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독일, 불안한 스무살의 도피처가 되다

작성자 박세라
독일 IJGD 2441 · KIDS 2012. 05 독일 Barleben

A MILLENIUM TO CELEBRATE IN BARLEBEN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졸업까지 한 학기만 남겨뒀던 지난 여름,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앞으로 갈 길에 대한 목표를 찾을 수 없어 휴학을 결심하면서 하고 싶었던 일 중 하나는 혼자서 하는 여행이었다. 여행하고자 했던 날짜가 다가옴에 따라 조금이라도 저렴한 표를 예매하기 위해 서둘러 일정을 짜보았지만, 몇 번을 고심해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번에 가면 언제 또 갈 수 있을지 모르는데, 유명한 관광지들만 다녀오기 보다는 좀 더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었다. 일정을 정하다 지쳐 여행 자체를 포기할까 생각하던 중 주위 사람들에게서 워크캠프를 다녀오면 어떻냐는 얘기를 들었고, 다른 나라에 머물면서 그 사람들처럼 먹고 지내고 교류도 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워크캠프를 신청하게 되었다. 내가 참여한 워크캠프는 독일에 있는 작은 마을인 Barleben에서 열리는 축제의 캠프에서 아이들을 돕는 일. 함께 한 참가자들은 총 10명으로, 한국, 중국, 독일, 프랑스, 우크라이나에서 왔다. 첫날 숟가락과 그릇 부딪히는 소리밖에 안 나던 저녁식사의 어색함은 함께 베를린과 라이프찌히, 마그데부르크를 여행하면서 서서히 사라졌고, 정말 다양한 여러 가지 게임을 하면서 친해질 수 있었다. 또한 우리는 참가자 조건이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것이어서 매일 일하러 갈 때나 동네를 돌아다닐 때 자전거를 탔는데, 그 역시 참 특별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독일은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있어서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기 좋았는데, 나중에는 근처 도시까지 기차가 아닌 자전거를 타고 가기도 했다. 매 끼니는 당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요리를 하였는데, 덕분에 다른 나라의 전통 음식들을 먹어볼 수 있었다. 간단한 서양식 아침식사부터 우리나라의 만두와 닮았던 우크라이나의 요리, 감자가 많이 들어갔던 독일의 요리, 우리에게 비교적 친숙한 중국 요리와 프랑스의 파스타까지. 매일 다른 나라의 음식을 먹어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다. 그리고 거의 매일 만들어서 먹던 샐러드 덕분에 야채를 잘 안 먹던 전과 달리 지금은 야채도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과 함께 한 캠프에서의 일은 육체적으로 힘들지는 않았는데, 캠프 주최자들과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 해야 할 일을 찾지 못해 겉돌아서 힘들었다. 식사 시간에 아이들과 안전하게 이동하는 것 외에는 아이들이 캠프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을 자유롭게 돕는 일이었는데, 도와줘야 할 우리부터가 독일어를 알아듣지 못하니 제대로 도와주지도 못하고 그냥 앉아있거나 돌아다니기 일수였다. 아이들도 독일어로 말하니 아이들과의 의사소통에도 한계가 있었다. 아마 독일어 회화 가능자였다면 더 제대로 된 활동이 가능했을 것 같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참 귀여웠다. 우리가 자신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해 답답했을 것 같기도 한데 못되게 구는 아이 하나 없었고, 나중에는 우리가 준비한 놀이도 함께 하면서 많이 친해졌다. 워크캠프를 하면서 얻은 것 중 가장 큰 것은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과 삶의 모습을 만난 것이다. 낯선 나라에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과 함께 지내니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구나, 를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아마 내가 여행을 하지 않거나, 혹은 관광지만 둘러보고 떠나는 여행을 했으면 몰랐을 것들이다. 모르는 사람 여럿이서 함께 지내는 것이니 항상 좋을 수 많은 없지만, 그것을 잊을 수 있을 만큼 얻은 것들이 많다. 한번쯤은, 넓은 세상에 나가 워크캠프에 참여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