 내공이 있는 사람이다. 배울 점도 많다. 칭찬을 많이 해줘서 사람을 기쁘게 하는 것, 항상 웃는 것, 긍정적이고 넓은 마음,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 까지.. 아주 좋으신 분이다. 그리고 맥주를 사와서 프라탑을 위한 파티를 했다.

1/21 정글
주말을 이용해서 정글로 갔다, 무려 5시간.. 하지만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덜컹거리는 시골버스를 타고 여유롭게 풍경을 바라보는, 빨리 도착할 이유도 없고, 고민거리도 없다. 운전기사가 버스를 느리게 몬다고 성낼 이유도 없고, 빨리 달리면 열린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을 시원하게 맞기만 하면 된다. 잠오면 졸고.. 그렇게 달리고 달려 도착해 친절한 주인의 마중을 받아 맛있는 점심을 먹고 정글 투어를 나섰다. 생각보다 실망이었다. 정말 리얼한 정글을 생각 했었는데…. 그래도 좋은 경험이고, 좋은 풍경을 많이 감상했다. 그리고 원숭이, 코끼리, 버팔로 등등 야생 동물을 많이 보았다. 정말 신기하고, 평화로웠다.

1/22 컴백
아침 일찍 일어나 온갖 먼지를 마시며 지프를 타고 정글공원을 구경했다. 어제는 코끼리도 보고 버팔로도 보고 사슴도 봤었는데 오늘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그래도 먼지 범벅이 되고 엉덩이가 시릴 정도로 지프 탔던 것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정글 투어를 마치고 카누르로 돌아와 엘리가 이끄는 대로 피자를 먹으러 갔다. 거기서 봤던 혼자 바쁘고, 일 처리도 제대로 못 하던 피자집 주인.. 허둥대던 그 모습이 아주 재미있었다. 피자 맛은 뭐 별로 언급하고 싶지 않다.

1/23 짜파티를 만들다
일상으로 돌아와 페인팅과 요가 수업을 듣고 짜파티를 만드는 세션을 가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행복한 경험이었다. 짜파티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던 칸틴 식당의 요리사… 아주 행복해 보였다. 짜파티를 만드는 모습이 상당히 힘들어 보였고, 연민의 정이 느껴졌다. 그리고 시골 생각이 너무 많이 났다. 누구는 부엌이 너무 더럽다고 경악하고, 누구는 영어를 못하는 요리사 아저씨를 비웃었다. 하지만 룽기만 입은 채 열정적으로 우리를 가르치고, 요리하며 웃는 모습이 어찌나 인상 깊던지…. 외할매, 할배 생각이 너무 많이 났다. 그 부엌은 더러운게 아니다. 수입을 더 많이 내려고 화학 약품을 넣은 음식이 더욱 더럽다. 그에 비에 이 주방은 얼마나 인간적이고 아름다운가,
부모님 세대, 그리고 할아버지 세대는 그것보다 훨씬 더 더러운 것을 먹으며 살아도 아무런 문제 없이 행복했다. 물론 비웃는게 아니라 그들, 서양인들의 스타일 이겠지만, 어리숙한 영어를 비웃는 그 아이들의 태도는 불쾌했다. 우리들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면 꼭 짜파티를 만들어 먹으라며, 어리숙한 영어로 웃으며 행복하게 말하던 요리사 아저씨, 오믈렛을 만들어 주시던 순박한 아저씨, 나에게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할아버지, 할머니와의 그 아름다운 시골 추억이 수없이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이제야 후회하는..친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뒤늦게 깨우치는 내가 아주 한심스러웠다. 할머니의 그 따뜻하시던 마음과 손길이 너무 그리웠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해드렸을까….
나를 위해서 국수를 만들어 주시던 그 모습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엘리의 위로, 어쩌면 그리워하고 걱정하는 마음도 누구에게는 사치일지도 모른다, 다시는 볼 수 없는 사람도 있으니까..
오늘은 정말 센티멘탈하다. 마사지는 흥미로웠다. 아유르베다 마사지 방이 마치 해부실이나, 수술실 같았지만, 마사지를 해주시던 분도 따뜻한 분이셨고, 아주 시원했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며 의견이 충돌했다. 크라우디아와 프라탑.. 어쩌면 우리는 이런 사치에 익숙했던 것 일지도 모른다. 당연시 여기지 말자. 프라탑의 희생을 감사하게 생각하자. 당연시 여기게 되는 것.. 참으로 무섭다. 항상 염두하고, 조심하자.

1/24 So many activities
아침밥을 칸틴에서 먹고 아유르베다 병원을 구경했다. 우리나라 한의학과 아주 비슷한 느낌. 냄새도 그렇고…. 그리고 요가를 마치고 까라디 라는 인도의 무술을 보러 갔다. 프라탑의 설명으로는 가라데, 유도, 태권도 등 모든 무술의 시초라고 하는데, 확실히는 모르겠다. 어설픈 구석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나름 흥미있고 재미있었다.

마지막 날 헤어짐이 정말 아쉬웠습니다. 다들 정말 좋은 분들이었고,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봉사를 하러 가서 어찌나 얻는 것이 많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