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후기
치아베라노에서 만난 작은 지구
AMI's friends (Moraine Amphitheater of Ivrea)
참가 전 준비와 마음가짐
저는 2024년 여름, 프랑스로 처음 갔던 워크캠프의 좋은 기억을 안고 2025년 여름에도 워크캠프를 신청했습니다. 이탈리아의 섬에서 진행되는 캠프를 참여하길 희망했었는데, 고민하는 사이에 모집이 마감되어 토리노에서 진행되는 캠프를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안내를 보니 프랑스에서 경험했던 건설보수 일과 겹치는 일도 있었는가 하면, 장애인 커뮤니티와 함께 하는 활동도 있었습니다. 프랑스에서의 경험이 너무나 좋았지만, 참가자들의 국적이 몰린 경향이 있어 이번엔 좀 더 다양한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그런 친구들과 함께 있는 그대로의 이탈리아를 경험하고 서로의 문화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기대했습니다. 미팅포인트까지 가는 길은 첫 워크캠프와 비슷하게 긴 시간이 걸렸는데요. 두번째라 그런지 그래도 한결 수월했습니다. 캠프 시작 전 이메일로 도착 예상 시간을 캠프리더에게 공유했는데, 리더인 루카가 시간대별로 차를 끌고와서 비슷한 시간대에 도착하는 멤버들을 데리고 캠프지로 데려다주었습니다.
현지 활동 및 특별했던 에피소드
저는 사실 첫날 시작하자마자 일종의 관심병사가 되었는데요. 첫 워캠이었던 프랑스에선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모기가 많이 없어 이탈리아도 비슷할거라 생각해 방심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당시 7부 반바지를 입고 있었고…다리에 모기 스프레이를 뿌리지 않은 상태라 주방에서 잠시 첫 액티비티를 하는 사이 다리가 땅콩추가한 맛동산마냥 변해버렸습니다. 첫 워캠과는 다르게 참가자들이 정말 많았고 우리끼리 친해질 수 있도록 많은 활동을 준비해주셔서 모기물린 다리와는 별개로 정말 즐겁게 첫날을 보냈었습니다.(이후 저희가 연 파티에 참여한 동네 약사, 의사 분들의 도움으로 연고를 처방 받았어요^_ㅠ 아프진 않고 붓고 가렵기만 했습니다) 마을의 돌벽들을 세우는 일은 정말 힘들었지만 그만큼 함께 땀흘리며 서로의 나라의 노동요 비슷한 신나는 노래들을 번갈아 틀면서 제 음악세계도 한층 더 넓어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밀라노에서 온 한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마침 BTS의 제이홉 팬이라 반갑기도 했어요. 밀라노에서 온 에네아라는 다른 친구도 집에 병으로 된 김치를 두고 먹는다며 저희가 캠프리더 집에서 다함께 바비큐 파티를 할때 제가 가져온 볶음김치를 보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신기하기도 했어요. 스페인에서 온 크리스티나는 엔지니어로 취업 전에 첫 워캠을 참여한 거라는데, 완전 공학이과인 전공과 직업과는 다르게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모습을 보여주어 신기했어요. 또 스페인의 다양한 문화에 대해 알려주어서 고마웠습니다. 다함께 토리노로 놀러 갔을땐 페루 참가자랑 공원에 앉아 피자를 먹으며 서로의 나라와 또래 문화에 대해 알려주기도 했어요. 정말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그 공원에서 음악 공연도 하고 있었고 그날 해가 지는 풍경도 완벽했어요. 중국에서 온 두명의 여성 친구들도 저랑 전부 동갑에 한명은 에스파의 팬이라 더 빨리 친해질 수 있었어요. 두명 다 건축, 고고학 전공이라 이번 워캠활동에서 활약하기도 한 친구였답니다. 프랑스에서 온 래리와 실비아라는 친구들은 둘다 연초 담배를 커스텀해서 피는 친구들이었는데 성격도 너무 좋고 제가 첫 워캠을 프랑스로 다녀왔다고 하니 반가워하며 금방 친해질 수 있었어요. 이 외에도 카탈루냐, 그리스, 멕시코에서 온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저는 멕시코에서 온 캐롤리나라는 친구와 캠프내내 가장 친하게 지냈었는데요. 너무너무 소중한 기억들을 만들어준 친구입니다. 친구들이랑 다같이 호수에 수영도 하러 다니고, 마을의 풍경이 훤히 보이는 언덕위의 교회 마당에서 피크닉을 하고 인터내셔널 푸드 파티를 하고, 또 장애인 커뮤니티가 저희를 너무 환영해주셔서 그만큼 더 열심히 진심으로 웃으며 활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분명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그건 잠깐의 금방 지나가는 시간이었고 다양한 사람들과 새로 사귄 친구들과 함께 웃고 떠드는 시간이 훨씬 선명하고 제 안에 오래 남아있을거라는 확신이 들게 하는 캠프였습니다.
참가 후 변화와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이 캠프에서 정말 다양한 국적의 여성 참가자들이 모였었는데요. 한국,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중국, 그리스의 여성 참가자들이 모여 서로의 나라와 결혼과 연애 문화에 수다떠는 시간을 가졌는데 이 시간이 정말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거의 나눠본적 없던 페미니즘이라는 주제를 그 친구들은 서스럼없이 나누는 모습을 보며 새로웠고 스스로 세상을 보는 눈뿐만 아니라 여성으로서의 저도 다시 보게 되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치아베라노의 작은 마을에도 이런 장애인 커뮤니티와 활동이 활성화 되어있는 걸 보며 우리나라의 장애인 분들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은 이동권 시위로 근 몇년간 이슈가 되고 있는데 이 곳에서의 장애인 분들은 적어도 이런 작은 시골 마을에서마저 행복하게 웃고 떠들고 계셨거든요. 이후 몇몇 친구들과는 캠프가 끝난 뒤에도 밀라노에서 만나 놀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도 프랑스, 스페인, 중국 등등에서 참가자들끼리 서로의 나라를 방문하면 연락해서 만나서 놀기도 하며 지내고 있어요.